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영화관에 가 본 지가 꽤 오래된 것 같습니다.
시간이 없는 것은 아닌데 영화를 영화관에 가서 보는 것도
그리 쉬운 일이 아니네요.

집에 아들을 보여주려고 사 온 DVD를 틀어 주면서
'쿵후팬더'라는 애니메이션 영화를 보게 되었는데
아들이 좋아라해서 몇 번이고 반복해서 보자고 조르니
저도 수 차례 보다가 안들리던 대사를 생각하며 듣고
뚱뚱하고 볼품없는 팬더가 '용의 전사' 가 되어 불가능할 것 같은
싸움을 이기고 마을의 사람을 구하는 과정에서 보여 준 스승의 가르침
주인공 쿵후팬더의 낙심과 아픔 속에서의 깨달음과 용기와 위트...
아이들이 보는 만화영화라고 무시할 것이 아니더군요.
시간 여유를 두고 대사와 흐름을 생각하면서 본다면
사역하시는 교역자분이나 신도들 모두 마음에 무언가 울림이 있으리라 봅니다.

오늘은 토요일에 TV방송국에서 하는 주말영화를  보았습니다.
'밀양'이라는 영화였는데 앞 부분은 못 보고 초반부 부터 보기 시작해서
새벽 두시가 지나 영화를 다 보고 나니 무어라 꼭 집어 말하기 어렵지만
잔잔한 여운이 남습니다.

종교에 대해 조금이라도 생각해 본 사람이라면...
자식을 키워 본 부모된 입장에서 한번이라도 생각해 본다면...
꼭 한 번 볼 만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어 이 늦은 새벽 자판을
두드립니다. 2007년에 제작된 영화인데 배우 전도연의 명연기로
해외 영화제 상을 거머쥔 이슈가 된 영화이기에 보신 분도 있으시지만,
일반적으로 요즘에 흥행하는 영화가 말초신경을 감각하는 영화인데 비해
잔잔하고 일상적이면서 셈세하게 심리를 표현하는 사실주의(리얼리즘) 추구의
이창독감독의 작품이라 2007년 개봉하면서 평단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흥행에는 크게 빛을 못 본 영화였지요

영화의 내용인 즉,
서른 세살에 남편을 사별하고 남편의 고향인 밀양으로 아들 준과 함께 내려와
피아노 학원을 경영하는 젊은 미망인(전도연분)이 유괴로 살해된 유일한 가족
준을 잃은 슬픔과 그것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하나님의 가르침대로 범인을 용서
하기 위해 교도소를 찾았다가  그가 피해자인 준의 엄마(전도연)에게 용서받기 전
먼저 하나님께 용서를 받았노라고 이야기 하면서 이야기는 급격히 반전이 됩니다.

전도연에게 지고지순한 사랑을 보여주는 송강호의 연기도 이 영화의 큰 재미이자 감칠 맛을
더하고 빛을 발합니다. 노총각 카센터 사장으로 세상의 찌들은 것 처럼 보이지만 처음 만남
부터 끝까지 그녀를 지켜주고 순수한 사랑을 보여준 송강호를 통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됩니다.

전도연이 교인들과 구역예배에서 하나님을 만났다고 고백하면서 범인을 용서하겠노라
말하지만,  사실 그녀는 자식을 잃은 슬픔과 범인에 대한 증오와 분노가 아직도 내면 깊숙이
자리잡고 그 아픔을 여러가지 사건과 사고(?)를 치면서 다양하게 표출합니다. 믿음이 생긴
신앙인이라지만 철저히 인간적인 엄마로서의 모습을 잘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저런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기독교인으로서 생각할 점을 많이 시사하는 영화이기에
최근 몇 달 동안 영화관 구경도 못해 본 처지에 비숫한 동병상련의 굶주린 문화인을 위해
몇 글자 적어 봅니다.

영화는 가까운 대여점을 찾으시거나 쿵후팬더는 제가 있으니 빌려드리겠습니다.
어렵고 힘든 시기지만 2시간 여의 영화 감상을 통해 아름답고 거룩한 긴 여운을 마음에 품고
흘러간 과거나 미지의 미래를 걱정하기 보다는 우리에게 '선물로 주신' 현실을 즐겁게 살아
가시길 바라며... 이만... 총/총/

물흐르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