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매년 말 천국에서는 구약 부문과 신약 부문으로 나누어 시상식이 열립니다. 구약과 신약 부문 대상 수상자가 번갈아 사회를 보는 관례대로 올해에는 신약 부문 대상(Grand Prize) 수상자인 사도 바울이 사회자 테이블에 섰습니다. 기라성 같은 후보가 넘쳐나는 구약 부문 대상 수상과 달리 신약 부문은 대상을 받을 만한 인물들이 많지 않아서 소수의 경쟁을 통해 사도바울이 역대 최다 수상자가 되었고, 사도 베드로, 사도 요한 등이 그 뒤를 이어 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신약부문에서는 특이한 타이틀의 수상부문이 있는데 바로 ‘신인상’입니다. 해마다 천국에 새로 입성하는 시민권자를 대상으로 수상하는데, 사회자의 안타까운 멘트가 이어집니다.

“요즘은 전 세계적으로 기독교가 침체기를 걷고 있어, 천국 시민권자로 등재되는 인원이 줄어들고 있고, 또한 기독교의 중심국가로 부상한 한국에서도 대형교회 내의 파벌싸움, 교권 다툼, 많은 교회 내에서의 잘못된 가르침, 교회 내에 만연한 물신숭배사상(Mammonism) 등으로 인해 많은 수의 형제들이 실족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하여 신인상 대상자가 해마다 줄고 있어 이를 위한 우리의 기도가 절실한 형편입니다.”

신인상 수상에 이어 해마다 신약 부문의 사실상 하일라이트인 조연상 수상이 이어집니다. 그 동안 후보군에 자주 이름을 올리지 못했던 특이한 인물이 올해에는 눈길을 끕니다. 사이프러스 출신 유대인이며 레위 지파에 이름은 ‘요셉’. 위로를 주는 사람(Son of Encouragement)이라는 의미의 ‘바나바’로 알려져 있는 바로 그 인물입니다. 그는 성령 강림 당시 그 많던 재산을 모두 팔아서 사도들에게 바치고 묵묵히 보이지 않게 충성했던 인물입니다.

그가 수상자로 결정된 순간 입추의 여지가 없이 자리를 가득 메운 천국 시민권자들은 모두 기립하여 수줍은 걸음으로 등단하는 바나바를 보면서 우뢰와 같은 박수를 보냅니다. 그가 등단하는 동안 사도 바울의 헌사가 이어집니다.

“제가 다마스커스 도상에서 주님을 만난 후 예루살렘을 처음으로 방문했을 때, 그 동안 기독교인들을 박해해 왔던 전력 때문에 형제들에게서 처음에는 많은 경계를 받아야 했습니다. 그 때 저에게 다가와서 다정하게 포옹하며 형제라고 불러준 최초의 사람이 바로 지금 이 자리로 오르고 있는 저 분 바나바 형제입니다. 그리고 저를 데리고 사도들과 예루살렘에 있는 형제들에게 일일이 소개시켜 준 분입니다.

제가 예루살렘 방문을 끝내고 제 고향 다소스로 돌아간 후 거의 10년 만에 다시 저를 찾아와 안디옥교회로 인도한 분도 바로 저 분입니다. 안디옥 교회의 최초의 파송 선교사로 터어키 지방 전도를 성공리에 마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저 분, 바나바 형제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1차 전도 여행 도중 우리를 떠나버렸던 마가 형제를 2차 전도 여행에 동행시키느냐를 놓고 우리 사이에 심각한 충돌이 있었습니다. 그 때는 제가 상당히 다혈질이어서 사역에 방해가 될 만한 어떤 것도 용납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바나바 형제는 끝까지 마가를 감싸고 그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자고 주장하여 결국 우리는 2차 전도 여행에서부터 결별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 때 당시에는 제가 옳다고 느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도 옳았다고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그가 그 때 마가를 품어 안고 끝까지 기회를 주었기 때문에, 마가는 ‘마가복음’이라는 최초의 복음서를 쓸 수 있었다고 저는 믿습니다. 그리고 마가는 저의 로마에서의 마지막 순교 현장에서도 끝까지 제 곁을 지킨 몇 안 되는 형제들 중의 하나였습니다.

이 자리에 다시 한 번 우리의 위대한 조연 바나바 형제를 소개합니다.”

수상을 위해 바울 옆에 선 바나바는 천국 시민권자들의 그칠 줄 모르는 기립박수에 언제나처럼 수줍은 미소를 보내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