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저는 공주고등학교를 졸업하였습니다. 1학년 시절, 잠시 심한 몸살 같은 사춘기를 겪었을 때를 제외하고는 수도승처럼 공부만 하는 모범생이었습니다. 공주가 지리적으로 충남의 중심에 위치해 있다 보니 충남 전역에서 학생들이 모여들었고, 제 학년 만해도 720명에 12개 클래스가 있었습니다. 수 많은 학생들이 모여있다 보니 반은 공부와 담 쌓은 깡패였고, 나머지 반이 공부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었습니다. 깡패 중에도 한 유명한 깡패가 있었는데, 저도 개인적으로 알 정도로 학교에서도 유명했고, 지역 사회에서도 유명한 깡패집단의 부두목 쯤 되는 친구였습니다.

그 친구가 항상 교복 모자의 테두리를 풀어 빵모자 같이 푹 눌러 쓰고 다니던 기억이 지금도 선선합니다. 그 친구는 3학년 막판에 '무기 정학'을 당해서 겨우 졸업을 할 정도였습니다. 그러다 30대 중반에 서울에서 경인지역 고등학교 동기회 모임에서 처음 만났는데, 당당히 자신이 크리스챤이 되었노라고 소개하는 그 친구를 보고 나머지 친구들이 '경악'에 가까운 반응을 보였던 것이 기억에 새롭습니다. "사람이 이렇게 변할 수도 있구나!" 그 친구는 친구들이 대학에 다닐 때, 노점상을 전전하다가 군대에 가서 청와대 경호원 시험에 극적으로 합격을 하였고, 거기에서 예수를 영접하고, 얼마 후 서울시 공무원으로 전직하여 지금은 종로구 주택과에서 계장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그 친구의 명함을 오늘 다시 받았는데, '방인석'이라는 이름 밑에 '종로구 선교회장'이라고 당당히 새기고 있었습니다.

오늘이 종로3가에서 보석대리점을 하는 다른 고등학교 동기 친구와 함께 점심을 하는 자리였는데, 식당에서 그 친구가 식기도 때 예언기도와 같은 기도를 거의 5분 가까이 큰 소리로 하는 바람에 주변에 있던 식당 손님들이 다 쳐다볼 정도였습니다. 요즘도 그 친구는 매 주말마다 서울대 병원의 암환자들에게 전도하는 모임에 꾸준히 참석하고 있다 합니다. 그 친구의 삶의 역정을 아는 사람들은 어느 누구도 신의 존재를 부인할 수 없을 거라고 말했더니, 그 친구 하는 말이 옛날에 깡패를 하던 고등학교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전도를 했는데 열매를 하나도 맺지 못했다고 안타까워했습니다.

말씀대로 사는 것이 어떤 것인가를 그대로 보여주는 진실한 그리스도인입니다. 종로구에서 발생하는 재건축, 재개발을 담당하고 있는데 그 친구를 아는 모든 사람들은 그 친구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고 합니다. 모든 일을 공평무사하면서도 투명하게 처리하기 때문이라 합니다.

그 친구가 제게 오늘 예언에 가까운 기도를 해주었습니다. "네가 지금 세계인을 상대로 비즈니스를 하는 것은 너를 통해서 무언가 하나님께서 준비하시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결코 서두르지 말고 기도를 많이 하면서 주님의 뜻을 기다리면 하나님께서 반드시 좋은 길로 인도할 것이다."

'먼저 된 자가 나중되고 나중된 자가 먼저 된다'는 주님의 말씀이 실감나게 다가오는 시간이었습니다.

오늘 또 하나의 결실이 있었습니다. 오늘 3명의 모임을 시작으로 크리스챤 고등학교 동기 모임을 발족하기로 하였습니다. 이름하여 '공주고 복음화 협의회'. 기금을 마련하여 후배들도 돕고, 후배들을 위해 기도하는 모임을 시작할 것입니다.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저는 제가 왜 공주고에 갔는지 그 의미를 잘 몰랐었습니다. 아버지와 중학교 때 은사분들 때문에 억지로 갔기 때문에, 사실 고등학교에 대한 애착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런데 28년이 지난 지금에야 그 친구를 통해 그 의미를 알게 하셨습니다.

오늘 시작한 작은 모임을 통해 하나님께서 하실 일들을 바라봅니다. 또한 감격합니다. 기도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