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구제부는 매달 한 번씩 월계동에 사시는 형편이 어려우신 어르신댁에 반찬을 만들어 방문을 합니다.
한달에 한번 뿐인 이 날이 왜 그렇게 빨리 돌아 오는 것 같은지 매달 말일 경이 되면 마음이 분주해 집니다.
아침부터 분주한 마음으로 오늘 방문해야 하는 어르신 댁을 한집 한집 생각하며 교회로 향합니다.
이번달에는 1여전도회 집사님들께서 반찬을 만들어 주셔서 어찌나 감사한지 모르겠습니다.

소민이 할머님은 저희들을 언제나 시집간 친딸들이 놀러온 것 마냥 기쁘게 맞이해 주십니다.
그 기뻐하심에 감사함을 느낍니다.
할머니께서 타 주시는 밀크커피는 정말 맛있습니다.
비법은 할머니만의 물의 양인것 같습니다.
진하고 달달한 액기스같은 밀크커피는 중독성이 강합니다.

세 손주들을 돌보시는 지용이 할머님.
할머님은 언제나 깔끔하시고 단정하시며 세손주에 대한 사랑과 애정이 각별하십니다.
손주들의 성적표를 스윽 내미시며 은근히 자랑하시는 할머님....
젊은 엄마들 처럼 세상적 지식이나 물질적 지원은 덜 할 수 있으나 남모르는
할머님의 수고와 노력속에 아이들이 잘 자라는 것을 보면서 저를 돌아보며 반성하게 됩니다.

김창순 할머님께서는 아직 교회에 다니시지 않고 계십니다.
저희가 가서 기도를 해 드릴려고 하면 늘 빨리 죽게 해달라고 기도하라 하십니다.
하지만 그 말씀이 진심이 아님을 알기에 또 아직 돌아가실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시기에
할머님의 마음의 평안과 영혼구원을 위해 기도해드리고 옵니다.

정병동 할아버님댁을 처음 방문했던 날은 정말 충격이었습니다.
주차장 한쪽 구석을 가정집으로 개조해 사시는 할아버님댁은 부엌과 방 여기저기에 쥐똥이
굴러다니고 있었습니다.
처음보다 많이 좋아진 거라는  집사님들의 말씀에 정말 뭐라 할 말을 잃었었습니다.
매달 청소를 해드리고 쥐들이 다닐만한 통로를 차단하고 나니 좀 더 나아지는 것 같았습니다.
오늘도 열심히 청소를 해드릴 마음에 간 할아버님댁에 들어가질 못 했습니다.
미리 복지사님의 연락을 못 받으신 할아버님께서 병원을 가시고 안 계서서
그냥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청소를 해 드려야 되는데.....
저희들이 아니면 몸이 불편하셔서 제대로 청소하시기 어려운 할아버님이시기에
제대로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리게 만드신 복지사님을 원망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방문한 댁은 송정석 할아버님.
할아버님이 드디어 기다리시던 임대아파트로 이사를 하셨습니다.
새집에 처음 방문하는 날이라 새 침구를 선물로 사가지고 갔습니다.
도배도 깨끗하게 되어있고 새 침구를 깔아놓으니 정말 신혼집 같았습니다.
기분이 좋았습니다.
새집에서 좋은 이웃분들 많이 만나시고 즐거운 시간들을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할아버님이 쓰시던 이불을 세탁하기위해 가지고 나오는데 미리 현관 앞에서 기다리고 계시던
할아버지께서 배웅 인사를 하시다고 눈에 한 가득 눈물을 보이십니다.
손을 잡아 주시며 위로 해 주시는 다른 집사님들과 달리 저는 고개를 돌리며 외면했습니다.
아직 제 마음이 온전히 열리지 않았음에.......그럼에도 구제부일을 하고 있다는것이
부끄러웠습니다.
헌데 집에 돌아와 한참이 지난 후에  불현듯 할아버지 눈에 고였던  눈물이 자꾸 자꾸
떠올라 울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한달에 한번뿐인 이 시간......한달에 한번인데 자주 돌아오는 것 같은 분주함으로......
어르신들께는 한달중에 정말 기다려지는 하루일 수 있는 이 시간을 ...

내가 해야하는 일로 생각하며 의무적으로 하고 오는 것은 아닌지
늘 다녀오면 아쉬움이 남습니다.

어르신들 다음달에 저희가 갈 때까지 건강하세요.
맛있는 반찬 들고 달려가겠습니다.
그때까지는 제 마음도 한뼘정도 더 열리고 더 자라기를 소망합니다.

함께 봉사해주신 김애자, 이옥경, 이선영, 김은영, 서나영, 고정연집사님 감사합니다.
혼자라면 감히 할 수 없는 일을 함께 도와주심으로 즐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