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십일월 감나무





감에서 인심 나는 나무

살로 가는 철만나 발그레 물드는 볼

꽃보다 예쁜 홍시로 왈짜 녀석들 달래주고  

마냥 깔깔대는 까막까치 단풍든 감잎으로 꼬시느라

해지는 줄 모르더니




손돌바람 일자 벗겨진다. 속알머리




가지 끝에서 달랑거리는 두어 닢

차가운 햇살 속에 붉게 타오르는데    

그 많던 까막까치 어디로 갔을까?




한 꺼풀 한 꺼풀 벗겨지면서 훤히 드러나는

구부정한 속가지

푸석한 밑둥치

바르르 떠는 잇몸



소갈머리 없이 다 떨리고  

까막까치 기다리며 토방머리 서성이던

늙은 아버지도 그러하실까?




봄보다 가을이 신명지던 감나무

겨울도 아닌 겨울 맞아

시리다. 맨몸으로 건너는 십일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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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소감>


시월만 해도 풍성하고 윤기 나는 것이 오십대 같은데

십일월은 가을이라기보다 겨울 맛이 더 깊다.

가을도 아닌 것이 겨울도 아닌 것이

지하철을 타고 가다 보면

경로석에 앉기도 뭐하고 그렇다고 서서 가기도 힘겨운 육십 대

꼭 설익은 감자 같다.

아직 힘이 남아 있어서 객주집에서 객기도 부릴 만한데

일을 하려하면 아무데서도 받아주지 않는 육십 대

가진 것 없으면 어디 가서 하소연도 못하는 십일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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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 note>


감나무의 오덕이 있다고 하니,

일덕
잎이 넓어서 글을 쓸수있으니 문(文)

이덕
가지는 화살대로 사용을 하니 무(武)

삼덕
껍질과 알맹이의 색이 같으니 표리일체로 충(忠)

사덕
서리가 쳐도 매달려 있으니 절개(節)

오덕
이가 없는 노인도 먹을 수 있는 홍시가 되니 효(孝)
...

11월 말, 겨울을 앞두고
가진것 없이 젊음까지 사그러들 때
마음 속, 뼈 속 깊이
시리고 서글프다.

나의 초임학교 시절
30대후반 젊고 만능 재주꾼이었던 선배님이
이제 육십의 노인이 된 자신을 돌아보면서
마음이 많이 시린가보다.

십일월 말 메마른 감나무에 바알갛게 예쁜 감잎도
모두 떨어진 앙상한  나무 가지에
까치밥 하라고 남겨 둔 작은 홍시들

나이 먹어가며 '맨몸'으로 인생의 계절을 건널 때
누군가에게 까치밥이라도 하라고 '덕'을 베풀
작은 '홍시' 하나 남겨두었는지 돌아볼 일이다.

~~ 물 흐르듯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