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나에게는 하나님에 대해  한가지 풀지못한 과제가 있다. 아니,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머리로는 이해가 되는데 내 마음은 아직도 하나님께 앙금 같은 것이 남아 있어서 불쑥 불쑥 서럽고 원망스러운....
신호를 무시하고 달리던 트럭에 아빠의 차는 휴지조각처럼 구겨지고 시신도 형체를 알 수 없을 만큼 상해 있었다고 했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분이고 가장 존경하던 분인데......  
자식을 잃고 가슴을 뜯으며 울부짖던 신애를 보면서 같이 울었다 (원래 눈물이 많아 잘 울지만 이날은 하나님에 대한 내 원망과 서러움이 함께 쏟아졌다.)
내가 신애와 다른 점이라면 신애처럼 하나님께 반항하지 않았다는것이다 (적어도 겉으로 볼때는....  더 열심히 새벽기도에 나가고 더 열심히 교회 봉사를 했으니까. 하박국 선지자처럼 그리 아니하실지라도 감사해요. 가 아니라 나에게 큰 고통은 주셨지만 하나님이 살아계심을 알기에 부인할 수 없었고 매달려 울 만한 다른 존재가 없었기 때문이라는게 더 정확한 내 대답이다.)
신애가 처음 밀양에 도착했을 때 종찬(?)에게 밀양은 어떤 곳이냐고 물어 봤을때, 행정구역상 경상도에 속해 있어서 경상도 말씨를 쓰고 인구가 몇 명이고 볼거리가 뭐구 하면서 겉으로 드러나는 밀양에 대해 이야기 한다.  그런데 자기가 사랑하는 여자의 아픔을 지켜보면서 신애의동생이 다시 한번 밀양이 어떤 곳이냐고 물었을때 자기도 모르겠다고 대답한다.
내가 하나님을 처음 영접했을때 하나님은 전능하시고, 살아계시고, 죽을 수 밖에 없는 우리를 살리시고.......  라고 자신있게 대답했었다.  하지만 하나님을 조금씩 알아 갈수록 감추어진 사랑의 비밀이 더 많음을, 내 입술로 그 사랑을 표현하기엔 내가 하나님의 사랑의 깊이와 넓이를 깨닫지 못한 게 많음을 고백한다.

신애에게 있어서 종찬은 하나님이 실제적으로 보여준 위로를 표현한다. 종찬이 거울을 들어 주는 행위를 통해 내가 너의 아픔을 같이 나누고 있음을, 거울이라는 모티브를 통해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과, 그가 들어주는 거울에 반사된 따스한 빛이 신애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장면에서 난 신애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보았다.  하나님의 내려주시는 빛을 받고있는.......  그리고 다음 장면
하나님의 빛은 어둡고 악취나며 다 쓴 세제통이 뒹굴고 있는 구정물이 고여있는 땅을 따스한 볕으로 감싸고 있다.
신애가 용서하러 갔지만 이미 하나님의 용서를 받고 평안한 모습의 유괴범을 보면서 파렴치한 인간을 용서한 하나님께 분노했던 신애에게 답을 주시는 것처럼......

그리고 나는 하나님의 주권을 보았다.
인간들이 더럽고 악취난다고 애써 외면하는, 썩은 물이 고여 있던 곳이 햇빛을 받아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기름진 땅이 되듯이 하나님의 은혜로 변화된 죄인이 더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도 있다.  
아니, 누가 하나님 앞에서 누구는 죄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인간의 잣대로는 정죄 할 수 있을지 몰라도 하나님 앞에서는 누구나 똑같이 냄새나는 죄인인것을......
나 같은 죄인을 부르시고 구원해 주신 분도 하나님이시고 내가 가장 사랑하는 아빠를 데려가신 분도 하나님이시다.
그런데 하나님 앞에 나는 할 말이 없다.
하박국 선지자와  에스더 같은 믿음을 주시길 기도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