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막절을 지키기 위해 예루살렘에 올라가시는 요한복음 7장 이야기에서 주님은 ‘자신의 때’에 대해서 말씀합니다. 이 주님의 시간은 특별히 그리스도인들에게 특별한 의미와 가치를 부여합니다. 주님은 어떤 시간을 사시는지 생각해 봅니다.
첫째, 주님의 시간은 일상에서 질서와 조화를 보여줍니다. 주님의 공생애에서 사역(말씀과 치유)에만 관심을 가지고, 주님의 일상이 어떠했는지 간과하게 됩니다. 물리적 시간(chronos)을 우리가 붙잡거나 늦추거나 빠르게 할 수 없습니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성경은 세월을 아끼는 지혜로운 삶을 권면합니다. 일상에 몰려오는 일의 홍수 속에 자신을 잃고 사는 부조화와 스트레스가 우리를 탈진하게 만듭니다. 주님의 올라가심을 강요하며 예루살렘에서 주의 영광과 권세를 나타내기를 기대하는 형제들의 요구를 거절합니다. 가버나움에 머물며 주님은 일상에서 하던 일을 계속합니다. 습관처럼 하던 기도를 계속하고, 늘 하는대로 안식일에 회당을 찾습니다. 때가 되면 절기를 지키려고예루살렘으로 올라가시는 주님의 일상은 영적 우선순위와 질서의 삶을 사신 것입니다.
둘째, 주님의 시간은 하나님의 시간입니다. 요한복음에서 주님은 ‘자신의 때’를 기다리고 준비하였습니다. 이 시간은 하나님의 시간, 곧 cairos라는 시간입니다. 십자가의 고난과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었고, 인자 예수가 영광을 받는 시간입니다. 일상에서도 하나님의 시간을 기다리는 것으로 구원을 위한 시간을 살았습니다. 카이로스라는 것은 ‘주어진 시간과 기회’를 의미합니다. 무분별하게 헛되이 보내는 시간이 아니라, 하나님이 맡겨주신 시간을 믿음의 사람들은 살아야 합니다. 시간은 ‘달란트의 비유’에서 떠나가는 주인이 종들에게 맡긴 달란트입니다. 주인이 돌아올 시간을 정하는 순간, 주인이 맡긴 것은 기회(cairos)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책임을 물을 위기(crisis)가 됩니다.
셋째, 주님의 시간은 구원의 시간입니다. 형제들의 강요를 거절하고 주님은 조용히 예루살렘에 올라갔습니다. 주님의 존재에 대하여 사람들은 ‘좋은 사람이다’ 혹은 ‘미혹하는 사람이다’라고 수군거렸습니다. 초막절 마지막 날에 주님은 사람들에게 주님께 와서 생수의 강을 마시라고 선포합니다. 채워지지 않는 인생의 갈증을 채우실 생수, 이 생수가 주님이 보내실 성령임을 말씀합니다(요 6:39). 사도 바울은 주님을 만나고 영접하는 시간이 사람들에게 은혜의 때가 되고, 구원의 날이 될 것을 말합니다(고후 6:1). 주님이 인생의 곁에 있는 시간을 만들 줄 아는 사람만이 인생의 시간을 허무함과 허비함 없이 풍요롭고 가치 있게 만들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