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12월 1일 이후, 북악산과 파이낸스센터가 보이는 시청옆 무교동 사무실로 복귀했다.
동료들은 꽃바구니를 준비하고,  "웰컴투 동막골"을 패러디한 " Welcome Back To 人事팀"이라는 보드판까지 만들어서 무사귀환을 열렬히 환영해 주었다.
만 16年 동안 회사생활을 하면서 나름대로의 성취와 보람 그리고 땀과 눈물이 함께 해 온 나의 일터, 어쩌면 알게 모르게 지난 세월동안 작지 않게 세상에서의 우상이 되어 있었고, 그 우상이 무너져 가는 절망감을 느끼기도 하였던 나의 직장, 그곳에서 만나서 관계를 맺은 동료들이 반갑게 맞아 줄 때 가슴뭉클한 동료애와 감사를 느꼈다. 원망과 그리움이 뒤섞인 곳,
어쩔수 없는 회사인간(會社人間)으로 돌아왔다.  

지난 직장생활의 대부분 동안 인사(人事)직무를 수행했다.
인사를 만사(萬事)라고들 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인사에 불이익(不利益)을 받았다고 생각하거나
스스로의 미래에 불안감을 느낄 때 자신에 대한 냉정한 잣대 보다는 "인사"에 대한 불만을 매우 크게 가진다. 또한 채용, 이동, 평가, 연봉, 승진, 퇴직등의 대부분의 인사행위는 상사에게 권한이 있는 것인데, 권한있는 상사에게 하지 못하는 이야기들을 인사 담당자가 대신 들어 주기를 원한다.
그러면 인사 담당자인 나는 그들의 상사를 대신하여 상담자이며 위로자가 되어 주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저런 사정과 이유를 들어서 자리를 피하게 되면 곧장 "건방지다"느니 "뻣뻣하다"는 말이 나오게 마련인데 그말이 우선 듣기 싫었고 내부 고객들을 위한 소중한 업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눈높이를 맞추어서 정성을 기울여서 최선을 다하여 응대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찬송가와 성경책을 들고 가지는 않았다.)

그러다 보니 "낮 업무와 밤 업무"를 절제없이 구분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고, "마시 저절로"와
"알뜰 골뱅이"에서의 만찬은 새벽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것도 하루이틀이지 십수년을 거의 매일같이 반복한 결과 피로는 누적되었고 건강에 도움은 되지 못했다.
동기와 이유를 불문하고 사람들에게 잘 보이려고 하고, 인정받으려고 하는 욕심, "주위의 평판"과 인정(人情)에 이끌리는 모습들이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그러한 욕심과 죄(罪)의 결과로 2008년 가을을 시작할 시점에 "자기관리의 실패"라고 해도
좋고,다른 표현도 상관 없지만,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나는 처음 환자가 되었다.
많은 분들의 기도와 도움으로 좋은 의사를 만날 수 있었고, 다행히 수술이 잘 되었고, 퇴원 이후에도 아름다운 태릉 숲과 불암산에서 오랫만에 땀을 흘리면서 운동을 하고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믿음의 기도가 병든 자를 구원하리니 주께서 저를 일으키시리니, 혹시 죄를 범하였을 지라도 사하심을 얻을 것"이라는 말씀을 붙들면서 수술 방에 들어 갔었다.
하나님은 "경하지도 중하지도" 않을 만큼의 병을 주셨고 이 병을 통하여 죄를 고하게 하셨다. 그리고 몸에 대한 반성의 증거로 선명한 "ㄴ"자의 자국을 남겨 주셨다.

지난 3개월동안 기도의 끈을 이어 주시고 격려해 주신 목사님과 집사님 들께 감사 드린다.
수술의 두려움을 극복하는데, 그리고 회복 가운데 지극한 정성으로 만들어 주신 진수 성찬들과 격려의  말씀들이 큰 힘이 되었다.

다시 시청 앞  무교동 샐러리맨의 일상이 시작되었다.
흑암속에서도 항상 빛을 함께 주셨던 아버지께서, 세상 속에서 이제는 빛으로 살아가라고 명령하고
계신다. 하나님께서는 대뇌 우측 전두엽 부분 뇌세포를 떼어 내시면서 "인지능력"과 "판단능력"의 일부를 포기하게 하셨다.

집에 있는 동안 아내와 할리우드 DVD를 보다가 약간 이해가 안되는 복잡한 부분을 만나면 다시
되돌려 보면서 "솔직히 이해가 안되니 설명을 해달라" 고 하기도 하였고, 감정 조절이 안되어
아이들에게 소리를 버럭버럭 지르기도 하였다.    
아마도 포기하게 하신 인지와 판단능력은 목자되신 하나님의 지팡이로 인도하여 주실 줄로 믿는다.

오늘은 12월 3일, 입사한지 만 16년째 되는 날이다.  
앞으로는 돌아온 이곳 무교동에서, 그리고 아름답고 소박한 우리 동네의 작은 교회안에서 "좋은
상담자요, 위로자"가 되기 위하여 애써 나갈 것이다. 사람들의 평판과 인정받고자 함은 단념하고
"하나님의 미련한 것"으로 살아가야 겠다.  하나님의 전신 갑주를 입고 하나님의 미련한 것으로
살아나갈 것이다. 내 방법이 아닌 하나님의 방법으로, "나의 평판"이 아니라 "예수의 이름"을
널리 알리는 사람이 되어야 겠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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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씨름은 혈과 육에 대한 것이 아니요, 정사와 권세와 이 어두움의 세상 주관자들과 하늘에 있는 악의 영들에게 대함이라. 그러므로 하나님의 전신 갑주를 취하라. 이는 악한 날에 너희가 능히 대적하고 모든 일을 행한 후에 서기 위함이라. 그런즉 서서 진리로 너희 허리띠를 띠고 의의 흉배를
붙이고 평안의 복음의 예비한 것으로 신을 신고 모든 것 위에 믿음의 방패를 가지고 이로써 능히 악한 자의 모든 화전을 소멸하고 구원의 투구와 성령의 검 곧 하나님의 말씀을 가지라.
(에배소서 6장 12절∼17절 말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