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보길도 선교봉사를 다녀 왔습니다.
우리가 두고 온 보길도의 바다와 바람, 산과 마을,
그 속의 사람들이 생각납니다.
또 그들에게 남겨진 우리의 흔적도 생각하게 됩니다.

8월 12일 주일 오후 3시 교회를 출발해서 완도에 도착한 것이 밤 열 시를 넘어서였습니다.
묵기로 한 찜질방은 생각보다 좁아서 옆 사람이 걸치적 거릴 정도였지만,
피곤한 등짝을 누이고 몇 시간의 휴식을 취하기에는 그런대로 나쁘지 않았습니다.
다음날 새벽 5시 30분에 기상해서 보길도 행 배타는 항구로 이동했습니다.
마침 전날 해일 주의보로 배들이 피해있는 바람에 첫 배는 결항이 되어서
한 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했습니다만
그래도 배가 뜨는게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감사했습니다.

아침 7시 30분 배를 타고 1시간 20분 남짓
보길도에 도착했습니다.
부슬부슬 내리는 비 속에 포근히 안겨있는 작은 마을이 한 눈에 들어왔고,
보길 중앙교회는 그 마을을 내려다 보는 언덕 중턱에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저희 성도님의 헌금으로 단장했다는 교회 첨탑이 언덕 위 작은 집처럼 이뻣습니다.
본당은 30평 정도로 아담했고 강단은 소박했습니다.
오른쪽 옆문으로 들어가면 몇 개의 방과 부엌,
2층에도 방 하나 그리고 목사님 사시는 사택 공간이 있었습니다.

도착예배를 드리고
선발대로 전날 미리 와 계셨던 양명화 집사님 사단이 정성껏 준비한 아침을 정말 맛있게 먹었습니다.

첫 사역 장소는 교회에서 차로 5분 정도 거리에 있는 월송리 마을회관이었습니다.
마을회관은 가운데 큰 마루를 끼고 두 개의 방이 양 옆에 있었습니다.
한 쪽 방은 한방진료 용으로, 다른 방은 치과진료 용으로 세팅을 하고,
마루에는 접수 데스크와 예진 데스크, 내과진료 데스크, 약국 데스크를 배치하였습니다.
이미용 팀은 실내에 자리가 없어서 10미터 정도 떨어진 창고를 급히 치워 준비를 했습니다.
오래 쓰지 않던 창고라 습기차고 냄새가 많이 났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먼저 접수 데스크에서 간단한 신상정보를 얻으면서 사영리를 전하고
다음 예진 데스크로 가서 이영자 집사님의 예진을 받고
각자 한방, 내과, 치과로 흩어지게 했습니다.

이틀간 사역하면서 한 70여명 정도의 주민들을 맞았습니다.
다들 비슷한 증상으로 힘들어하고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지나친 노동으로 인한 어깨 허리 무릎 통증이 가장 많았습니다.  
평균적으로 60대를 훌쩍 넘었고 60대 초반만해도 젊은이 축에 끼이는 것 같았습니다.
자식을 데리고 사는 사람은 정말 손에 꼽을 정도였고
대부분 부부 혹은 노인네 혼자 살고 있었습니다.

김상근 집사님과 나란히 접수 데스크에 앉아서 접수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이름과 나이를 묻고 어디가 아프신지 묻고
자녀 얘기부터 시작해서 이런 저런 얘기를 끌어갔습니다.  

교회 다니는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교인이 섬 주민의 10% 밖에 안된다는게 사실이었습니다.
왜 교회에 안 다니시냐고 물으면
다들 비슷한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무엇보다도 나갈 형편이 안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주일 날에도 어김없이 일해야 하고
또 헌금도 부담이 된다
그렇지만 교회가 나쁘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목사님은 우리를 위해 좋은 일 많이 해 주시고
그래서 목사님 얼굴을 봐서라도 언젠가는 교회에 나갈 생각도 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언젠가 손에서 일을 놓을 수 있을 때
내가 60이 되면 70이 되면 그 때 나가기로 목사님과 약속했다

또 다른 대답은
선조 대대로부터 불교를 믿고 유교를 믿는데
이제 와서 어떻게 바꿀 수 있느냐
연로하신 부모님 돌아가시면 바꿀 수 있을까
지금은 어렵다

하나님을 믿으시냐는 질문에는
하나 같이 당연히 믿는다는 대답이었습니다.
세상에 하나님을 믿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오히려 힐책하듯 되묻는 분도 계셨습니다.
정말 그랬습니다.
믿고 의지하는 남편을 험한 바다 길에 띄워 보내면서
애틋하게 품었던 자식을 뭍으로 떠나 보내면서
이처럼 삶의 질고가 질기면 질길 수록
그 분들에게 하나님은 당연히 계신 분이고
당연히 매달리게 되는 분이었습니다.
비록 돼지머리를 앞에 놓고 드리는 고사일 망정
그것은 그 분들에게는 하나님께 올리는 가장 간절한 기도였습니다.

