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저는 요즘 바라는 게 참으로 많습니다.


저의 소원은 부귀영화도, 부자 아빠도, 사회적 성공도 아닙니다.

저희 부모님 그리고 장모님, 장인어른 모두 더 이상의 아픔과 슬픔 없이 남은 여생 건강하시고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 건강하고 바르게 성장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릴 적부터 부모님께서 제게 항상 말씀하셨던 것처럼, 우리 아이들이 가족의 눈에만 드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눈과 마음에도 드는 그런 사람으로 성장해주길 바래봅니다.


엄마 떠난 후, 아이들이 달라졌다는 소리는 듣고 싶지 않습니다.
엄마 떠난 후, 아이들이 무언가 안 좋게 변했다는 소리를 듣는 것은 죽기보다 싫습니다.
아내가 있을 때처럼 모든 면에서 아이들 잘 보살펴주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우리의 부모님과 아이들, 아내가 떠났어도 그 아픔을 딛고 힘차게 일어설 수 있도록 그 때까지는 제가 그 역할을 해줄 수 있기를 다짐해봅니다.


저의 가장 큰 소원은, 먼저 떠나간 아내를 꼭 다시 만나고 싶습니다.
한 가지 더 간절히 바라는 것이 있다면 다시 만날 때, 아내가 행복한 모습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목숨을 담보로 아내를 만날 수 있다면 그렇게라도 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아내가 절 만나주지 않을 것입니다.  부모님을 모시지 않은, 그리고 아이들을 제대로 지켜주지 못한 제게 무척 화를 낼 것이 분명합니다.
아내의 마음은 더 없이 슬플 것이고, 만나더라도 전 아내에게 혼만 나고 말 것입니다.
결국 저는 아내에 대한 그리움을 가슴에 묻고 부모님, 아이들과 함께 오늘과 내일을 살아가야 합니다.  저의 부모님과 장모님, 장인어른 더 없이 소중한 며느리이자 따님을 그렇게 허무하게 떠나 보내셨는데, 남은 식구들 꿋꿋하게 잘 사는 모습 보여드려야겠지요.
저희 아이들 어린 나이에 엄마 없이 성장해야 하는데, 이 아이들이 험난하고도 경쟁이 치열한 세상에서 서러움과 외로움 느끼지 않도록 항상 옆에서 지켜주고 보살펴주려면 제가 정말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아야겠다고 매밀 매일 다짐하고 또 다짐합니다.



결국 저는 이전보다 더 열심히 살아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습니다.
설령 마음이 따라주지 않는다 하더라도 열심히 일해야 하고, 열심히 먹어야 하고, 열심히 즐겨야 합니다.    아내의 몫까지 예전보다 더 힘차게, 즐겁게 살아야 합니다.
그렇게 사는 것이 부모님과 아이들을 위하는 길이고 또한 아내를 위한 길이라 여기며…


항상 이런 상상을 해봅니다. 제 삶의 마지막 순간을…


이미 어른이 된 믿음직한 우리 아들, 사랑스런 우리 딸 두 손 꼭 부여잡고 얼굴에 행복한 웃음을 가득히 지으며 말할 수 있기를,


‘이날이 오기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르겠구나.  아빠,  엄마한테 먼저 간다.
엄마하고 그 동안의 애절한 그리움, 마음 속 깊이 담아두었던 얘기들,  

그리고 엄마가 궁금해 할 너희들의 사는 이야기 나누며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을테니,

너희들은 아주 천천히 오너라.’


그리고 저를 마중 나온 아내와 두 손 꼭 잡고, 다시는 그 손 놓는 일 없이 함께 갈 수 있기를…


제 소원이 꼭 이루어질 수 있기를 오늘도 간절히 빌어봅니다.




오늘 병원 인사팀에서 제게 의료보험증을 새로 발급해주었는데, 그 동안 병원 홈페이지에 여러 차례 공지를 했었는데도, 찾아가지 않아 직접 가져왔다고 하더군요.
전 그런 공지가 있는 줄도 몰랐고, 알았어도 저희 것이 신규 발급되었으리라곤 생각 못했을텐데 말입니다.


보험증을 살펴보는 순간 참으로 서러운 눈물이 흐르더군요.  아내의 이름이 없었습니다.


이미 마음에서 모든 것을 인정하고 체념해왔지만, 보험증을 신청하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친절하게(?)

현재의 가족사항에 맞추어 발급된 것을 보니 너무 마음이 아프고 인정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새로 발급해주신 분께는 죄송하지만 새로 발급된 보험증을 휴지통에 버리고 말았습니다.
앞으로 문제가 될 때까지 기존의 의료보험증을 사용하고자 합니다.

비까지 부슬부슬 내리는 오늘은 유난히 마음이 쓸쓸합니다.

요 몇일 감기로 제 컨디션이 아니었던 딸아이가 저몰래 엄마를 많이 그리워하는거 같았습니다.  

부쩍 안아달라는 소리를 많이 하더군요. 지금은 아이가 꿈나라에서 여행을 하고 있습니다.
눈을 살짝 뜬채로 잠든 모습이 아내와 똑같습니다.
밤사이 아이가 즐겁고  재미있는 여행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 요즘 블로그 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지난5월 원묵초등학교 소방훈련중 사고로 아내를

      잃은 남편이 아내에게 보내는 편지의 일부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