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교회에서 여러 집사님들과 부대끼며 일하다 보면 개미와 베짱이가 보인다.
어떤 집사님은 한눈도 팔지 않고 부지런히 일만 하고,
어떤 집사님은 농담이나 실실하면서 일은 별로 안하고 밥이나 축내고 간다.

그렇다면, 교회 일에 농담파는 오지 않는 것이 나을까,
그것이 부지런파들로 하여금 일에 더 능률을 올리게 하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들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답은 아니다.
두 타잎의 집사님이 다 있어야 일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나 나름대로는 이 두 타잎을 개미와 베짱이 타입이라고 분류한다.
J 목사님은 이를 진지한 사람과 유쾌한 사람이라고 표현했는데,
흥미롭게도 그 분은 진지한 사람보다 유쾌한 사람이 한 수 위라고 하셨다.
개미가 열심히 일할 수 있었던 것은 베짱이의 시원한 노래소리가 피로를 씻어주었기 때문인가?

진지한 사람은 이성적이며, 논리적이고, 주어진 과제를 해내는데 관심이 많다.
공동체 내에서는 투철한 책임감과 능력으로 자신에게 맡겨진 일을 한다.
대체로 학창시절에는 모범생이었고,근면 성실하고 인내와 끈기가 있다.

유쾌한 사람은 이와는 달리, 감각적이고 즉흥적이며 즐기는데 관심이 많다.
공동체 내에서 노는 것을 리드하고,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만을 하고 살며, 창의적이고 자유분방하다.
순발력도 있고 같이 있으면 상대방을 재미있게 해주지만 맡은 일에는 관심이 없다.

얼핏 보면, 교회 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은 개미형의 인간인 듯 싶다.
무슨 일을 할 때, 개미타입의 사람에게 맡기면 결과물이 나오지만,
베짱이 타입의 사람은 아예 맡으려고도 하지 않는다.
공동체는 개미만으로 돌아갈 것 같고 베짱이는 없으면 더 좋을 것 같기도 한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진지한 사람과 함께 있으면 배울 점은 많으나, 재미가 없다.
진지한 사람은 실수를 잘 않으니, 상대방의 실수나 부족함에도 관대하지 않다.
반대로 유쾌한 사람과 있어보라. 일단 유쾌하고 재미있다.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유쾌한 사람은 상대방의 실수나 부족함도 잘 볼 줄 모르니 당연히 관대하다.

또, 공동체에 진지한 사람만 있다면 분위기가 무거워지고 일중독에 빠질 수 있다.
유쾌한 사람이 있어줘야 그의 농담에 웃어가며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일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두 타입이 섞여 있어야 그 공동체가 열매도 맺을 수 있으며 오래갈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교회 일에 누구보다 적극적이고 열정적인 집사님이
교회일에 소극적인 집사님을 안타까워하며 열변을 토했다.
도대체 그녀는 언제 교회 일을 할거냐고?
그런데 어떻게 보면 소극적인 집사님도 공동체 내에서 이미 자신의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내가 보기엔 열정녀는 개미이고, 소극녀는 베짱이이므로...
일도 안하고 놀고 있는 것 같으면서, 공동체에 뭔가를 보탤 수 있다면 그것이 더 고수인 셈인가.
J 목사님도 그러시지 않나?  진지한 사람보다 유쾌한 사람이 한 수 위라고....

추신 : 이상 저의 개똥 철학이었습니다.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말고 유쾌하게 받아들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