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식 목사

요한복음 21장은 부활의 주님이 미래의 교회에게 깊고도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덧붙이고 있습니다.

첫째, 우리는 과거로 다시 돌아갈 수 없습니다. 부활의 주님이 갈릴리에 먼저 가실 것이라는 천사의 메시지를 듣고, 제자들은 갈릴리로 돌아갔습니다. 어부였던 베드로의 제안대로 제자들은 고기를 잡기 위해 갈릴리 호수에서 밤새도록 수고했지만, 아침까지 한 마리도 낚지 못했습니다. 주님께서 호숫가에서 제자들의 모습을 지켜본 후에, 배 오른 편으로 그물을 던지라고 말했을 때, 그들은 많은 고기를 낚게 되었습니다. 어부 시몬이 주님을 만나 사람 낚는 어부가 되라는 소명을 받았던 장면과 유사합니다. 과거의 생활로 돌아가지만 고기 한 마리도 낚지 못하는 모습은 주님의 말씀을 생각나게 합니다: ‘나를 떠나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다’(요 15:5). 과거의 생활로 돌아가더라도 주님의 은혜와 사랑을 받지 않은 것처럼 살 수 없습니다. 주님의 사람이 되는 순간부터는 소명을 저버릴 수가 없습니다. 말씀에 순종했을 때 고기를 낚는 풍성함이 열매로 주어졌습니다.

둘째, 우리는 주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섬겨야 합니다. 부활의 주님이신 것을 알았을 때, 베드로는 호수로 뛰어내려 헤엄쳐 주님께로 갑니다. 주님은 제자들을 위해 숯불을 피우고, 준비하신 떡과 제자들이 잡은 고기를 구워 조찬을 함께 합니다. 과거의 시대를 마감하는 유월절 마지막 만찬이었다면, 새로운 시대를 여는 부활절 첫 조찬이었습니다. 베드로가 숯불을 쬐며 주님을 세 번 부인한 사실을 책망하기보다는 주님의 숯불 앞에서 세 번의 사랑확인을 하였습니다. 주님이 물으신 아가페(agape)의 사랑으로 사랑하지 못하는 베드로의 사랑(philia)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주님은 베드로에게 눈높이를 맞추어 그의 사랑을 받아주시며, 주님의 양들을 먹이라고 소명을 주어 실패에서 일으켜 주었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나의 섬김이 주님에 대한 사랑인지를 물어보아야 합니다.

셋째, 우리는 주님만을 바라보고 따라가야 합니다. 주님이 시몬에게 ‘나를 따르라’고 부르신 것처럼, 부활의 주님이 다시 이 말씀으로 제자로 살도록 불렀습니다. 베드로의 죽음을 예언처럼 말씀하실 때, 그는 경쟁관계에 있던 ‘사랑받는 제자’의 미래는 어떻게 될지 물었습니다. 그때 주님은 “네가 무슨 상관이야, 너는 나를 따르라” 고 말씀합니다. 주님을 사랑하고 따르는 사람은 다른 사람이나 다른 교회가 어떻게 무엇을 하는지 부러워하거나 경시하지 않아야 합니다. 각자에게 주어진 소명을 따라, 주님만을 따라가면 됩니다. 타인을 판단하거나 비교하지 말고, 주님께만 신실한 삶을 살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