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아빠의 선물

핸드폰에 경쾌한 음악이 울리더니 사진 메일이 왔다 .
이번 설에 한복을 입으신 아빠의 마지막 사진이 담겨있는 메일을 오빠가 보내 준 것이었다.
와락 터뜨린 눈물 때문에 둘째 딸아이가 놀라서 달려왔다.
“엄마, 울지 마세요. 할아버지 보고 싶어서 그래요? 할아버지 하늘나라  가서 잘 계시니까 울지 마세요. 나도 할아버지 많이 보고 싶어요. 할아버지한테 잘해드리지 못해서 나도 슬퍼요.”
무슨 아이가 어른보다 더 어른 같은 말을 한다고 느끼면서 얼싸안고 한참을 울었다.

아빠를 생각하면 싱긋이 웃는 모습만이 생각난다. 반평생을 아파오셨는데 왜 이 모습만 생각  나는 것인지 나도 잘 모르겠다.
태국 전도 여행을 다녀와서 혈기 왕성한 모습으로 ‘사영리’를 전하며 아빠에게 활동성 있는 신앙을 촉구한 적이 있다. 아빠는 딸의 기세에 빙긋이 웃으시며 모두 예스로 대답을 하셨다. 왠지 성에 안 차서 본격적으로 ‘생명의 삶’을 가지고 QT가 아닌 성경 공부를 시작하였다. 아빠는 딸의 이야기를 다 듣더니 또 싱긋이 웃으시며 말씀 한마디 하셨다.
“미야, 너 목사 되는 것이 어떠냐?”

그 다음부터는 이것이 아니구나 싶어 입을 다물었다. 오랜 동안 병상에 계셨지만 그 중에서도 더욱 몸이 악화 되실 때는 병원 신세를 여러 차례 지셨다. 아빠 몸을 안 좋게 만든 일등공신이며 여러 차례 끊으려고 했지만 매번 실패라는 결과를 선물했던 그 좋아 하시던 담배 맛을 모르게 되실 무렵에는 몸은 쇠약할 대로 쇠약해지셨다.
“아빠! 예수님이 아빠를 많이 사랑하세요. 아빠 예수님 믿으세요.”
아빠는 또 싱긋이 웃으시며 내게 한마디 하셨다.
“우리 미가 믿는 예수님이라면 나도 한번 믿어보게...”

아빠가 많이 보고 싶다. 살아생전에도 몸은 이미 뻗뻗해 계셨고 보고 싶다고 하셔서 뵈러 가면 딸이 왔는지 갔는지도 모르시고 무덤덤하게 바라 보셨던 아빠가 너무 그립다.

이번 장례식을 치루면서  각자 가정을 이룬 오빠와 동생과 내가 아빠를 어떻게 하면 의미 있게 보내드릴까 힘을 합치는 모습을 보면서, 또 장례식을 찾아오시는 친지들과 성도들 또 다른 손님들을 보면서, 10여년이 넘게 못 뵈었던 분들을 보고 엄마가 얼싸안고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이것이 장례식인지 축제인지 나 자신도 의아했다.

예전 같으면 상상할 수도 없었던 추도예배도 드리게 되었다. 오빠의 인도로 추도예배를 드리면서 어찌나 감사한지 아빠가 남겨 주신 선물 중에 최고의 선물이었다.

이제는 우리의 몫이 남은 것 같다. 영원한 것을 붙잡는 삶이 우리 생의 과업이다. 형제를 추스리고 격려하면서 함께 가는 믿음의 여정이 외롭지 않을 것이다.

<이르되 주 예수를 믿으라 그리하면 너와 네 집이 구원을 받으리라 하고> 사도행전16: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