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의 예루살렘 성전정화는 모든 복음서에 나오는 사건입니다. 공관복음서(마태, 마가, 누가)에는 공생애 마지막 주간의 사건이라면, 요한복음서에서는 초기사역에 일어난 일로 더 깊은 의미를 가졌습니다. 성전의 모습에 대한 예수님의 분노가 어떤 것인지를 생각해 봅니다.
첫째, 거룩한 분노입니다. 예수님이 성전에 올라오셨을 때에 놀라운 광경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가축을 매매하는 상인들, 성전세를 위한 동전으로 바꾸어 주는 환전상, 그것들을 사는 백성들로 가득찬 시장터였습니다. 이 모습에 분노하신 주님이 채찍을 만들어 가축들과 상인들을 쫓아내고, 동전들을 쏟으셨습니다. 하나님의 집을 강도의 소굴로 만드셨다고 말씀하며, 성전(아버지의 집)은 만민이 기도하는 집이라 선포하셨습니다. 성전뜰이 시장이 된 이유는 쉽게 제물을 받을 수 있고, 빠짐없이 성전세(종교세)를 거두려는 종교적 탐욕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백성들은 제물의 가축을 성전뜰에서 편리하게 살 수 있었고, 상인들은 더 많은 이윤을 추구할 수 있고, 제사장들은 부당이익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예배자이기보다는 형식만 남은 종교인에 분노한 것입니다.
둘째, 열심을 가진 분노였습니다. 주님의 분노를 보고, 제자들은 후에 “주의 전을 사모하는 열심”의 시편을 기억했습니다. 하나님의 집에 올라오는 기쁨이 분노로 변한 것은 기도와 찬양의 소리를 듣지 못하고, 호객소리와 가축의 울음, 백성들의 흥정소리가 가득했기 때문입니다. 마가복음에서는 성전정화 사건 전후에 열매 맺지 못하여 저주받은 무화과나무 이야기가 있습니다. 열매 없는 성전 지도자들과 형식적 종교인들에 대한 저주를 상징합니다. 주님은 고난과 죽음을 앞에 두고도, 성전에서 기도와 말씀의 삶을 우선으로 하시고 성전을 찾는 열심이 있었습니다. 성전은 만민을 위한 예배와 기도의 집이기에 그것에 대한 사모함을 보여주셨습니다.
셋째, 사랑의 분노였습니다. 성전을 청소하시는 모습에 성전지도자들은 무슨 권위로 이런 일을 하느냐고 주님께 도전하였습니다. 주님은 성전을 무너뜨리면 사흘 만에 다시 짓겠다고 선포합니다. 이 말은 후에 공회에서 심문당할 때에 거짓증인들이 주님을 고발하는 이유가 되었습니다. 주님의 부활 후에 제자들은 이것이 ‘성전이 된 예수의 몸’을 의미하는 것임을 알았습니다. 예수님은 말씀이 육신이 된 존재이고 성전보다 더 큰 분이기에 이제 주님을 통하여 하나님께 나아갑니다. 물리적 성전이 필요가 없게 된 것입니다. 사도 바울의 말처럼, 이제는 우리가 성령이 거하시는 성전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거룩한 하나님의 성전이 되도록 주님이 우리를 사랑해 주신 것입니다. 성전정화는 참된 성전을 향한 주님의 사랑과 은혜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