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어느 권사님께서 향년 92세로 돌아가셨습니다. 남편은 불쌍하다며 데려다가 키운 어린 아이 하나를 남겨둔 채 일찍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 아이를 온갖 정성을 다해 길렀건만 얼마나 권사님의 속을 썩였는지 모릅니다. 자라면서도 권사님께 짐이 되더니 결혼해서도 권사님의 재산을 모두 탕진한 채 권사님을 떠나버렸습니다. 그 때부터 권사님은 혼자되셔서 이집 저집 옮겨다니며 사시다가 어떤 요양원에 가셔서 거의 돌아가실 지경이 되었습니다.

이즈음 권사님의 모교회에서 노인들을 위한 복지관을 개설하셨고, 권사님의 소식을 들은 목사님께서 권사님을 그곳으로 모셨습니다. 목사님은 권사님께서 전도사 시절부터 섬겼던 분이십니다. 목사님으로 부임하셔서 교회가 어려울 때에 권사님은 충성스레 섬기며 격려해주셨답니다. 목회사역을 포기할 지경으로 지쳐있을 때 “목사님, 오늘 설교하시는 데 목사님 뒤편에서 환하게 비치는 광채를 보았어요”, “목사님은 꿀단지를 품고 다니시는 것 같아요. 들려주시는 말씀이 꿀과 같이 달아요” 라고 말씀하셨답니다. “저같이 무능하고 어눌한 저에게 무슨 광채가 나고  꿀같은 설교가 나왔겠습니까? 그러나 그렇게 격려해주시는 권사님의 말씀이 저를 지금까지 세워주셨습니다.”라고 목사님이 입관예배에서 말씀하셨습니다.

  권사님이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죽음을 앞에 둔 며칠간, 목사님은 기도하기 위해 들르신 침상에서 권사님 손을 붙잡고는 한 마디도 못하고 눈물만 흘리다 돌아가시곤 하셨습니다

솔로몬은 모든 것이 헛되다고 하였는 데, 헛되지 않은 것이 있습니다. 무엇이 헛되지 않은 것일까요?

“그러므로 내 사랑하는 형제들아 견실하며 흔들리지 말고 항상 주의 일에 더욱 힘쓰는 자들이 되라 이는 너희 수고가 주 안에서 헛되지 않은 줄 앎이라(고린도전서 15:58)

그렇습니다.! 주안에서 수고하는 일은 헛되지 않습니다. 권사님은 그렇게 헛되지 않은 삶을 살다 가셨습니다. “권사님은 나의 어머니이고, 우리의 어머니였습니다. 비록 육체의 모습으로 볼 순 없지만, 우리의 마음에 영원히 남아 있을 것입니다.”

몇 년간 권사님의 수족이 되어 간호를 맡았던 집사님! 젊었을 때 방황하다 일본에서 한국의 선교단체를 통해 예수님을 만나 우여곡절 끝에 이 복지원에 오게 되었답니다. 대소변 가리며 모든 어려운 일을 감당했던 그 집사님의 울음소리가 발인예배의 정적을 깨뜨립니다. “권사님이 하늘나라 가신 것을 기쁜 데, 그분을 못보게 되어 슬프다”며 눈물을 가누지 못합니다

사람들이 “집사님!, 그동안 수고했어요”.라고 하자, 집사님은 “아니에요, 이것이 하나님의 축복이에요. 그런 권사님을 제가 모시게 된 것은 하나님의 선물인 것 같아요. 하나님께서 그분을 저에게 보내주신 것 같아요. 얼마나 그분이 사랑스러웠던지 몰라요. 저는 그분에게서 어떤 냄새도 맡지 못했어요”라고 답합니다.

모든 성도들이 그 모습을 보며 이런 일들은 사람의 사랑으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들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합니다.

“며칠 후 권사님을 만날 때까지 믿음생활에 흔들리지 말고 우리도 권사님의 길을 따라 갑시다.” 하관예배와 함께 권사님의 시신은 하장장의 뜨거운 불 속으로 사라집니다.

한 권사님의 소천이 백마디의 설교보다 더 많은 것을 저에게 주었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들은 어떤 설교보다도 은혜로운 순간이었습니다.


주) 이글에서 나오는 권사님은 저의 큰 이모님입니다. 이분을 통해서 저희 가족이 주님을 영접하게 되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