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제가 온 첫 날부터 보고 배운점을 쓰자니 며칠밤을 세야될 것 같구요.

대략적인 생활 보고서를 우선 작성하겠습니다.

날씨
연길은 굉장히 추워졌습니다.??온 첫 날, 공항에서 내리는데 공활한 가을 하늘이 쭈왁 펼쳐져 있어서, "우와 연변 날씨 좋네요." 라고 말했습니다만, 해가 지자마자 곧바로 쌀쌀해지더군요. 어제는 영하 2도까지 갔다고 하네요.??이번주부터 드디어 모두가 고대하며 기다리던 난방기를 틀어준다고 해서 어찌나 들떠있는지. 처음 와서 며칠은 자는데 너무 추워서 약간의 고생을 했지요. 전기장판을 한국에서 마련해서 갖고 왔는데, 이불을 딱 덮으면 등 뒤로는 따뜻한데 등 앞으로는 (이불을 덮었음에도 불구하고) 시려워서 그 좁은 공간에서 큰 온도차를 경험하며 잠이 들었었어요.??사람 몸도 적응시간이 지나면 조금 괜찮아 지는지라 이제 방에 들어와서 느끼는 그 냉기도 어느정도 적응이 되었습니다.??이제 난방이 들어온다니 훨씬 더 나아지겠지요.

생활환경
생활환경은 열약하다면 열약하고 과분하다면 과분하답니다. 우선 뜨거운 물이 안나오구요, 그래서 집집마다 온수기계를 설치해서 사용을 하는데 저희 방은 다행히도 설치가 되어 있어서 세숫대는 찬물로 쓰지만 샤워할때는 물 아껴서 사용하면 뜨거운 물로도 샤워를 할 수 있구요.??오늘은 방 안에 있는 화장실 하수구에서 물이 역류하였습니다. 그래서 방 안의 신발장이 온통 물바다가 되었습니다.??안 그래도 추운 날씨에 긴 바지가 젖을까봐 짧은 바지로 갈아입고 긴 소매 걷어 제치고 종이컵과 쓰레받기를 사용하여 신발장의 더러운 물을 퍼내며 짜증도 조금 났지만 곧바로 생각나는게, "그래도 연변에서 이런 물 퍼 보지 언제 또 이런 경험 해보나." 하고 생각하니 할 만 하더군요. 싹 다 청소하고 처음으로 빨래를 했습니다. 세탁기는 있는데 말리는 것이 없어서 방안에 말려야 되는데 습기가 너무 찬 방이라 잘 마르지는 않고.. 아무튼 살림 톡톡히 배우고 있습니다.

사람들
연변과기대는 조선족이 약 80퍼센트를 차지합니다. 조선족이라 하면 왜 중국에 사는 한국교포이지요. 주로 일제강정기 전에 만주로 이민 왔던 많은 남북한 사람들이 모여서 형성한 마을이 연변이고, 그래서 대개 조선족 학생들은 3, 4세대입니다.??미국교포 친구들과는 달리 이들은 한국말을 아주 잘해요. 조선족 사투리라고 한국에서도 잘 알려져있죠. 이들은 중국어와 한국어가 모두 능통합니다.??앞으로 한국과 중국을 이어줄 아주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흥미롭게도 이들은 미국의 2세 한국교포 친구들과는 달리 중국사람들로부터 차별이나 다른 대우는 받지 않는다고 생각하네요. 그리고 대부분 자신들이 중국시민이라고 떳떳하게 밝히고 있고요.??많은 조선족들은 영어도 빨리배웁니다. 이들이야 말로 정말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언어 세가지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소수 민족중에 하나입니다.

식사
식사는 한국음식을 주로 먹습니다. 연변과기대 식당에서 주로 끼니를 해결하는데 가끔 시내에 나가서 밥을 먹은적도 있고요. 어제는 큰 행사 저녁을 호텔에서 치뤘는데 아주 비싼 중국 정통음식을 먹을 기회가 있었어요. 맛은 그냥 그렇더라구요. ^^; 아무튼 연변은 전체적으로 조선족이 많기 때문에 한국음식 걱정은 안해도 됩니다.

