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샬롬!

  요즈음 어디로든 밖으로 나가면 가을이 무르익어 가는 모습들이 지금이 추수할 때임을 알려줍니다. 봄에 좋은 씨앗을 옥토에 뿌리고 잘 가꾼 논과 밭에서는 풍성한 곡식들로 넘쳐납니다. 이러한 것들을 보기만 하여도 풍성함이 느껴지고 왠지 기쁘고 감사한 마음이 저절로 우러나옵니다.

  그런데 가을은 추수의 계절이면서 또한 일년 농사를 결산하는 계절이기도 합니다. 과연 나는 봄에 어떤 씨앗을 뿌렸을까? 그것이 가을에 어떤 모습으로 드러날까? 마음을 조아리는 계절입니다. 사실 저는 올 봄에 “남을 섬기는” 씨를 심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키우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가을에 되어보니, 씨를 잘못 뿌린 것 같습니다. 지금의 내 모습은 남을 섬기기 보다는 오히려 섬김을 받으려는 자아 속에 묻혀있습니다.

  주님께서는 남을 섬기는 모습을 보여주시면서 너희도 그렇게 하라고 하셨는 데, 저는 도무지 그것이 되지 않습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면서 학생들을 섬기기는 커녕 섬김을 받으려는 교만이 나도 모르게 몸에 배어있는가 봅니다.

“ 저녁 잡수시던 자리에서 일어나 겉옷을 벗고 수건을 가져다가 허리에 두르시고 이에 대야에 물을 떠서 제자들의 발을 씻으시고 그 두르신 수건으로 닦기를 시작하여”(요한복음13:4-5)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시는 섬김의 모습(제발의 섬김)을 따르지 못하고 저는 누군가가 제발을 씻어주기를 바라며(제발의 욕구) 살고 있으니, 그야말로 제발도 씻지 못하는(제발의 무능) 것이 현실입니다. 우리의 속담에도 “ 제 발등의 불을 끄지 않는 놈이 남의 발등의 불을 끄랴”라는 것이 있는 것을 보니 보통의 우리들의 모습이 그런가봅니다.

  “제발”이란 부사는 “간절히 바라건데”라는 뜻이죠. 그래서 제 스스로에 말해봅니다. “제발, 제발, 제발!” (제발,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신 주님을 생각하며 제발부터 씻으라)

  그런데 “제발”를 영어로 “kindly ; please ; if you please ; pray ; I beg ; for heaven´s sake” 등의 여러 가지 뜻이 있습니다. 저는 please와 pray를 좋아합니다. please는 제발(부디)란 뜻도 있지만 기쁘게 한다는 뜻도 있기 때문입니다. “please God”란 표현은 “신의 뜻대로라면(if it is God’s will)”이라는 의미입니다.
  
“ 자기의 육체를 위하여 심는 자는 육체로부터 썩어질 것을 거두고 성령을 위하여 심는 자는 성령으로부터 영생을 거두리라”(The one who sows to please his sinful nature, from that nature will reap destruction; the one who sows to please the Spirit, from the Spirit will reap eternal life).(갈라디아서 6:8)

Please! Please God and Spirit!

주님, 우리에게 섬기는 마음을 주소서. 겸손한 마음을 주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