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강의를 시작하기 전에, 가벼워진 몸과 한층 날씬해진 몸매를 경계 했어야 했다.
그리고 지난 일년동안의 자랑스러운 성공에 스스로 겸손하고 머리를 숙였여야 했다.
하나님께서 나에게 주신 은혜와 넘치는 축복에, 새벽마다 눈을 뜨면서 감사하고,

"매일성경" QT로, 그리고 남들이 탐탁치 않게 여기는 조선일보를 통해서도 감사하고,
세상의 "정점"인 듯한 '세계 최고를 지향하는' 회사의 일원임을 감사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마침내 모든 재판이 끝나고, "차기 회장님"께서 방문하였을때에는 정성스럽게
모두들 맞아 들였고, 최선을 다해서 화장실의 먼지 한톨이라도 보이지 않도록 쓸고 닦았다.
이 모든 일들이 "어려움을 극복한, 마침내 해낸..." 감격과 승리의 일년에 대한 자축이며,
기념이 아니었던가? 싶었다.

그러나, 그것이 혼자만의 착각이었음을 깨닫는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순수'와 '순전'의 이름은 우리가 "세상"이라고 부르는 곳에는 결코 많이 존재 하지 않음을
깨닫는데에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나의 승리는 오로지 "대학교회"와 "화랑타운 아파트"에서만 인정 받는 것이었지,
죄송스럽게도 무교동에서는 아직 아니었다.

무교동은 정글이다. 그러니까 아프리카 세렝기티 야생 국립공원이다. 그곳에서 나는 병이 들었던
한 마리의 짐승이었고, 정글속에서 많은 다른 경쟁하던 짐승들은 "나의 부상"을  겉으로는 염려
하나, 속으론 안도하고 환호 있었을지도 몰랐다. 아니 실제로들 즐기고 있었다.

정말로 세상이라는 곳에 "음모"와 "술수"가 일부는 있다고 생각했지만, 내가 속한 회사 內에서
그런 일들이 벌어질 수 있다고는 상상하기 싫었는데.....불행하게도, 우리의 현실은 그러하였다.
예외를 가정하고 있었던 순진함은 산산히 조각나 버렸다.

어쩌면 우리 밥벌이의 현장에 나선 많은 가장들의 곤고한 일상들이 모두들 비슷할
것이라고 추측해 본다...

그래서 9월 1일,, 오늘 잠시 주춤하였다. 주춤하였다는 표현은 '힘들었다'는 뜻은 아니다.
약간 고개를 갸우뚱 하였다는 의미이며, 심호흡이 필요한 시간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집사님들의 헌신과 놀라운 중보기도 덕분으로 이토록 살아난 것에 감사를
먼저 드려야 하는데....  부끄럽게 세상살이의 고단함을 먼저 고백하고 말았다.

세상에 나간 우리에게 몇 가지 금기(taboo)들이 있다.

1. 가능하면 출신학교를 묻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먼저 어느대학(학교) 무슨과를 나왔다고
    먼저 말씀을 드린다. 상대방에게 부담을 덜 드리기 위해서다.
    (상대방이 말씀을 안해 주셔도 상관은 없다. 직업적인 의무감이랄까...자기소개를 철저히
     솔직히 한다. )

2. 출신지역을 묻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내가 '어느지역 출신' 이라는 것을
    먼저 말씀을 드린다. 상대방이 지역적인 편견을 가지고 계실수도 있지만
    크게 개의치 않는 편이다.

3. 직업, 직장의 문제도 그렇다. 나는 당당하게 어느 회사에 다니고  있고, 월급은
    어느정도 받고 있다고 말씀을 드린다. (잘 아시다시피 샐러리맨은 늘 얼마 안된다. )

4. 정치적인 문제들..즉,,  누구를 지지한다. 노 아무개를 지지한다, 이 아무개를
    찍었다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우리사회에서는 지역적인 문제와
    대부분 연결되어 있는데 사람들은 가장 이중적인 모습을 많이 보았다.
    특히 노,김 대통령의 장례식에 즈음하여 많이 보았다. (지극히 조심해야 한다. )

5. 좋아하는 프로야구 선수단은?
    -마음속으로는 타이거즈를 응원하고 싶은데, 형식적으로는 라이온즈를 열심히 응원해야
     한다. 한국시리즈에서 두팀이 다시 붙는다면.....매우 골치 아픈것이다.

6. 특히 직장에서 종교문제는 금기중의 금기이다. 하지만 나는 '교회의 집사' 이고,
    "서울여대 대학교회 집사"라고 소문을 내고 다닌다.    
     알고 보았더니 우리 회사(의 상급기관:?)의 높은 분이 모 교회의 집사님이셨고,
     고등부 선생님이셨다.  

금기(taboo)를 요구하는 세상에서, 집사로 산다는 것이 쉽지 않다...
"나의 가난과 약함"이 종종 싫다. 그러나 우리회사 "차기 회장님" 보다도 나는 당연히 더 행복하다.
그분은 스캔들로 이혼하셨지만, 나는 귀한 아내가 있고, 두 딸이 있다.  

그분은 서울여대 대학교회 집사가 아니지만,  나는 자랑스럽게도
사랑하는 집사님들 덕분에, 작년 9월 1일 상월곡 역에서 쓰러진 이후에도
366일째 건강하게 살고 있다.  어찌 갚아 드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