방
제 방이 있습니다. 꽤 넓긴 하지만 가구가 없어서 휑~합니다.??제가 우선 한학기만 봉사를 왔기 때문에 방을 꾸미기가 상당히 고민스럽더군요.??가구 장만 같은 것을 포기하고 그냥 여기저기 주변의 교직원들이 주시는 것을 받아서 방 곳곳을 채우려고 합니다.??온지 며칠 안되서 아침에 일어났는데 목이 컬컬하고 해서 감기가 걸렸어요. 저는 처음에 방안이 너무나 건조해서 목감기가 걸린 줄 알고 그날 시장에 가서 가습기를 사왔습니다. 그 날 밤 가습기를 틀어놓고 잤는데 일어나보니 방바닥이 물바다가 되었더랍니다. 제 방이 울 학교에서 가장 습한 방중에 하나라는 소리를 후에 들었죠...??감기는 그냥 걸린거구요, 너무 습해서 물기가 안 빠집니다.??하지만 워낙 저는 열약한 환경을 기대하고 왔기에 처음 제 방과 화장실이 있는 것을 보구 과분하다고 생각하긴 했었죠.

건강... 장염이 완전하게 나았습니다! 라고 말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긴 할까요???처음 오자마자 일주일간 감기가 걸려서 장염 때문에 음식을 먹지도 못하고 해서 조금 고생했습니다.
장염은 여러분의 기도 덕분에 직접적으로 아픈적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워낙 예민한 부위라서 그런지 음식은 계속해서 조심하고 있어요. 조금만 자극적인 것을 먹으면 괜히 아플 것 같은 신호가 오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 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감기도 낫고 장염도 직접적으로 아픈적이 없기에 점점 더 몸은 좋아지고 있습니다. 곧 완전히 날 것 같습니다. 컨디션이 점점더 좋아지고 있어요. ^^ 정말로... 정말로 건강이 제일 중요합니다.  그리고 이영자집사님, 집사님께서 보여주신 그 섬김과 사랑의 자세를 이 곳에서도 많이 떠올린답니다. 너무나 고마웠습니다 저 간호해주시느라...

일
연변과기대 문화홍보과 직원으로 봉사를 합니다. 워낙 1년 이하의 교직원은 거의 받지 않는 것이 원칙이지만 저 같은 경우는 워낙 문화홍보과에 일손이 필요한 경우라 특별히 부름을 받았습니다.??하지만 정식 교직원은 과기대 후원회를 통해 들어오고 매월 소량의 후원금이 지급되는데 비해 저는 정식적으로 학교에서 무급으로(저는 감사하게 교회에서 후원금을 받죠) 온 경우라 여기 직원들이 저에게 고맙게 생각합니다. 저는 오히려 저에게 이런 기회를 주신 이쪽 분들에게 고마운데 말이예요. 저도 그 쪽도 서로 다 주님께서 예비하신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너무나 부족한 영상쪽 달란트를 이 분들은 너무 감사하게 받아들이시고 제가 온 것을 반겨주셔서 저는 몸둘바를 몰랐어요 처음에는. 정말 주님께서 저를 보내주셨구나 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더라구요.??
아무튼 일과 관련되어서는 무진장 바뻤습니다.

어제가 연변과기대 공식적인 15년 개교기념일이었어요. 그래서 사랑의 교회팀에서 무려 30명이 넘는 신자와 담임 목사님께서 기념식에 참석하시고 여러 환영 축제 밑 이벤트들에 참가하셨었죠. 저는 주로 카메라를 들고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카메라멘이고요, 이벤트 중간중간 나가는 영상편집을 맡았습니다. 다른 선생님 한 분과 연변과기대 홍보영상을 거의 다 맡아서 하게 되었지요. 참으로 중요하다면 중요한 위치인데 또 이런 자리에 설 수 있는 사실 자체에 저는 너무나 감사하여 또 겸허하게 됩니다.

신앙
사실 여기서는 공적인 자리에서 기독교에 관련한 어떤 언어도 사용할 수 없습니다. 연변과기대 자체가 해외에서는 자유롭게 미션 마인드를 가지고 사역하는 교육단체인 것이 알려지지만 중국안에서는 일체 비밀입니다. 물론 소문과 해외정보를 통해 중국공안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종교에 대해 어떠한 종류의 직접적인 언급이 이루어질때는 사태가 꽤 심각해질 수도 있습니다.??학생들 앞에서는 선교의 "선"자도 끄내지 않고요, 주로 돌려서 말하던지 다른 단어를 대처해서 말하지요. 이것은 오프라인 뿐만 아니라 온라인 상이나 전화를 통해서도 아주 유의해야할 점입니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습니다. 이메일에는 특히 그런 단어들을 많이 조심해야 해요.??싸이는 그래도 괜찮다는 말이 있어서 쓰지만 혹시 제가 다시는 연락을 드리지 않는다면 중국 공안에게 끌려갔다고 보시는.... 농담이라도 이런말 쓰면 안되겠죠. ㅋ 아무튼 모든 교직원과 스테프는 미션 마인드를 가지고 온 신실한 교인입니다. 모든 교직원이 약 300명 정도 되구요. 늘 주일에 학교 옆 배밭 사이로 들어가면 나오는 이쁜 교회에 가서 다 같이 예배를 드리고요, 자체적으로 조를 짜서 구역예배등을 따로 드리고 내부적으로는 신앙교류도 자주 이루어 집니다.??앞집에 사시는 한국어 교수님이 밥을 한 번 해주셔서 같이 먹는데, "전 선생님, 우리 교회 중고등부 선생님 하실래요?" 라고 물었는데 두 번 생각도 안하고 곧바로 "넵" 했습니다. 저번주부터 나가서 중학교 2학년 보조교사로 섬김을 시작했습니다. 이상하게도 전혀 귀찮은 "일"이 아닌 행복으로 받아들여졌고 저한테는 섬길 수 있는 사명조차 너무나 감사했습니다.??중고등부 예배도 정말 참으로 너무너무나 은혜스럽더군요. 약 100명이 넘는 교직원 자녀 밑 유학생등이 모여서 드리는 예배인데... 정말 젊을 때의 순수함과 뜨거움으로 그 분을 찬양하는데 감격스러워서 눈물이 나더군요. 우리 서울여대 중고등부도 이렇게 감동과 뜨거움으로 주님을 찬양할 수 있길 여기서 기도합니다.

