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이왕 어려운 ‘관계론자’로 낙인(!) 찍힌 이상,
관계에 대한 얘기를 좀 더 하고 싶습니다.

관계는 대게 관계를 맺는 주체, 곧 ‘나’(self)에 대한 개념에서 출발한다고 합니다.
이 ‘나’는 나와 구별되는 ‘남’(the other)을 낳고,
그래서 관계는 이 ‘나’와 ‘남’의 부딪침으로 이루어집니다.  
이 부딪침이 기분 좋은 감촉을 만들어내면 좋은 관계가 되고,
아니면 불편한 관계가 됩니다.

그러나
모든 관계의 문제를 해결하는 ‘비밀’이 무엇인가 했을 때,
저는 그것이 기분 좋은 ‘부딪침’이 아니라
힘든 ‘집어넣기’의 문제가 아닌가 생각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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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어넣기’는 이렇게 설명할 수 있습니다.

A, B 두 사람이 있을 때,
관계란 A의 ‘나’가 더 이상 A가 아니라 A+B가 된다는 것입니다.
A = A+B란 설명할 수 없는 등식이 만들어진다는 것입니다.

물론 여기서 등식의 두 A는 같은 A는 아니겠습니다.
관계 이전의 Old A와 관계 이후의 New A가 있고,    
그래서 New A = Old A + B 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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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관계에 있어서 ‘집어넣기가 중요하냐 하면,
모든 좋은 관계는 이처럼 ‘나’ 속에 상대를 집어넣을 때,
그래서 더 이상 Old A의 관점에서만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A+B의 관점에서 세상을 보게 될 때, 비로소 가능해 짐을 보기 때문입니다.
이런 ‘집어넣기’가 없으면 관계는 항상 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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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집어넣기’는
단순히 상대에 대한 존중, 배려, 등 소위 관계의 덕목 차원이나,
혹은 A는 그대로 있는 채로
상대의 입장, 곧 B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는 역지사지 차원의 문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
그 차원을 훌쩍 뛰어넘는 문제 같습니다.  

이건 근본적으로
‘나’에 대한 인식, 그 존재의 ‘정체성’ 자체가 바뀌는 문제인 것 같습니다.
‘나’는 이제 그냥 A가 아니라, A+B 입니다.

이런 ‘나’의 정체성 변화는 사실 ‘가족’(Family) 이란 개념으로 우리에게 매우 익숙합니다.
예를 들어, 엄마란 존재가 가진 정체성을 놓고 보면,  
엄마는 결코 김 아무개, 이 아무개, 등 원래의 자기 만으로 스스로를 인식하지 않습니다.
남편과 아들과 딸이 모두 들어가 있는 ‘나’,
그 가족 전체로 자기를 생각합니다.
그 전체가 엄마의 ‘나’입니다.
그래서 엄마의 ‘나’는 항상 넓고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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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를 내 속에 집어넣기,
그래서 ‘나’를 부풀리기

관계를 이렇게 생각한다면
예수님은 아마도 세상 모든 사람들을 당신의 ‘나’에 담은,
세상에서 가장 부풀려진 ‘나’를 가지신 분 아니었나 싶습니다.

또 예수님을 닮고자 노력하는 우리 각자가 가진
‘나’의 넓이를 생각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예를 들자면,
나는 전성현이 아니라 ‘전성현+이명희’인가?
나는 전성현이 아니라 ‘전성현+이명희+전후석+전의석’인가?

그리고 더 나아가
나는 전성현이 아니라 ‘전성현+고기형’인가?
나는 전성현이 아니라 ‘전성현+고기형+송균석+이민영’인가?

끝없이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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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진 ‘확장성’도 돌아보게 됩니다.

상대를 내 속에 집어넣기에 수월한가,
그만큼 넉넉한 공간이 있는가
나는 얼마나 잘 늘어나는가,

‘나’가 좁고 딱딱하면
상대를 내 속에 집어넣기가 어렵습니다.
힘들게 쑤셔 넣어야 합니다.

반면 크고 넓고 잘 늘어나는 풍선처럼 부드러우면,
상대를 내 속에 집어넣기가 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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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애드벌룬처럼 부풀린 ‘나’가 기다리는 2010년을 소망합니다.
할렐루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