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탱자나무 울타리

                                 이 시 용



탱자나무 울타리 두르고 산다고 뿌듯해할 일인가?  

바라만 봐도 소름이 돋는 가시 숲

깊숙이 둥지를 얹어놓은 굴뚝새를 보라  

눈곱도 떨어지지 않은 새끼를 가시밭에 안겨놓고 수시로 드나들지만

날갯짓이 거침없고

어미 기척에 목 길게 빼들고

아침을 깨우는 새끼들은

겁 없이 햇살을 받아 마시지




가시 덕을 보려는 이를 봐

두려운 가시 숲 뒤에 숨어 살고 싶어 하지

울타리를 넘어보려 하거나 헐어보려는 이는 알지

꿈꾸는 자의 심중에 날아드는 가시의 아픔을

때로 그 언어는 달콤하고 손길이 부드러워도  

향기로운 입술로 세우는 칼날

부드러운 손으로 박아대는 대못을    




가시를 두르는 일은 가시 속에 갇히는 것

눈곱만큼씩 자라서 어느 날 훌쩍 키를 넘어서고

지붕을 삼키고 마지막에는

나를 가둬버리는 울타리가 되지




제 품속에 꾸민 둥우리의 새끼를 찌르는 가시나무 봤는가?  

가시 숲에서 가시의 언어로 술렁거려도  

아파하는 새 한 마리 없는 울타리를 찬찬히 살펴봐  

가시 없어도 멀쩡히 가슴을 찌르는 이는 오싹해지지

티 없는 하늘이 무서워지지




하여 봄볕 따가워진 날 울타리 그늘에 나아가  

다 자란 새끼 굴뚝새를 눈여겨 봐

어깻죽지밖에 차지 않는 둥지 반쯤은 허물어지고

닳고 닳아 반질거리는 문턱

가시는 찔릴까봐 콧대를 수그려 길을 틔우고  

날개는 침이 뭉그러질까봐 깃으로 감싸며

어설픈 몸짓, 몇 번이고 파닥거리다가

보란 듯이 하늘로 차오르는 첫 비행을  

눈물겹지 않은가?  숨죽이고 지켜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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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가시가 있는 줄 몰랐다.

내가 누구의 가슴에 대못질을 하고 산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문신의 시 <서슬이 거기 있다>를 읽고 나서

내게 굵은 바늘보다 더 큰, 작두보다 더 예리한 서슬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통금이 있던 시절 만취하여 돌아온 내게 잔소리 했다고 자리에서 일어나

거리로 나서려는 바지를 꼭 붙잡고 울던 아내의 가슴에 얼마나 못질을 했을까?

오락에 빠졌을 때 발가벗겨 아파트 계단으로 쫓겨난 기억을 떠올리면서

아들은 추억으로만 생각할까?

이제 굴뚝새를 포근히 안아주는 탱자나무처럼 살고 싶다.

부드러운 척 쓴 가면을 확 벗어버리고

낮은 자세로 모든 이를 받아들이고 섬기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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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

요즘 들어 조금 자주 시를 보내주시는 선배님의
글 속에서 울림보다 더한 '찔림'이 있어 옮겨봅니다.

지난 주 목사님의 설교말씀 중
지목사님의 아드님이 다윗의 이름이 부끄러워 '지저스'로 이름을
바꾸려고 했다는 말씀을 묵상해 봅니다.

부족하고 나약하고 게으르기 쉽고
손으로 하늘을 가리고 하는 온갖 죄악을 합리화하고
탱자나무 가시같은 좁은 곳에서
'호가호위'하며 교만과 오만한 ...
스스로 죄인인 것을 부끄러워할 줄 모르고
더구나 회개의 기도를 멀리한 저 자신과
이세상 인간의 군상들 속에서,

하나님의 긍휼속에 힘입어
끊임없이 회개하고 주님을 닮으려는 노력이 필요함을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