이처럼 돈도 기술도 지식도 과학도
정말 다른 아무것도 의지할 것 없는
그래서 오직 누군가 자기들을 지키고 살려줄 한 절대자 전능자 밖에는
붙잡을 아무 것도 없는 삶
그 삶이 담고 있는 가장 원시적이지만 가장 삶과 밀착된 그들의 하나님 앞에서
사실 할 말을 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보길 중앙교회 류영구 목사님은 14년 전
신혼의 아내를 데리고 보길도에 들어오셨다고 합니다.

14년의 세월이 훌쩍 지난 지금도
교회는 성인 성도 16명 재정자립도 40%에 지나지 않는데
그 동안 얼마나 많은 기도와 수고와 헌신의 나날들이 있었을까
그리고 얼마나 많은 좌절과 낙담과 절망의 밤을 지새웠을까  
짐작해 보게 됩니다.

그런데도 류 목사님에게서는 어떤 ‘여유’가 느껴졌습니다.
아마도 씨를 뿌리는 것도 거두는 것도 하나님의 일일 뿐
그냥 그 사람들 곁에서 같이 사는 것
그들과 함께 웃고 울고 기뻐하고 슬퍼하고 그냥 그들과 같이 하나 되는 것
그것이 진정한 예수의 사랑임을 체득하게 된 사람의 여유가 아닌가 싶습니다.  

의료진료는 총회의 도서의료 선교팀과 합류해서 사역을 했습니다.
도서의료 선교팀에서는 내과의 1분, 한의 1분, 치대생 1분, 간호사 2분이 오셨습니다.

첫날과 둘째날 의료봉사와 이미용 봉사 모두 온 몸이 파김치가 되도록 사람이 몰렸습니다.
특히 치과는 한 사람 당 진료시간이 길다 보니까 양우주 조선대 치대생 혼자서 감당하느라 가장 늦게까지 진료대를 접을 수 없었습니다. 양 군의 앞길에 하나님의 축복이 더하시리라 믿습니다. 또한 옆에서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치과 분비물 처리부터 궂은 일을 마다 않고 묵묵히 해 주신 박명현 집사님 너무 감사합니다.

한방은 특히 인기가 짱이었습니다.
노동으로 인한 관절염과 근육통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침은 가장 반가운 시술이었고 그래서 송상진 집사님은 단 오 분도 쉴 틈이 없었습니다. 또한 워낙 시술이 뛰어나다 보니까 맞은 침이 너무 효과가 있어서 한번만 더 맞으면 소원이 없겠다는 사람들이 여럿 조르는 바람에 오는 날 아침까지도 전을 벌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수고하신 송 집사님과 김혜정 집사님 감사와 사랑을 전합니다.

이번 대학교회 의료선교의 꽃은 뭐니뭐니 해도 이영자 집사님이십니다.
도서의료 선교팀이 저희 대학교회가 의료선교 사역이 처음이라는 얘기를 듣고 믿기지 않아할 정도로 완벽하게 준비하고 진행해 주셨습니다. 몇 달 전부터 이번 사역을 위해 의료물품과 장비를 꼼꼼히 챙겨주시고 심지어 찜질방 숙소까지도 신경 써 주셨습니다. 예진 데스크에서 환자를 맞는 모습을 보면서 오랜 경험에서 밖에는 나올 수 없는 원숙함과 배려와 자상함이 느껴져 너무도 믿음이 갔습니다. 집사님 너무 감사합니다. 새우도 잘 먹겠습니다.

미용 봉사 역시 정말 할 말이 없을 정도로 감사한 경우입니다.
치과와 마찬가지로 한 사람 당 시간이 오래 걸리는 봉사이고 그래서 가장 늦게까지 자리를 접을 수 없었습니다. 또한 앉아서 할 수 없기 때문에 몇 시간을 계속 서 있어야 하는 정말 고된 봉사였습니다. 이 모든 일을 홍행자 집사님은 정말 기쁨으로 감당해 주셨습니다. 또한 소녀 같은 열정과 발랄함으로 주위를 행복하게 해 주셨고, 오는 날 아침까지도 찾아오는 사람들을 뿌리치지 못하고 봉사해 주셨습니다. 하나님이 크신 축복으로 집사님 수고를 칭찬해 주실 것을 믿습니다.

