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갈   망  

                           이시용



갓난아기가 포대기 홀랑 걷어 차내고    

콱 움켜쥔 손

불끈 치켜든 발  

새벽 개펄에 들어선 허기진 게처럼 꼼지락거린다.  



허공 하나 가득 새겨지는 뭉툭한 성호




멈출 것 같지 않다

재바르게 움직여야 건널 수 있는 세상  

차라리 아랫도리를 적시고 울지라도

멈춘다는 것은 쓰러지는 것  

끝없는 개펄을 기어 넘어 게가 집을 찾아가듯

꼼지락꼼지락 허공을 낚아채는 아기




입을 앙다물다가  

헤죽헤죽 웃다가

느닷없이 터뜨리는 옹알이




눈 맞추기도 안 되는 청맹과니가 초롱불 밝히고

한없이 갈망하는 것은

갓 피어나는 속니파리에 담고 싶은 것은

하늘과 끝없이 손발을 비비는 것




연방 그어댄다.

침을 튀기며 옹알거린다  

낯가림이 없다

헛발질이 아니다.

평생 멈출 것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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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노트

사반세기도 전에 겪었던 일인데

어느 날 이른 새벽 꿈 속에서 이런 글을 써대고 있었다.

깨어나서도 한참을 머릿속에서 낱자 하나하나가 생생하게 기억나

연필을 들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아기의 꼼지락거리는 발길질들이 헛발질이 아니었구나

세상을 건너려는, 하늘과 손발을 비비려는  

멈출 수 없는, 끝없는 갈망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아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은 성스러운 것이구나 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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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의 노트


허물 많고 약하고 여린

저의 갈망은 오로지  

오직 하나이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