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어제 빗 속에서 우리 애들을 태국으로 보냈습니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열정과 기대로 설레이는 애들을 보면서
꼭 1년 전 몽골 비전 트립을 떠날 때를 떠 올립니다.
그 때도 비가 많이 왔었습니다.
이제 우리 애들이 더 크고 더 넓고 더 깊어져 돌아오기를 소망합니다.  
보낸 사람들의 기도의 몫도 감당해야 하겠습니다.
그 때 갔다 와서 쓴 선교후기가 있어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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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선교 체험기> 전성현

몽골 선교 트립이 막연한 상상이 아닌 구체적 현실로 다가오면서 사실 많은 걱정이 앞섰다.
우선 내가 갈 수 있을까 확신이 없었다. 공교롭게도 그 기간 중에 몇 개의 세미나도 잡혀 있었고, 강의 요청도 있었고, 평가위원으로 지방 출장 요청도 있었다. 이 모든 것이 가지 않아도 되는 핑계로 다가와서, 내심 마음이 복잡했다.

그런데 하나님은 가끔 상황을 통해 사람을 몰아가시는 듯 싶다.
내 복잡한 속 마음과는 상관없이 나는 당연히 가는 사람으로 분류되어 있었고, 상황도 그렇게 흘러갔다. 그래서 그냥 그렇게 두기로 했다.

그러면서 깨달은 것은 뭔가 ‘시간’의 절대성 같은 것이다.
삶에서 일주일을 뚝 떼어 하나님께 바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 또 반면에 그랬을 경우 그것이야 말로 참 진정한 제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우리가 하나님께 드릴 수 있는 가장 큰 제물은 우리의 ‘시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의 속마음이야 어떻든, 그 마음이 순수하든 순수하지 않든, 열정이 있던 없든, 별 상관없다.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그냥 우리의 시간을 내어 놓는다면, 그것이야 말로 가장 절대적 제물이고 가장 온전한 제사이다. 시간은 곧 생명이다.

그런 면에서 선교사의 헌신이 다시 다가온다.
선교사들이야 말로 그들의 생명을 바친 사람들이다.
그 믿음의 크기와 상관없이 가장 위대한 제사를 드리는 사람들이다.
그냥 어딘가에 가서 머무른다는 것, 하루 24시간 일년 365일을 비록 내키지 않아도 특별한 열정이 없어도 자주 짜증이 나고 낙담이 되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기서 도망쳐 나오지 않는다는 것, 그 시간을 바치고 견디어 낸다는 것, 그것이야 말로 우리가 드릴 수 있는 소위 순도 100%의 제사이다.

몽골은 마치 아득하게 잊고 있었던 옛 고향으로의 여행 같은 느낌이었다.
못살고, 그래서 잘사는데 대한 갈망과 욕심으로 어지럽지만, 그럼에도 순수하고 순박한 나라. 퀭하니 넓게 퍼진 땅덩이 마냥 그렇게 메마르고 황량하지만, 그 황량한 대지를 뚫고 나오는 새싹 마냥 그렇게 가장 근원적인 생명력으로 꿈틀거리는 나라.

이승훈 선교사님을 만났다.
특별히 카리스마가 있고, 열정이 넘치지는 않는데도, 큰 바위처럼 든든했다.
자기의 시간, 자기의 생명으로 제사를 올리는 사람들이 가지는 그 근원적 안정감도 느껴졌고, 화려한 업적보다는 한 명의 사람을 키우는 것이 소중하다는 선교철학도 가슴에 와 닿았다. 돌이켜 보면 참 ‘몽골’ 같은 분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또 깨달은 것은 선교 트립이란 결국 사람을 만나는 일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우리의 헌금으로 우리 애들을 선교 트립을 보내는 것은 이런 바위 같은 사람, 산 같은 사람, 바다 같은 사람들을 만나라고 보내는 것이다. 그 사람들을 보면서 배우라고 보내는 것이다. 세상을 사는데 화려한 성공과 출세의 삶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모습의 삶이 있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모습이 어떤 부귀영화 못지 않게 멋지고 풍요로울 수 있다는 것을 알라고 보내는 것이다.

이번 선교트립을 같이한 아이들은 참 귀한 보석 같은 아이들이다.
하나 하나가 어쩌면 저렇게 참하고 당차고 착하고 자유롭고 순진할까 감탄한다.
우리 어른들의 횡포에도 불구하고 참 잘 자라나 준 아이들이다.
그 아이들의 마음에 뿌려진 몽골 선교트립이란 씨앗이 그들의 삶에서 어떤 열매로 나타날까 궁금해진다. 기대도 된다.

이번 선교트립을 위해 많은 집사님들이 기도와 헌금으로 후원해 주셨다.
그 분들께 감사 드리며 내년에는 더 많은 집사님들이 참여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그리고 선교에 대한 교회의 관심이 더욱 높아지기를 기도한다.

항상 우리 삶을 새로운 사건과 동기와 꾸며주시는 하나님께 찬미와 영광을 올린다.
할렐루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