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올린 사진은 지난 5월 한국에서 친구들과 함께 찍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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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여자 대학교회와  여전도회 여러분께!

주님 안에서 그 동안 평안하셨습니까?

감사의 편지를 써야지 마음을 먹으면서 어찌 어찌하다 보니 이렇게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 동안 노진숙 집사님을 통하여서 들으니 저를 위하여 많이 기도하여 주신다니 얼마나 감사한지요. 지난 번 후원하여 주신 것도 정말 감사 드립니다. 저에게는 물질적인 후원의 의미를 넘어서 많은 위로를 받는 시간이었습니다.

지난 번 교회를 방문한 후에 저는 한국에서 난소 한 쪽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고 한 달을 지나서 비행기를 타야 한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에 수술 후 한 달을 채워서 다시 필리핀으로 돌아왔습니다. 여전히 수술 후 하혈이 멈추지 않은 상태였지만, 이 곳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좀 더 시간을 한국에서 보낼 수가 없었습니다.

저의 계획은 올해 이 곳에서 유치원을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정상적인 절차를 거치면 교육부의 허가를 받기까지 준비 작업만으로도 1년이 소요되므로 빨리 서둘러야 한다는 생각이 가득했습니다. 이제 비전으로 품었던 방향으로 사역을 시작하리라는 기대와 소망으로 왔지만, 그건 저의 생각이었습니다. 아직은 정확히 모르겠지만, 하나님 아버지의 생각은 저와 좀 다르신 것 같습니다. 아니면 아직 제가 준비가 안되어서 때가 아닌 것 같기도 합니다. 항상 그러하듯이 우리가 시간을 좀 보내보면 하나님의 뜻이 어디에 있으셨는지, 어느 때가 우리에게 적절한 시기였는지 그리고 하나님의 방법과 시간이 옳았다는 것을 발견하고 간증하겠지요.

솔직히 고백하자면, 제가 참 성급한 것 같습니다. 선교사로 와서 신학교 다니느라 시간을 많이 보냈는데, 이제 졸업도 하였으니 하나님 기뻐하시게 열심히 뭔가 내가 해드리자 뭐 그런 생각을 하였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뭔가 꼬이고 길이 안 열리는 것 같으니 내심 답답하고, 아버지한테도 좀 섭섭한 마음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겉으로뿐만 아니라 제 속으로도 전혀 그런 생각을 품지 않았다고 생각했었지요. 그런데 속일 수는 없나 봅니다.

생각이 건강하지 못하다 보니 몸이 병들었습니다. 감기 몸살처럼 아픈 것이 심해지고 머리가 너무 아파서 잠을 잘 수가 없고, 먹을 수도 없고 급기야는 심한 탈수 증상으로 병원에 입원까지 하였습니다. 입원하기 몇 일 전에 응급실에 갈 때까지 체온이 39.5도 인지 혈압이 그렇게 올라 갔는지 자각도 못하였습니다. 그냥 강한 진통제만 맞은 채 집에 왔다가 결국은 몇 일 후 병원에 입원하였습니다.

퇴원한 후에도 뭔가 나아지는 기미가 보이지 않고 더욱 힘들기만 하였습니다. 그냥 한국에 가서 어머니께서 해주시는 밥만 먹어도 날 것 같은데, 여기는 정말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기도 부탁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한국에 문자를 쳤습니다.

나중에 듣고 보니 그 다음 날이 중보 기도 팀의 기도하는 날이라고 들었습니다. 기도를 부탁한 후 다음 날에 의료선교를 하시는 선교사님께서 오셔서 수액제를 나아주셨습니다. 한 이틀을 계속하여 포도당 주사를 맞은 후에 다시 하나님께서 돕는 사람들을 보내 주셔서 저에게 필요한 음식도 공급 받게 되었습니다. 다시 한 번 중보 기도의 힘을 느끼는 시간들이었습니다.

저 역시 아픈 중에 깊이 회개의 시간들을 가지며, 다시 한 번 하나님께 순복하게 되었습니다. 역시 모든 일은 하나님께서 하시며, 저는 단순히 주님의 도구일 뿐이라는 것을 되새겨봅니다.
계속하여서 많은 기도를 부탁 드립니다.

앞으로 소망하는 사역은 역시 학교 사역을 통하여 어린 시절부터의 기독교 교육을 시키는 것이며, 나아가 학교 사역을 통하여 필리핀인 선교 동역자를 얻어 제 3국으로 파송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사역을 시작하는 때는 제가 준비가 되었을 때 하나님께서 길을 여시리라 믿습니다.

지금은 계속하여서 전도사역과 성경공부 그룹을 이끄는 사역이 주된 사역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한 것은 기독교 학교에서 실내악 지도를 하는 것입니다. 이전에도 제가 가장 즐겁게 한 것이 전도 음악회였습니다. 하나님께서 제가 기뻐하는 것을 통하여 일 할 수 있도록 허락하여 주신 것을 정말 감사 드립니다.

기회가 되면 시골 고등학교에 새로운 음악을 소개하면서 (이곳은 바이올린도 보기 쉬운 악기가 아닙니다. 특히 시골에서는요), 성경 그룹을 개설하든 지 아니면, 지역 교회에 연결시키는 것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냥 전도 집회보다도 전도 음악회는 여러 준비가 많기 때문에 쉽지는 않지만, 하나님께서 인도하시면 부족하더라도 전도의 좋은 기회가 되리라 믿습니다.

다시 한 번 선교의 동역자로 여러분을 허락하신 하나님께 감사 드립니다. 저 역시 부족하지만, 교회와 여전도회를 위하여 기도하겠습니다.

                                      2011년 9월 17일
                                      필리핀에서 석혜경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