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1939년 4월 파릇한 봄의 기운이 무르익고 있을 무렵, 미국 워싱턴 링컨기념관 앞에서는 7만여명이 운집한 가운데 한 흑인 여가수의 공연이 열렸다. 그녀는 원래 미국 의회 연주홀에서 콘서트를 하기로 했었는데 흑인이라는 이유로 취소가 되어 버려서 허탈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여 급박하게 공연 장소가 링컨 기념관 앞의 야외무대로 바뀌게 되었다. 그녀는 기념관 안에 좌정해 있는 링컨이 굽어보는 가운데 자신이 준비한 곡들을 불렀고, 광장에 구름처럼 모여있던 청중들을 감동의 도가니에 몰아넣었다.

그녀는 가난한 흑인의 자녀로 태어나 음악의 정규교육이라고는 받아본 적이 없었던 ‘마리안 앤더슨(Marian Anderson, 1897~ 1993)’이었다. 말년에 한 기자가 가장 감격스러웠던 순간에 대해 질문하자, “어머니에게 더 이상 남의 빨래를 하지 않아도 됩니다.”라는 말을 할 때였다고 할 정도로 그녀는 소박했다. 그만큼 그녀가 헤쳐나가야 할 가난이 절박했음이다.

그녀는 한국에도 두 번 정도 왔다고 한다. 한 번은 한국전쟁 막바지인 1953년이었고 두번째는 1957년이었다. 전쟁 중인 나라에 주한 미군 위문공연을 왔을 때 전쟁의 상처에 몸과 마음이 찌들어있던 피난민을 위해 부산의 한 초등학교에서 야외공연을 할 정도로 그녀는 소탈했다.

한 번은 연주여행 중에 식당 아르바이트를 하는 한 여학생에게 사인을 부탁 받은 자리에서, 자신의 연주회에 돈이 없어서 올 수 없다는 사연을 듣고는 즉석에서 라이브 곡을 불러주기도 했다 한다. 그녀는 자신이 가난했던 어린 시절을 언제나 잊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진정 ‘난’ 가수이기 이전에 ‘된’ 가수였다.

그녀는 지금도 흔하지 않은 콘트랄토(Contralto) 가수였는데, 여성음역에서 가장 낮은 목소리인 콘트랄토 음역의 그녀의 노래를 들으면 어딘지 엄숙하면서도 슬프고 여성의 음색이면서도 묵직함이 느껴진다. 1935년에 흑인으로는 처음으로 잘츠부르크 음악제에 초대되었는데, 이 때 지휘를 맡았던 대지휘자 토스카니니는 “그녀는 백 년에 한 번 나올 만한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면서 그녀의 목소리를 극찬했다.

워낙 오래전 가수이기에 전해지는 음원이 많지 않고 음원도 낡아서 듣기에 깔끔하지 않은게 안타깝다. 그녀가 부른 대표적인 흑인영가 <Deep River>를 들어보라. 그녀의 중저음을 통해 들려오는 메세지는 깊은 강만큼이나 깊이있게 영혼을 울린다.

Deep river
My home is over Jordan
Deep river
Lord, I want to cross over into campground
Oh, don’t you want to go
To that gospel feast, that promised land
Where all is peace
For deep river, Lord
I want to cross over into campgrou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