함께 미용봉사 해주신 정현순 집사님, 5개월 밖에 안 배웠다는데도 옆에서 보기에 너무도 능숙하셔서 감탄했습니다. 수고에 감사 드립니다. 반면 이명희 집사는 너무 겁 없이 가위를 잡아서 내심 걱정이 적지 않았고 이 자리를 빌어 이 집사의 무참한 가위질에 난도질 당한 보길도 주민들께 심심한 사과를 드리지 않을 수 없네요. 앞으로 대학교회 교인을 대상으로 좀 더 훈련을 쌓아야 할 것 같습니다. 많이 지원해 주십시오. 참고로 허남돈, 김상근 집사님이 일착으로 자원해 주셨습니다.  

이미용 팀 옆에서 기타 치며 찬양으로 봉사한 베짱이 김기연 집사님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오래된 창고의 음습한 분위기를 한 순간 바꾸어 놓았지요. 옆에서 따뜻한 미소로 받쳐준 민미경 집사님도 계시고요. 김 집사님은 둘쨋날 마을잔치에서도 멋진 사회와 찬양으로 좌중을 너무도 은혜롭게 이끌어 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돌아오는 뱃길 선상에서의 멋진 리사이틀도 인상에 남고, 누르면 노래가 나온다고 해서 자판기란 별명도 얻었지요. 노래하고 모자 돌려서 생전 처음 노래로 돈 버셨고 그 돈으로 음료수 쏘셨지요.  

의료선교에 또한 정영철 집사님이 계시지요.
둘쨋날 새벽에 오시기로 했는데, 이게 왠 일입니까. 그 전날 밤부터 와서 기다렸는데 풍랑 때문에 배가 안 뜬다는 소식, 그리고 오후에도 뜰 가망이 없다는 소식에 우리 다들 실망했는데, 다행히 바람이 잦아들어 12시 40분 배를 타고 들어오셨습니다. 김강정 집사님, 그리고 청년부의 훈의, 해진, 후석이랑 함께요.

비록 둘쨋날 오전 진료는 놓쳤지만, 그래서 저희는 그냥 오후 자유시간을 같이 쉬자고 권했지만, 여기까지 와서 그냥 갈 수는 없다고 월송리 마을회관에 혼자 진료대를 차렸습니다. 그리고 보길도 주민에게는 생소한 레이저 시술을 하셨습니다. 류 목사님을 비롯해서 다들 시술 전에 바르는 하얀 연고를 얼굴 가득히 바르고 신이 나서 돌아다니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지요. 깜깜해서 보이지 않을 때까지 하셨고 그 다음날 떠나기 직전까지도 수고해 주셨습니다. 정 집사님과 김강정 집사님께 감사 드립니다.

의료봉사와 이미용 봉사와 함께 가동된 것은 전도팀 이었습니다.
김상근, 송종현, 임선옥, 강웅순, 윤미숙, 김은희, 여러 집사님이 수고해 주셨습니다.
김상근 집사님은 우물대는 저와는 너무도 대조적으로 확신과 자신을 가지고 주님을 전했습니다. 옆에서 저는 부러움과 약간의 시기심을 가지고 지켜 볼 수 밖에 없었고요. 다행히 송종현 집사님이 더듬거리는 저를 옆에서 많이 도와주셨습니다.

윤미숙 집사님은 특유의 거부할 수 없는 친화력으로, 강 집사님은 영혼 구원을 향한 애타는 마음으로 그분들께 다가갔습니다. 임선옥 집사님은 정말 온 몸으로 그 분들을 부등켜 안고자 하는 열심이 느껴져 너무 인상적이었습니다. 둘쨋 날에는 김은희 집사님도 수고해 주셨습니다. 어떻게 보면 가장 어렵다고 할 수 있는 전도봉사에 수고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와 사랑 전합니다. 진아가 다쳐서 걱정될 텐데도 열심으로 의료 데스크 맡아주신 장영미 집사님께도 감사 드립니다.

첫날 사역을 마치고 기도회를 가졌습니다.
참으로 성령 충만 은혜 충만한 기도회였습니다.
대학교회의 영적 부흥을 위한 십의 일이 되자는 목사님 말씀에
다들 눈물의 기도를 올렸습니다.

8월 14일 화요일
사역 둘쨋날 오전 부용리 마을에 가서 같은 사역을 했습니다.
좁은 섬인데도 어제 사역한 월송리 마을과 왠지 분위기가 차이가 있었습니다.
연령대는 비교적 젊고 농업이 주이며
불교나 절의 영향이 좀더 크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전도에는 왠지 좀더 힘이 들었습니다.

