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계시록 11장 후반부는 일곱째 나팔을 불며 나오는 환상의 이야기입니다. 이 환상은 하늘의 예배를 다시 보여줍니다. 세 번째 큰 재앙의 화를 기대하는데, 놀랍게도 예배를 통하여 하늘의 메시지를 전합니다.
첫째, 세상 나라가 주의 나라가 됩니다. 일곱째 나팔과 함께 하늘에서 큰 음성이 “세상 나라가 주와 그리스도의 나라가 되어, 그가 영원히 통치하실 것이다”라고 찬양합니다. 심판과 재앙을 기대하던 세상은 반전을 맞이합니다. 재앙은 결국 세상 나라가 주의 나라가 되게 하는 하나님의 역사입니다. 로마와 황제숭배를 거부하는 교회는 핍박 가운데 있지만, 요한은 하늘예배에서 천사들과 이십사 장로의 경배를 받으시는 하나님과 주님의 영광을 보았습니다. 하나님의 뜻과 나라는 이미 이루어졌습니다. 예루살렘 성전산에 성전이 다시 세워질 것을 기대하는 정통 유대교인은 회복의 종말론을 주장합니다. 하지만 계시록은 역사적 왕국이나 성전 회복이 아니라 세상 나라가 주의 나라가 되는 비전을 예배에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인종과 종교와 나라를 초월하여 주님이 통치하시는 나라입니다.
둘째, 지금도 계신 주 하나님입니다. 하늘예배에서 이십사 장로가 옛적에도 계셨고 지금도 계신 주 하나님이라고 경배합니다. 이 표현에서 ‘오실 하나님’이 놀랍게도 빠져 있습니다(계 1:4, 8; 4:8). 그 이유는 미래의 하나님 나라가 세상에 시작되었기 때문입니다. 더 이상 미래의 하나님 나라가 아니라 성도는 주인이신 하나님의 통치를 지금 경험하게 됩니다. 이것을 ‘실현된 종말론’(realized eschatology)이라고 부릅니다. 요한복음은 이 종말론을 강조하며 미래의 부활이 아니라 주님이 부활이고, 미래의 영생이 아니라 지금 주님과 하나님을 아는 것이 영생이라고 말합니다. 지금 믿는 것으로 사망에서 생명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과거와 현재의 하나님만을 특별히 찬양한 것은 하나님의 나라가 성도의 삶에 시작되었기 때문입니다.
셋째, 주를 경외하는 자들과 땅을 망하게 하는 자들이 있습니다. 믿음과 불신, 순종과 불순종의 중간지대는 없습니다. 온전히 믿지 않는 것은 불신이며, 온전히 순종하지 않는 것은 불순종입니다. 믿는 자와 믿지 않는 자, 하나님을 경외하는 자와 경외하지 않는 자만 세상에 존재합니다. 세상 분노보다 하나님의 분노가 더 두려운 것은 산 자와 죽은 자를 심판하시고, 몸과 영혼도 멸하실 하나님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을 두려워하며 믿어야 하는 것은 성직자와 평신도, 작은 자와 큰 자의 구별이 없습니다. 믿음의 민주화입니다. 지위와 직분을 가진 것으로 보상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믿음을 따라 보상을 받는 하나님의 나라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