문화생활

오늘 북한을 보고 왔습니다.??두만강을 사이에 끼고 다리가 이어져 있는데 그 중간에 국가 경계선이 있어요. 바로 저 너머 북한의 산과 마을이 보이더군요.눈부신 햇볕아래 사늘한 날씨에 왠지 아침부터 가서 그런지 몽환적인 분위기가 연출이 되었는데요. 그 어렵고 못 산다는 경계선 너머의 북한 쪽에 있던 별 볼일 없는 산이 그렇게 아름다워 보이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같이 가셨었던 장로님께서 기도를 하시는데 이런말씀을 하시더라구요. "그 하찮은 물고기들도 강안의 북쪽 남쪽을 마음대로 넘어다니는데 만물의 영장이라는 사람들이 멀쩡한 땅에 선을 그어 오고가지도 못 하고 보고 싶어도 서로 보지 못 하는 이런 상황이 50년이 넘도록 지속이 되는군요."기도를 듣다가 저도 모르게 울컥했습니다....

바로 앞에서 바라보던 북한 땅...남한에서는 물질주의에 과소비에 뭐다 하지만 북한의 저들은 당장에 먹을 식량이 없어서 두만강을 건너는 현실에.... 참으로 암담한 기분에 숙연해졌습니다.

이 것이 제가 연길에 와서 가장 멀리 나갔던 두 번째 여행이었구요, 첫 번째는 저희 문화홍보과에서 알바를 하는 조선족 학생이 짧은 연휴를 통해 "왕청"이라는 집에 다녀온다고 해서 조금 친해졌다고 무턱대고 따라나섰습니다. 그 학생 집에서 하룻밤을 머물렀지요. 참... 세상은 넓고 사람들은 많고 사연들은 애절하답니다. 일수라는 이 친구 부모님은 현재 한국에서 일을 하시고 계세요. 두 분다 매월 꼬박꼬박 돈을 보내시고요, 그 돈으로 일수와 일수 할머니, 그리고 고등학교 동생이 끼니를 유지합니다.일수 선생님인데 차린게 없다면서 물만두를 정성껏 빚어 상을 내놓으시던 할머니.외국에서 공부도하고 번지르르해 보였던지 계속 제 앞에서 쑥스러워하시고 하셨어요. 일수 동생은 고등학생인데 밤에 마을 구경하러 나갔다가 일수 사촌동생 포함해서 4명이서 고깃집에 들어가 밥을 사줬는데 어찌나 많이 먹던지. 오랫동안 고기를 못 먹었었다네요. 참...
가장 번화가에 갔었어요. 저는 잘 모르지만 한국의 70년대 종로 구석에 있던 거리 하나 정도 되지 않을까 예상하는데 참 덜 떨어지고 한적한 도시였습니다. 밤이 되면 거의 앞이 깜깜해서 보이지 않아요. 번화가에 가도 껌껌하고 약간 지저분하고 여기 저기서 엑센트 섞인 한국말과 중국말이 섞여서 들리고... 참 별애별 도시가 다 있다고 생각했어요.

이번주 토요일은 제가 자체적으로 백두산을 하룻동안 가려고 계획하고 있어요. 여기서 약 4시간 정도 떨어져 있어서 하루종일 바쁘게 움직여야 갔다올 수 있을것 같습니다. 백두산을 보면 또 어떤 감동이 있을까요...

아무튼 저의 선교 보고 1탄은 여기서 마치는 걸로 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구요,

기도 계속 부탁드려요.

중국 연변에서,

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