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팍스로마나(Pax Romana)를 구가했던 옛날 로마제국에 버금가는 세계 제국인 미국의 수도는 워싱턴 DC이고, 이 도시는 언제나 세계정치의 머리기사를 만들어 냅니다. 프랑스의 건축가가 설계한 이 도시는 시원스런 방사형의 도로와 곳곳에 위치한 공원들로 인해 인공으로 조성된 도시 치고는 무척 아름답습니다.

이 워싱턴의 상징은 도시의 중심에 위치하여 어디에서나 조망이 가능한 워싱턴 기념비(Washington Monument)입니다. 169m의 석조 건축물(현존하는 최고 높이의 석조 건축물)로 워싱턴 시내 어디서나 조망이 가능하도록 주변에 높은 건축물을 지을 수 없도록 법적으로 규제하고 있다 합니다. 단면이 사각형이고 위로 올라갈수록 좁아지다가 첨탑부분은 피라미드 형태입니다. 이런 형태를 우리는 이집트에서 볼 수 있고, 이를 우리는 ‘오벨리스크(Obelisk)’라고 부릅니다. 우리 토속신앙의 남근석과 같이 남성의 국부를 표상하면서 태양신을 경배하는 상징물입니다.

워싱턴 기념비의 동쪽에는 미국 국회의사당이 위치하고, 북쪽에는 백악관이, 서쪽에는 링컨 기념관이, 남쪽에는 제퍼슨 기념관이 위치해 있습니다. 모두 오벨리스크를 보고 있습니다.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도 정면으로 이 오벨리스크를 볼 수 있고, 링컨 기념관에 좌정하고 있는 링컨도 이 오벨리스크를 보고 있습니다.

미국이 기독교 국가라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입니다. 많은 분들은 미국이 메이플라워(May Flower)호를 타고 보스턴에 상륙한 청교도(Puritans)가 세운 국가로 알고 있지만 이는 미국이 청교도 국가라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한 과장입니다. 그들은 일부분이었고, 미국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었던 사람들은 다양한 종파들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세계 가톨릭의 총본산인 바티칸의 아름답고 유서 깊은 성베드로 대성당 광장의 중심에 오벨리스크가 서 있다는 사실입니다. 로마 황제 칼리쿨라가 이집트에서 가져와 바티칸 언덕의 원형경기장에 있었던 것을 1586년 교황 식스투스 5세가 성베드로 광장의 중심에 옮겨 세운 것입니다.

건축물에 지나치게 영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상징적인 건축물들에 함축되어 있는 의미들은 결코 간과할 수 없다고 봅니다. 세계 정치의 중심인 워싱턴과 세계 가톨릭의 총본산인 바티칸의 상징이 되어 있는 오벨리스크! 이것들을 보면서 예수께서 마지막 때에 관해 언급하신 “멸망의 가증한 것이 거룩한 곳에 선 것”이라는 말씀이 떠오르는 이유는 뭘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