로마서는 기독교 교리의 근간이 되는 가르침을 담고 있습니다. 교리적이고 이성적이고 논리적입니다. 그런데 7장은 바울의 개인적이고 실존적인 체험을 고백하며 우리의 마음(heart)에 호소하는 가르침입니다. 우리가 마음으로 하나님의 법을 따르기 위한 과정을 말합니다.
첫째, 우리는 육신에 속하여 죄 아래 팔린 운명입니다. 바울은 예수를 알기 전에 당대의 스토아 철학과 유대교의 율법으로 교육받은 사람입니다. 질서와 조화의 삶을 추구하는 철학도였고 랍비가 되기를 원했던 유대교 열혈주의자였습니다. 지금은 부활의 주님을 만나 변화된 새 삶을 사는 바울이었지만 그는 여전히 죄 아래 살고 있는 육신의 연약함에 절망하였습니다. 자신을 ‘죄 아래 팔린 노예’라고 비유했습니다. 성경은 모든 사람이 죄인이라고 말합니다. 죄의 행동보다 죄의 말은 더 많고, 죄의 말보다 죄의 생각이 더 많고, 죄의 생각보다 죄의 감정은 더욱 많습니다. 죄 아래 팔린 인생의 현 주소입니다. 죄는 우리 인생에 집을 짓고 주인 노릇 하고 있고, 선은 인생의 집에 손님처럼 가끔 찾아옵니다.
둘째, 악이나 선을 행하는 것은 나의 선택입니다. 율법의 의와 믿음의 의를 대조하는 가르침을 오해할 수 있기에 바울은 분명히 말합니다. 율법은 거룩하고 의롭고 선한 것이라 말합니다. 하지만 죄가 기회를 타서 법과 계명이 의도하는 목적을 인간은 이루지 못합니다. 오히려 금지하는 것에 대한 호기심으로 유혹에 빠지는 것이 인간의 약함입니다. 철학과 율법의 훈련으로도 육신의 욕망을 길들이지 못합니다. 바울은 길들일 수 없는 죄를 죽이는 방법으로 예수와 함께 죽고 장사지내어 죄에 대하여 죽기를 권면합니다. 인간은 죄에 대한 책임을 면할 수 없지만 죄의 불행을 당한 피해자이기에 바울은 어찌할 수 없는 죄인이라 말합니다. 나의 의지와 선택이 선하도록 우리는 은혜가 필요한 사람입니다.
셋째, 하나님의 법을 성취하기 위해 예수 안에 살아야 합니다. 바울은 마음에서 하나님의 법과 육신의 법 사이에 벌어지는 전쟁을 말하며 결국 죄의 포로가 되는 인간의 불행을 탄식합니다. 죄의 포로의 비참함을 우리는 언젠가 절감하게 됩니다. 바울은 죄의 포로에서 해방시키는 성령의 법을 선언했습니다(롬 8:1-2). 그리고 죄의 감옥에서 자유하게 된 인생이 예수 안에 사는 은혜를 말합니다. 죄의 포로가 아니라 은혜와 사랑의 포로가 된 사람만이 하나님의 법을 성취할 수가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