사역을 마치고 오후에는 자유시간을 가졌습니다.
예송리 해수욕장과 땅끝 전망대를 찾았고
청년들은 어김없이 서로를 들어 물에 빠뜨렸습니다.
신 목사님도 그 공격을 피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저녁에 마을잔치를 차렸습니다.
월송리 마을회관 앞 마당에 긴 그물덮개를 깔고 그 위에 열 두엇 되는 상을 차렸습니다.
불어오는 바람은 선선했고 구성진 노랫가락은 확성기를 타고 마을 어귀까지 퍼졌습니다.
보살핌은 넉넉했습니다.
청년들은 식탁을 돌아다니며 마른 우럭을 발라 할아버지 할머니 수저에 놓아 드렸고
열심히 반찬과 음료와 과일을 날랐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아니 도시에서 자란 사람들로서는 정말 처음 접하는 시골의 잔치 풍경이었습니다.
같이 음식을 나눈다는 것이야 말로 참 서로의 마음을 여는 일임을 느끼게 합니다.

마을잔치는 짧지만 밀도 있게 진행되었습니다.
목사님의 여운이 남는 메시지를 시작으로 여름학교 아이들이 준비한 순서
여성중창단의 신나는 가락
청년들의 찬양까지 흥겨움을 더했습니다.
돌아가는 분들에게 작지만 선물도 드렸습니다.
다들 진심으로 즐거워하는 듯 했습니다.
비록 그들의 돌아가는 발길에는
다시금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 오두막의 적막감이 감싸이겠지만
그래도 환한 불빛 흥겨운 웃음 힘찬 박수
이 잔치의 여운이 되도록이면 길게 길게 그 노인들의 가슴에 멤돌기를
그래서 오랜 만에 미소 띄며 긴 젊은 날 꿈에 잠드시게 되길  
진심으로 바랐습니다.

8월 15일 수요일
사역 사흘째 보길도 마지막 날
오전에 윤선도 세연정과 공룡알 해수욕장을 둘러 보았습니다.
그리고 돌아와서 마침 예배를 드리고
11시 40분 완도 행 배에 올랐습니다.
다들 오랫동안 손을 흔들었습니다.
교회 도착은 밤 9시.

이런 행사를 치루면서 항상 음지에서 수고하시는 분들 계시지요.
바로 음식과 주방 봉사입니다.
60명이 되는 대식구를 먹이는 일, 이것 보통 일이 아니지요.
양명화 집사님, 선발대로 오셔서 마지막 출발까지 전체 주방일 진두지휘하시며
역시 부잣집 맏며느리답게 푸짐하게 저희들 먹여주셨습니다.
민미경 임선옥 집사님, 마지막 김칫물 뒤집어 쓸 때까지 한결같이 봉사해 주셨습니다.
김은희 집사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고해 주셨고,
이선애 집사님도 타 교회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거리감 없이 거들어 주셨습니다.  
우리 모두의 감사와 사랑 전합니다.
참, 돌아오는 차 안의 주먹밥은 정말 맛있었습니다.

오며 가며 차량 운전으로 수고해 주신 대학교회 영원한 청년 박홍석 집사님
한 사람이 지혜로우면 여러 사람이 편한데, 박 집사님 버스 전용차로 아이디어 덕분에 엄청나게 편하게 갔다 올 수 있었습니다.

우리 모두를 웃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영원한 피에로 남전도회장 김상근 집사님
선발대로 출발 전 쇼핑부터 끝 마무리까지 수고해 주신 송종현 집사님
촬영과 사진으로 한 순간도 편하지 못했던 김명주 집사님
성경학교 이끄느라 애쓰신 김지형, 박요섭, 허희진 전도사님
회계 노릇 하느라 분주하게 돌아다닌 유나미 간사님
상중이라 함께 하지 못했지만 기도로 받쳐주신 선교부장 오진곤 집사님
모든 일을 총괄 기획 진행하느라 애쓰신 신승헌 목사님
영적으로 우리를 도전케 하고 강건케 하시는 김범식 목사님께
모두의 감사와 사랑 전합니다.

청년을 제외하고 교역자 6분 남녀 집사님 22분이 이번 사역에 동참하셨습니다.
다들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입니다.

마지막으로
오고 가는 발걸음 지켜주시고
부족한 저희들이지만 들어 사용해 주신
하나님께 모든 찬송과 영광과 경배를 올립니다.  
할렐루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