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첨부 동영상은 2002년 영국 여왕인 엘리자베스 2세의 즉위 50주년 경축식에서 울려 퍼진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입니다.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무언가가 느껴집니다. 진정으로 존경 받는 영국 여왕의 권위가 합창을 따라 하는 영국 국민들의 노래에 그대로 묻어나고 있습니다. 장엄한 관현악곡에 가사를 붙인 <희망과 영광의 나라>를 감격에 찬 모습으로 합창하는 영국 국민들 속에는 그들의 지도자에 대한 진심 어린 존경과 자부심이 녹아 있는 것 같습니다.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즈 및 북 아일랜드 등 혈통이 같지도 않고 우리의 지역 감정은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뚜렷하게 대비되는 지방색의 영국이 하나로 합칠 수 있는 구심점이 바로 여왕이라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저는 이 곡을 노무현 대통령의 장례 기간 동안 외울 정도로 자주 들었습니다. 아예 제 노트북 컴퓨터 바탕화면에 깔아 놓고 들었습니다. 애도의 기간 동안 영국 국왕의 즉위를 찬양하는 이 곡에 왜 그렇게 깊이 빠져 드는지 저도 스스로 의아했습니다. 아마 이런 지도자를 다시 볼 수 없을 것 같은 안타까움이 저를 이 곡에 빠져 들게 한지도 모릅니다.

이 비극이 기독인의 책임이라는 목사님의 적극적인 해석에 저는 100% 공감합니다. 한 가지 부인할 수 없는 것은 이 비극이 다시 한번 기독교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는 사실입니다. 장로와 목사라는 타이틀을 가지신 고매한(?) 몇 분들의 철부지 같은 언행을 볼 때마다 가슴이 터지는 것 같은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그런데 누가 누구를 정죄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 모두 상처를 끌어 안고 고개를 푹 숙이고 한국 국민과 역사 앞에 사죄의 무릎을 꿇을 때라고 생각합니다.

삽질(?)하고 있는 이러한 추한 모습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서 우리를 아직도 지키시는 것은 그래도 묵묵히 보이지 않는 가운데에서 봉사하고 있는 여러 기독인들의 손길이 있기 때문이라는 이만열 장로님의 말씀을 기억하면서 스스로 위로를 해보기도 합니다.

오늘 유럽 출장을 떠납니다. 이번에는 런던을 들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다음 주말까지의 제한된 시간 내에 방문해야 하는 장소의 우선 순위에서 런던이 밀렸습니다. 버킹엄 궁 앞을 거닐면서 이 곡을 부르며 우리 한국에도 희망이 넘치는 희망이 넘치는 영광의 나라를 만들 이런 지도자가 다시 나오길 기원하고 싶었는데 말이죠. 다음 주일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