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남겨진 사람들과
신령과 진정으로 드리는 예배에 대한
지난 두주간 주일 설교 말씀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예수님은 떠나시면서
세상의 구원을 위해 무슨 특별한 비장의 무기를 남겨두지 않으셨습니다.
오직 그 분의 제자들,
그로부터 보냄을 받은 사람들 만을 남겨 두었습니다.
그리고 그들로 하여금
또 그들이 이룬 교회로 하여금
세상의 구원을 감당하게 하셨습니다.  

질문이 떠오릅니다.  
우리가 구원해야 할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 하는 질문.
또 과연 남겨진 자들이 그 위대한 사명을 감당할 수 있을까,
우리는 이렇듯 힘없고 연약한데 우리가 어떻게 무슨 수로 세상을 구원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

영화 밀양에서도 보듯이
우리는 세상을 구원하기는커녕 세상을 용서하지도 못하는 존재들인데 말이지요.

우선 ‘세상’이란 무엇일까 생각하게 됩니다.  
이 세상이 우리가 그 속으로 던져진, 그 안에 남겨진,
해서 구원해야 할 무엇이라고 한다면,
과연 그 세상이 무엇일까 하는 질문입니다.  

저는 그것이 ‘관계’가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가 살면서 맺는 관계,
그 촘촘한 관계의 그물망 말입니다.

우리는 모두 이처럼
살면서 감당해야 할
한 움큼씩의 관계가 주어져 있는데,  
그래서 축복처럼 또 저주처럼
그 관계를 짊어지고 살고 있는데,
그 관계야 말로 우리가 구원해야 할 대상이라는 것이지요.

그래서 세상의 구원이란 다름 아닌
내가 맺는 관계 하나 하나를 예수님이 바라시는 관계로 만들어가는 것,
그것일 수 있겠다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것이 바로 크리스천이 감당해야 할 ‘구원’의 몫일 수 있겠다 싶습니다.

관계란 참 여러 가지가 있는 것 같습니다.
좋은 관계도 있고, 나쁜 관계도 있고,
부담스런 관계도 있고, 무관심한 관계도 있습니다.
그 관계를 통해 힘을 얻기도 하고, 상처를 받기도 합니다.

이 관계를 구한다는 것이 과연 무엇일까 묻게 됩니다.

그 전에 물론 중요한 것은
그 관계로부터 도망치지 않는다는 것이 되겠습니다.  
관계 밖으로 그냥 걸어나가 버리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아무리 부대낀다 하더라고,
싫고 부담스럽다 하더라도
그 관계의 끈을 놓지 않는 것,
그 관계와 끝까지 붙들고 씨름하는 것,
이것이 바로 ‘구원’의 대전제인 듯 싶습니다.
진정 ‘관계’가 우리가 구원해야 할 대상이라면 말이지요.

다시 ‘관계’의 구원이란 무엇일까 생각해 봅니다.
사랑, 용서, 화해, 하나됨, …
여러 말들이 떠 오릅니다.

물론 정답이지만,
이러한 것들이 어떻게 ‘가능’할까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것이 사랑이 되든, 용서가 되든,
우리에게 그럴 능력이 있을까 묻게 됩니다.  
솔직히 자신이 없습니다.
우리 안에는 이러한 사랑과 용서의 능력이,
관계를 회복할 능력이,
세상을 구원할 능력이 없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예수님은 무엇을 믿고 우리에게 세상의 구원을 맡기셨을까,
그런 어려운 주문을 하셨을까 궁금해집니다.

신령과 진리로 드리는 예배에 대한 말씀에서
이 궁금증이 다소 풀리는 것 같습니다.

분명 예수님은 우리 안에 소위 믿는 구석이 있으셨고,
그것을 ‘신령’과 ‘진리’란 두 말로 표현하신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내 안의 신령 (spirit),
그리고 그 신령을 탄생시키는 진리 (truth).
그것이 무엇일까,
무엇이기에 예수님이 나를 믿고 세상의 구원을 맡기신 것일까,
참 깊은 묵상거리입니다.
할렐루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