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내 마음아 황금 빛 날개로
언덕 위에 날아가 앉아라
아름답고 정다운 내 고향
산들바람 불어 주는 내 고향
요단강 강물에 인사하고
시온성 벽에 입맞추게
오 내 조국 빼앗긴 내 조국
내 마음 속에 사무치네
운명의 신의 하프소리
그리운 가락을 울려다오
마음 속에 불타오는 추억
정답게 나에게 말해주오
구슬픈 운명에 소리 맞춰
비탄 젖은 소리를 지를 때
그대 위해 주님의 노래가
자비를 베풀어 주시리
자비를 베풀어 주시리
자비를 베풀어 주시리
베풀어 주시리

가거라, 내 상념이여,
금빛날개를 타고 날아가라
가거라, 부드럽고 따뜻한 바람이 불고
향기에 찬 우리의 조국의
비탈과 언덕으로 날아가 쉬어라!
요르단의 큰 강둑과 시온의
무너진 탑들에 참배를 하라...
오, 너무나 사랑하는 빼앗긴 조국이여!
오, 절망에 찬 소중한 추억이여!

예언자의 금빛 하프여,
그대는 왜 침묵을 지키고 있는가?
우리 가슴속의 기억에 다시 불을 붙이고,
지나간 시절을 이야기해다오.
예루살렘의 잔인한 운명처럼
쓰라린 비탄의 시를 노래 부르자.
참을 힘을 주는 노래로
주님이 너에게 용기를 주시리라!

이 아름다운 가사는 저 유명한 베르디의 오페라 ‘나부코’ 중 제3막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 가사입니다. 얼마나 간절하고 아름다운지 모르겠습니다. 실존의 처절한 슬픔을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킨 명작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는 베르디가 작곡하여 1842년에 밀라노의 스칼라 극장에서 초연을 한 것으로 초반부터 대성공을 거둔 작품입니다.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은 그가 1901년 사망했을 때 장례식장에 장중하게 울려 퍼졌던 곡이었습니다.

사랑하는 아내와 두 아이를 병으로 잃고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오페라 하나가 실패로 끝나 처절한 절망기를 보내고 있었던 베르디 앞에 ‘나부코’라는 오페라의 대본을 준 사람은 스칼라 극장 지배인 메렐리였습니다. 이 대본에서 베르디는 자신의 절망을 넘어서는 희망의 메시지를 들었고 미친 듯이 곡을 붙이기 시작했습니다.

1842년 스칼라 극장에서 초연이 있던 날, 이태리 사람들은 다른 의미에서 이 오페라에 열광했습니다. 당시 북부 이태리는 오스트리아 제국의 지배에 놓여 있었고 전 이태리가 사분오열을 면치 못하고 있어서 암울한 시기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이 때 들려지는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은 바로 그들의 노래였던 것입니다. 이 노래는 곧 이태리 독립과 통일을 열망하는 국민 가요가 되었고 지금도 국가를 대표하는 노래가 되어 불리어지고 있습니다.

나부코는 기원전 586년 남유다를 멸망시킨 바벨론의 느부가네살 왕의 이태리식 이름입니다. 남유다의 멸망을 전후하여 바벨론으로 끌려갔던 유대 포로들이 바벨론 강가에서 불렀던 울분의 노래가 시편 137편 아래 구절입니다. 이 노래에서 모티브를 따서 작사, 작곡된 오페라가 바로 ‘나부코’라고 합니다.
1.        우리가 바벨론의 여러 강변 거기에 앉아서 시온을 기억하며 울었도다
2.        그 중의 버드나무에 우리가 우리의 수금을 걸었나니
3.        이는 우리를 사로잡은 자가 거기서 우리에게 노래를 청하며 우리를 황폐하게 한 자가 기쁨을 청하고 자기들을 위하여 시온의 노래 중 하나를 노래하라 함이로다
4.        우리가 이방 땅에서 어찌 여호와의 노래를 부를까
5.        예루살렘아 내가 너를 잊을진대 내 오른손이 그의 재주를 잊을지로다

참고로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은 여러 음반들이 나와 있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우리 지휘자 정명훈의 산타 체칠리아 연주를 좋아합니다. 그가 산타 체칠리아 음악감독으로 있을 때 연주한 곡인데 이태리 사람들의 국민 정서를 애절한 리듬감에 실어 표현한 명연주입니다. 역시 아리랑 같은 우리 곡은 한국 교향악단이 연주해야 제 맛을 느낄 수 있듯이 이태리 곡은 이태리사람들이 연주해야 악보에 적혀 있지 않은 행간의 연주를 들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