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벌써 자정이 넘었으니 어제 일이 되었습니다. 어제 저녁 저는 예술의전당을 다녀왔습니다.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마에스트로 중의 한 사람인 유태계 다니엘 바렌보임이 이끄는 서동시집오케스트라(WEDO;the West-Eastern Divan Orchestra)의 베토벤 교향곡 전곡 연주의 마지막 순서를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지난 8월10일부터 어제까지 나흘간 예술의 전당에서는 바렌보임이 이끄는 WEDO가 베토벤의 9개 교향곡 전곡을 연주했습니다.

마지막 프로그램은 교향곡 9번 <합창>이었습니다. 베토벤이 말년에 인생을 조용히 관조하는 듯한 3악장이 끝나고, 대규모 합창단의‘환희의 송가’가 콘서트 홀을 웅장하게 메우는 가운데 피날레의 긴장이 멈추는 순간,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감동의 기립 박수를 끝없이 보내고 있었습니다.

WEDO는 바렌보임이 팔레스타인 출신 석학 에드워드 사이드와 함께 1999년에 인류 역사상 가장 치열한 분쟁지역인 팔레스타인을 비롯한 아랍계와 유태계 젊은이들을 모아서 만든 화합의 오케스트라입니다. 필하모닉(Philharmonic)이라는 말이 원래 하모니(Harmony)를 좋아하는(Phil) 사람들을 지칭하듯이 정치, 인종, 종교, 사상 등 모든 것들을 뒤로 하고 음악을 통한 하모니를 추구하는 젊은이들이 모인 것입니다.

2년 전인 2009년 새해 첫날 유명한 비엔나필의 신년음악회 앵콜곡이 연주되기 직전, 지휘대에 선 바렌보임은 전세계 수억명이 생중계로 지켜보는 가운데 새해 소망을 말합니다.

“We hope 2009 will be a year of peace in the world and of human justice in the Middle East(2009년이 세계에는 평화의 한 해가 되며 중동에는 인간정의가 실현되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주목할 것은 그가 단순히 중동의 평화를 말하고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는 중동에서 정의가 실현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의 입장에서 보면 상당히 껄끄러운 메시지였을 것입니다. 유태인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중동에서 정의가 실현되기를 갈망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가 위대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오늘은 WEDO가 저녁 7시에 임진각 평화누리 야외대공연장에서 평화콘서트를 개최합니다. 분단의 상징인 임진각에서 교향곡 9번 <합창>을 다시 연주합니다. 또 다른 형태의 대립의 상징인 임진각에서 모든 사람이 진정한 의미의 형제가 되는 메시지를 음악을 통해서 호소한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환희여! 아름다운 주의 빛, 낙원의 여인들이여,
정열에 넘치는 우리들은 그대의 성소에 들어가리!
가혹한 세상이 갈라놓았던 것들을,
그대의 매력이 다시 결합시키는도다
그대의 고요한 날개가 머무는 곳에서,
모든 사람들은 형제가 된다…”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의 4악장에 등장하는 쉴러의 ‘환희의 송가’ 중 일부분입니다. 이 노랫말이 허리가 잘린 이 땅 구석 구석에 울려서 진정한 화합을 이루어내는 한 알의 밀알이 되기를 기원해 봅니다. 정치가 할 수 없는 일들을 예술이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를 진정으로 기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