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당신, 다음 달 수요일에 기도 차례다."
처가 한달 전부터 걱정하고 계속해서 일깨워주던 수요일 대표기도 차례가 왔다.

난 많은 분들이 하시던대로 늘 하나님께 감사하는 기도를 할까 하다가, "진솔하지 않으면 감동도 없다."라고 생각해서 일단 진솔하게 기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너무 엇나가면 오히려 욕만 먹을 수 있다는 생각도 함께 하면서,  당일 오후에 부랴부랴  기도 내용을 기술해 봤다.

처는 내가  기도문도 작성하지 않고  교회에 나타날까봐 걱정되는지, 교회로 가고 있는 중에 전화로 확인한다.

"당신 기도문을 내가 조금 작성하고 있는데, 기도문은 작성했나?"
" 아니 기도는 잘하나 못하나 내가 하는 것이지 당신이 왜 작성 해?  내가 지금 프린트 해서 가지고 가니까, 걱정하지 말고 교회에서 만나자."

교회에서 옆자리에 않은 처는 냉큼 기도문을 보자고 하였다.
보더니 얼굴이 사색이 되어 안절부절하였다.
" 당장 이 문장 삭제하고, 저 문장도 삭제하고."
삭제하다 보니 거의 다 삭제해야 했다.

처가 말했다. " 기도는 하나님께 감사하고 찬양하며, 자신의 죄에 대한 회개 그리고 각오 등을 말씀드리는 것이지 ..." 등등 기도의 기본을 메모지에 적어가면서 당장 바꾸라고 하였다.

하지만 이미 내가 기도를 해야했고, 기도문 고칠 시간은 없어져 버렸다.
그렇게 해서 수요기도회에 제가 하였던 기도문이 별첨에 있습니다.

기도 후에는 더 난리가 났다.

처는
" 꼭 그렇게 기도를 해야 직성이 풀리나?"
" 저렇게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사람이 그동안 기도를 않하고 어떻게 참았는고?"

어떤 집사님은
"참 솔직한 기도여서 좋았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마무리를 지을지 조마조마 했는데, 마무리가 좋아서 다행입니다."

난 집에 가서 처한테 맞아 죽을 각오를 하고 집으로 갔다.
눈길도 주지 않는 처를 애써 외면하면서 눈치를 살폈다.

처는
" 여하튼 내가 특별한 사람하고 산다고 생각했지만 , 오늘 보니 당신은 참 특별하고 별나다. 우리 교회 집사님들이 마음씨가 좋아서 당신을 살려 뒀지, 그렇지 않았으면 벌써 마이크 끄고, 교회에 나타나지 못하도록 했을거다."
" 그리고 집사님들께서 인터넷에 올리라고 해서 또 바보처럼 올리기만 해봐라!"

이번 일요일에 몇몇 집사님께서 진짜 올리라고 해서 또 죽을 각오를 하고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