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오늘(목)부터 토요일까지 비 소식이 있네요.
전교인 영성수련회는 아마도 비 속에서 진행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상관없습니다.
여름날 시원한 빗줄기는 오히려 우리를 살아있게 할 것입니다.
비처럼 내리는 성령이란 말을 더욱 실감나게 할 것입니다.

저는 비를 좋아하고 이명희 집사는 비를 싫어합니다.
항상 태양이 눈부신 미국 LA지역에서 안식년을 보내면서 가장 그리워한 것도 빗소리였습니다.
밤에 문득 스프링쿨러 돌아가는 소리를 빗소리로 착각하고 급히 창문을 열었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지요.

비는 예고없이 내려서 좋습니다.
후두둑 어느 순간 빗방울이 흩뿌리고
혼자 마음대로 와서,
자기 마음껏 쏟아 퍼부어 놓고,
그리고 그냥 훌쩍 바람처럼 떠나 버리는,
그 움켜 쥘 수 없음이 좋습니다.

마치 우리와 상관없이 찾아오는 '사랑' 같습니다.
그 사랑처럼 우리를 적시고 삼키고,
그 사랑처럼 우리를 희롱하고 유린하고 겁탈하고 굴복시킵니다.

비는 그래서 또한 '유희' 같습니다.
언제 올지 모르기에 애타 기다리고
가는 걸 막지 못해서 안타깝지만,
그러나 항상 한결같이 빛나는 '태양'이 주지 못하는,
하늘과 땅, 님과 나,
그 두 마음이 벌리는 한 판 질펀한 유희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 '믿음'은 참 '비'를 닮았다 싶습니다.

그 주님과의 싱갱이, 숨바꼭질,
서로에 대한 애타함, 안타까움,
그 밀고 댕기기,
그 조마조마함, 아슬아슬함,
그러나 종국에 우러러 내 온 몸을 맡기지 않을 수 없는
그렇게 내 온 몸을 적시는 은혜의 빗줄기 (Bli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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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랑비 같은 믿음,
소나기 같은 믿음,
허리케인 같은 믿음

이번 수련회에 내리는 비는 어떤 '비'일까 기대됩니다.
어떤 비든 내 온 몸을 적시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이 비는 세상의 탁한 열기로 달아오른 나를 식히는,
내 속에 쌓인 노폐물, 그 세상의 찌꺼기를 씻어내고,
그래서 내 호흡을 새롭게 하며,
마침내 내 영혼을 소생시키시는
‘님’의 선물입니다.

결국 사랑하는 '님'과 벌리는 한판 유희입니다.

금요일 뵙지요.
할렐루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