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후 처음 맞이하는 절기는 주현절(Epiphany)입니다. 주의 나타나심을 기념하는 절기입니다. 요한복음 2장에는 세상에 나타나셔서 주님이 행하신 첫 표적(sign)이 있습니다. 흔히 가나 혼인잔치의 기적이라 부릅니다. 이 표적을 통하여 주님이 하신 일의 영적 의미를 생각해 봅니다.
첫째, 우리의 일상을 돌보셨습니다. 나사렛에서 가까운 마을 가나의 혼인잔치에 주님과 제자들, 모친 마리아가 초청받았습니다. 당시 유대인들은 결혼식과 잔치를 거의 일주일 동안 하였습니다. 공생애 사역에서 주님은 당시 종교지도자나 선지자와는 달랐습니다. 많은 사람의 이웃과 친구가 되시는 일상을 살면서 잔치에 초대되어 자주 어울렸습니다.‘포도주를 즐기는 자’라고 주님의 일상을 종교인들이 비난했습니다. 바리새인이나 세리의 잔치, 나병환자 시몬이나 세리장 삭개오의 집에 세속과 거룩의 자리를 구별 없이 가신 주님입니다. 일상을 비난하는 사람들에게 ‘지혜는 그 행하는 일로서 옳다’(마 11:19)고 말씀합니다. 세상의 구주로 나타나신 주님의 일상은 많은 사람을 가까이하며 병자들을 치유하였습니다. 생명과 진리를 전하는 지혜는 길가와 네거리와 성문 곁과 문 어귀에서 외쳐져야 합니다(잠 8:1-3).
둘째, 더 큰 기쁨을 주셨습니다. 잔치집에 포도주가 떨어진 것을 모친 마리아가 알렸습니다. 포도주는 사람들의 일상이었고 잔치에 빠질 수 없는 것이었기에 사람들의 기쁨이 그칠 것을 염려했습니다. 물로 포도주를 만들어 주심으로 주님은 사람들의 기쁨이 계속되게 하였습니다. 인생이 가지는 기쁨은 그칠 날이 있습니다. 돈과 재물, 명성과 인기는 있다가 사라질 기쁨입니다. 세상의 구주로 오신 주님은 주님 안에 있는 참되고 풍성한 기쁨을 줍니다. 마리아의 알림에 주님은 ‘자신의 때’가 아님을 말씀합니다. 고난의 때를 말씀하며, 참된 기쁨은 십자가의 은혜로 오게 될 것을 말씀하였습니다. 주님이 주시는 기쁨은 충만하면서도 완전한 기쁨입니다.
셋째, 우리를 변화시켰습니다. 주님은 정결예식을 위해 있던 돌항아리에 물을 채워 연회장에 갖다주도록 하였습니다. 정결식의 물은 손의 더러움을 씻는 것이지만, 그 물이 변한 포도주는 겉모양이 아니라 내적 질적인 변화가 되었습니다. 주의 오심은 우리에게 본질적 변화를 가져다 주었습니다. 인생은 사라질 기쁨에 취하지만, 주님이 주시는 것은 참되고 영원한 기쁨입니다. 처음보다 더 좋은 포도주, 마지막에 임하는 천국의 기쁨은 세상 것과 비교할 수 없습니다. 마리아는 말씀이 만들어낼 기적을 기대하며 ‘무슨 말씀을 하시든지 그대로 하라’고 말하였습니다. 첫 표적은 일상에서 주님을 만나는 삶이 참 기쁨과 변화를 만들어 줄 것을 전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