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들과 마지막 밤을 보내시는 주님의 마음은 사랑으로 가득 찼습니다. 마지막 밤의 이야기는 미래의 교회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가르쳐 줍니다.
첫째, 다락방 공동체가 되어야 합니다. 유월절을 지키기 위해 주님은 예루살렘에 있는 익명의 제자로부터 유월절 음식을 먹을 장소를 소개받았습니다. 그의 집에 있는 큰 다락방이었습니다. 제자들과 함께 한 마지막 만찬의 방이었고, 주님의 부활승천 후에 120명의 제자들이 기도하던 중에 성령의 역사로 예루살렘 교회가 탄생한 다락방이었습니다. 그리고 예루살렘 교회가 박해를 받아 많은 교인이 흩어졌지만, 감옥에 갇힌 베드로를 위해 남은 교인들이 간절히 기도하던 다락방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만찬을 나누며 주님의 사랑의 계명을 들었던 말씀의 장소였습니다. 적은 인원이었지만 강력한 성령의 역사로 세계선교의 시발점이 되었던 교회의 시작이었습니다. 주님과 말씀을 경험하며, 기도와 성령의 역사, 성도의 교제가 있는 다락방이 진정한 교회입니다.
둘째, 서로 발을 씻어 주는 섬김의 공동체가 되어야 합니다. 예수님은 만찬 중에 자리에서 일어나 대야에 물을 담고, 허리에 수건을 두르시고, 제자들의 발을 씻고 닦아 주었습니다. 제자들의 선생이고 주인이지만 종처럼 섬겼습니다. 마지막 밤까지 누가 크냐라고 논쟁하던 제자들을 향하여 서로 발을 씻어주는 종이 되라고 친히 본을 보여주었습니다. 제자 베드로는 몸둘 바를 모르고 거절했을 때, 이미 죽을 죄에서 온전히 용서해 주셨지만 발씻김을 통해 매일의 삶에 있는 죄를 용서해 주시는 주님과의 친밀한 관계를 베드로에게 기대하셨습니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조차도 제자들과 교회를 위하여 마지막까지 섬기신 주님입니다. 발을 씻는 섬김은 배려를 넘어서 자신보다 남을 진정으로 높게 여기는 존중입니다.
셋째, 떡과 잔을 나누는 사랑의 공동체입니다. 요한복음에는 성만찬의 이야기는 없지만, 제자 가룟 유다가 떡조각을 받고 나간 모습을 부각시킵니다. 사랑의 공동체에서 홀로 떡조각만 받고 나가버린 유다의 영혼은 밤이었습니다. 예수님은 모든 사람을 차별없이 사랑할 것을 계명처럼 말씀하였습니다. 모든 것을 사랑함에는 상처와 상함이 따르게 됩니다. 상처받지 않으려고 마음의 문을 닫고 홀로 살아간다면, 그 삶은 상처받지 않는 안전함이 있을지라도, 사랑하고 사랑받는 일이 없는 지옥이 될 것입니다. 마지막 밤에 유언처럼 사랑의 새 계명을 강조하시는 주님의 떡과 잔을 나누며, 우리는 희생과 헌신의 사랑을 실천하는 공동체로 살아가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