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지난 3월말 입니다.

올해로 네번째 한국을 방문하였다는 이스마와티라는 직원
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우리회사 자카르타 법인의 인사 담당자를 을지로 사무실에서
만났습니다.(자카르타 법인은 약 40명 정도 일하고 있습니다.)

지난 겨울 그의 고향인 자카르타는 사상 유례없는 폭우로
물난리를 겪었습니다. 우리회사도 손해를 많이 보았고요.

재난, 가난, 결핍에 익숙한 모국(母國)의 사정과 여건때문에
보통스러운 우리 같으면 가슴 아프기만 할 것 같았는데,
그 직원은 의외로 밝고, 쾌활하였습니다.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흐뭇한 미소를 짓게 만드는 천성을
갖춘 사람인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이스마가 출장온 기간은 저에게 있어서는
고난 주간이었습니다.
교회의 달력에 있어서, 우리가 지켜야 하는 고난
주간으로서 뿐만 아니라,
능숙하지 못한 영어 때문입니다.

글로벌 세상을 지향하는 모(母)회사의 인사 담당자로서
한 수 가르쳐 주어야 한다는 책임감,
또는 우리 삶의 질이 상대적으로 윤택한 나라의 백성이라는
천박한 우월감이 들 겨를도 없이,

듣기와 읽기 위주로 어찌어찌 하여 일을 해나가던중 약간
당황스러운 사건이 일어 났습니다.
오후 다섯시가 되니, 잠깐 혼자 있게 해 달라는 것입니다.

이유를 물었지요.
대답 하기를 "기도시간" 이라는 겁니다.

회교도 이스마는 매일 시간을 정해 놓고
조용히 집중하며 기도하고 있었습니다.

늘 낙관과 긍정의 시각을 갖게 해주는 그 무엇이.
모두 그가 믿는 신에 대한 믿음과 기도 덕분이라고 생각하면서
산다고 합니다. 웃으면서 말하더군요.

부럽고 부끄러운 마음이 동시에 들었습니다.
저는 자카르타에 갔을때 사무실에서 기도하지 못했거든요.

그저 더운 날씨와 안 맞는 음식에 피곤해 했을 뿐
그리고 힘겨운 업무가 빨리 끝나서 돌아가고 싶은
마음만 간절 하였을 뿐
사무실에서 시간을 쪼개서 기도하지 못했습니다.

상황에 적당히 적응하고 타협하는데 선수인 제 모습이 부끄러웠고
엄격하게 기도시간을 떼어내는 그의 소신이 부러웠습니다.

성 금요일 칸타타 마지막 연습이 있던 날.
이스마에게 파이낸스 센터에서 샤브샤브를 사주고
열흘 동안 그의 출장을 마무리 해 주었습니다.

"땡큐, 이스마. 굿 바이"

제가 구사 할 수 있는 초보적인 회화 수준이지만
그가 보여준 절제와 기도의 모습에 대한
존경심을 담았습니다.

이스마가 돌아간 후 저는 대학 연수원에서 주관하는
주말 영어반에 등록했습니다.

토요일 오전 구역장 공부가 없어진 그 허전한 시간에
리스닝 테스트를 받고, 단어와 문법공부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여름까지는 듣기,읽기에 주력하고 가을 부터는
말하기에도 도전해 보려고 합니다.  

그래서 이스마를 내년 3월 말쯤 다시 만나는 날,
조금 길게 말해 보려고 합니다.

"나는 너하고 더 오래 있고 싶은데, 지금 합창 연습하러
교회에 가야 한다. 그동안 수고 했다."
잘 지내고 다시 만나자."

지난 5월 초하루 목사님 부임 심방때 "전심 전력을 다하라"는 권고가
몸과 마음을 울리고 있습니다.

기약없이 미숙하고 연소(年小)하기만 한 시절.
그러나 다시 뛰는 가슴으로,  

푸른 5월, "전심전력(全心全力)"에 도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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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지 네 연소함을 업신여기지 못하게 하고 오직 말과 행실과 사랑과 믿음과 정절에 있어서
믿는 자에게 본이 되어내가 이를 때까지 읽는 것과 권하는 것과 가르치는 것에 전념하라.

네 속에 있는 은사 곧 장로의 회에서 안수 받을 때에 예언을 통하여 받은 것을 가볍게 여기지 말며,
이 모든 일에 전심 전력하여 너의 성숙함을 모든 사람에게 나타나게 하라."

(바울사도께서 디모데에게 하신 말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