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지난 주일에는 1부 예배를 매우 서둘러 보고
30년지기 친구와  봄을 품은 수락산을 찾았다.
가파르고 힘든 깔딱고개쪽에는 등산객이 적은대신
하산길 쪽 코끼리 바위쪽에 오니 백화점 할인 행사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많은 분이 올라오고 계신다.
말 없는 산이지만 단단한 바위 사이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나무와 바위를 의지하고 그 도움을 받아 위험한 길을 넘다가
말 많고 많이 소비하는 내가 다른 사람과 자연에게는 정녕
얼마나 도움이 되는 존재인지 생각해 본다.
하산길 초입 공원에는 산수유와 개나리 그리고 이름 모를
봄꽃과 연두색 새싹과 따스한 봄 햇살이 천국같다.
그런데 이 곳에 예전엔 눈여겨 보지 못했던 천상병 시인의
작품과 각종 기념물로 천상병 시인의 사색 길이 조성되었다.
내가 참 좋아하는 시인이었기에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이 시, 저 시 읽어보다가 이 곳에 몇장의 사진과 함께
옮겨 본다. 봄 이 가기전에 한 번 찾아 봄직한 좋은 곳.
하산 길에 유명한 얼큰수제비집에서의 점심식사도 일미.

=============================================


행 복

나는 세계에서
제일 행복한 사나이다.

아내가 찻집을 경영해서
생활의 걱정이 없고
대학을 다녔으니
배움의 부족도 없고
시인이니
명예욕도 충분하고
이쁜 아내니
여자 생각도 없고
아이가 없으니
뒤를 걱정할 필요도 없고
집도 있으니
얼마나 편안한가.
막걸리를 좋아하는데
아내가 다 사주니
무슨 불평이 있겠는가.
더구나
하느님을 굳게 믿으니
이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분이
나의 빽이시니
무슨 불행이 온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