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작년 추수 후 심은 보리가 벌써 누렇게 익었습니다. 건강하시죠?

2006년 1월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발병/   같은 해 5월 26일 골수이식을 한 수지입니다.

벌써 이식한 지 일년이 다 되었습니다.  빡빡 깎은 머리로 지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말이지요.
지난 일년 반 동안 기도와 관심,  격려 보내주심에 감사해서 이렇게 글을 씁니다.

요즘은 꾸준히 한달에 한번 외래 진료를 받고 있고,   5월 31일 감염내과에서 예방접종을 했습니다.
신생아처럼 예방 접종을 처음부터(DPT, 간염) 다시 시작합니다.
의사선생님께선 긴장의 고삐를 풀지 말라며 더 조심해야 할 때라고 하십니다.

발병했을 땐 그저 밖에 못 나간다는 것만 생각하느라 아픔도 몰랐습니다.
삭발을 하고도 그 모습이 어릴 때랑 똑같다고 깔깔대며 사진을 찍어 아빠한테 전송했을 정도니까요.    처음 겪는 아픔에 당황은 했지만 조급한 마음은 없었고,  병실에서 가장 잘 지냈던 것을 보면서 느꼈습니다.  '하나님께서 두려움,  걱정을 내게서 없애주셨구나.' 라고요.
참 감사하죠.    하루가 급한 발병 후 바로 무균실로 들어갈 수 있었고,  좋은 의사선생님을 만났고,  하나뿐인 동생과 골수이식에 필요한 조직 적합성 항원(유전자)이 일치해 이식 걱정은 한 적도 없었으며,   많은 건강한 혈소판 공여자들 덕분에 더 힘든 사람을 도울 수 있기까지,  게다가 먼 집의 사정으로 곤란(당시엔 일 주일에 한번 외래 진료)했을 때에 좋은 집이 마련되었고,  소식을 들은 정말 많은  분들의 물질적 도움과 기도로  지금까지도 장기치료에 따른다는 우울증은 찾아온 적이 없습니다.

같이 치료받던 열명의 20대 중 남은 사람은 저까지 3명 뿐입니다.
그때마다 먼저 하늘나라 간 친구들의 몫까지 살아야겠다는 책임감이 더해집니다.
40도에 이르는 열이 지속됐는데도 금요일 저녁(철야기도)만 되면 정상 체온으로  돌아오는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고    이렇게 제가 살아있는 것으로 보아   이 땅에서 제가 반드시 하고 가야할 사명이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완치 판결을 받는 날까지 쉬는 동안 모난 부분을 잘 갈고 닦아  하나님께 영광을 돌릴 그 날을 위해 열심히 살겠습니다.
앞으로도 기도 부탁드리고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윤수지양은 저희 교회가 돕는 전북 고창의 무장교회 윤석산 목사님의 딸입니다.
한동대에 입학원서를 내는 동안에 갑자기 발병해서 지금까지 치료중에 있습니다.
처음에 병명을 알고 치료비가 많이 든다고 했을 때 목사님은 엄청난 치료비때문에 포기하려고 생각하셨답니다.
그러나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지금 완치 단계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