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려주일입니다. 이 주간은 고난과 수치의 이야기로 이어지지만 부활과 영광으로 마칩니다. 애굽에서 수치를 당한 이스라엘 백성은 약속의 땅에 도착하여 영광을 얻게 됩니다. 요단 강 건너 첫 지경 길갈에서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첫째, 할례를 받았습니다. 요단 강 건너 길갈에 도착하고 큰 성 여리고를 마주한 이스라엘 백성은 하나님으로부터 모든 남자가 할례를 받도록 명을 받았습니다. 전쟁을 목전에 두고 할례를 받는 것은 무모한 일이 될 수 있지만, 할례는 땅과 후손을 약속하신 하나님의 언약표징이었습니다. 약속의 백성이 되는 성별의 의식이었습니다. 출애굽 이후 광야에서 살아남은 2세대는 할례를 받을 기회가 없었지만, 이제 약속의 땅에서 하나님의 백성으로 자기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도록 할례를 명한 것입니다. 할례를 받아 전쟁하기 어려운 상태가 되리라는 의심보다는 전쟁은 하나님께 속하고 하나님이 싸우시는 영적 전쟁임을 믿었습니다.
둘째, 유월절을 지켰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할례를 받고 각자의 처소에서 낫기를 기다리며 유월절을 지켰습니다. 유월절은 출애굽하던 날 밤을 기억하는 절기입니다. 양의 피를 바른 이스라엘의 가정을 죽음의 사자가 넘어가고, 무교병과 쓴 나물을 먹으며 고난을 새겼습니다. 유월절을 지키며 애굽을 떠난 밤은 여호와의 밤이 되었습니다. 아브라함에게 약속했던 400년이 된 유월절 밤이었고, 모세에게 약속했던 40년 광야세월을 마치는 유월절 밤이었습니다. 이제는 기적의 만나를 먹고 살지 않고, 가나안 땅의 소산물을 스스로 만들어 먹고 사는 새로운 삶이 시작되기에 만나가 그쳤습니다. 할례를 받아 약하게 된 것은 무능하게 된 것이 아니라 약함을 통하여 강하게 된 것입니다. 진정한 승리의 비결입니다. 애굽의 수치를 비로소 떠나가게 된 것이 길갈이었습니다. 수치와 불행의 과거를 떠나 복된 현재와 미래를 살게 되었습니다.
셋째, 여호와의 군대 대장을 만났습니다. 여리고 가까이 왔을 때 여호수아는 여호와의 군대 대장을 만났습니다. 이스라엘 백성, 곧 하나님의 군대가 비로소 진정한 대장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 존재는 예수 그리스도라 할 수 있습니다. 여호와의 군대 대장은 여호수아로 하여금 이곳이 거룩한 땅이니 신발을 벗도록 명하였고, 여호수아는 신발을 벗고 그 앞에 엎드렸습니다. 약속의 땅을 차지하기 위해 먼저 와 계신 하나님이었습니다. 모세가 하나님을 만난 양치기의 땅은 거룩한 땅이 되었고, 약하게 된 백성들이 있던 땅은 하나님이 만나주셨기에 거룩한 땅이 되었습니다. 인생의 신발을 벗는 내려놓음으로 하나님이 앞서 싸우시는 승리의 영광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