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최인호 유고집 <눈물>을 읽고
2014-03-03, 조회 : 1378
이영석
지난주 월요일 대학선배이자 업계에서 나를 이끌어주는 멘토인 선배와 광화문에서 만나 모처럼만에 점심을 했다. 점심시간이 조금 남자 형은 교보문고에 가자고 했다. 형은 당신이 감명깊게 읽었노라면서 책 한권을 집어들어 나에게 건넸다.
최인호 유고집 <눈물>
사실 그에 대해 아는 것은 그가 가톨릭신자였고 지난해 가을에 암때문에 길지 않은 생을 마감했다는 정도가 다였다. 그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별들의 고향>, <바보들의 행진>, <고래사냥>, <겨울 나그네> 등은 보았으면서도 그의 원작소설들은 정작 한권도 읽지 않았다. 그의 역사소설 <잃어버린 왕국>, <해신>, <상도>, <유림> 등도 연속극으로 간간이 보았을 뿐 책을 읽은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그의 마지막 유고집 <눈물>에서는 손에서 뗄 수가 없었다. 지난 월요일 오후부터 다음날 저녁까지 거의 만 하루만에 다 읽었다. 소설적 재미가 있어서 흥미진진함이 나를 붙잡은 것은 아니었다. 그가 투병 중에 가톨릭 서울대교구 소식지에 정기적으로 연재했던 묵상의 글들이 나를 붙들었던 것이다. 성서의 각 장면에 가장 걸맞는 문학작품들을 등장시키는 그의 깊이있는 문학적 감수성이 진솔하게 담겨있었다. 마치 문학을 씨줄 삼고 성서를 날줄 삼아 아름다운 교직물을 짜는 섬세한 작가의 손길이 느껴졌다고나 할까!
인간은 죽음 앞에서 정직해진다고 하지 않던가! 작가 최인호는 시시각각 다가오는 죽음의 그림자를 느끼며 정직한 자기 독백을 독자들에게 남겼다. 책의 후반부에는 그를 아는 분들이 그를 추억하는 송사가 담겨있다. 그의 영화화된 작품에 거의 고정적으로 출현했던 안성기씨의 송사에서 그의 신앙과 인생의 연륜을 읽을 수 있었다. 그는 안성기씨에게 성서의 원수사랑에서 원수의 의미를 들려주었단다. 바로 적이나 나쁜 사람이 아니라, 바로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한다. 안보면 그만인 사람이 아니라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이라 했단다. 그의 사색과 사랑의 깊이를 읽을 수 있었다.
그는 그가 그렇게 간절히 원했던 죽음의 모습으로 사람들의 기억 속에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 믿는다.
“주님! 그래도 난 정말 환자로 죽고 싶지 않고 작가로 죽고 싶습니다.”
“주님! 나를 나의 십자가인 원고지 위에 못박고 스러지게 해주소서!”
굳이 신앙의 시각으로 나는 이 책을 읽지 않았다. 다만, 죽음 앞에 무기력한 인간이라는 존재가 느낄 수 밖에 없는 한계상황 하에서 정직해지고 진솔해진 한 인간의 자기 독백에 공감했을 뿐이다.
최인호 유고집 <눈물>
사실 그에 대해 아는 것은 그가 가톨릭신자였고 지난해 가을에 암때문에 길지 않은 생을 마감했다는 정도가 다였다. 그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별들의 고향>, <바보들의 행진>, <고래사냥>, <겨울 나그네> 등은 보았으면서도 그의 원작소설들은 정작 한권도 읽지 않았다. 그의 역사소설 <잃어버린 왕국>, <해신>, <상도>, <유림> 등도 연속극으로 간간이 보았을 뿐 책을 읽은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그의 마지막 유고집 <눈물>에서는 손에서 뗄 수가 없었다. 지난 월요일 오후부터 다음날 저녁까지 거의 만 하루만에 다 읽었다. 소설적 재미가 있어서 흥미진진함이 나를 붙잡은 것은 아니었다. 그가 투병 중에 가톨릭 서울대교구 소식지에 정기적으로 연재했던 묵상의 글들이 나를 붙들었던 것이다. 성서의 각 장면에 가장 걸맞는 문학작품들을 등장시키는 그의 깊이있는 문학적 감수성이 진솔하게 담겨있었다. 마치 문학을 씨줄 삼고 성서를 날줄 삼아 아름다운 교직물을 짜는 섬세한 작가의 손길이 느껴졌다고나 할까!
인간은 죽음 앞에서 정직해진다고 하지 않던가! 작가 최인호는 시시각각 다가오는 죽음의 그림자를 느끼며 정직한 자기 독백을 독자들에게 남겼다. 책의 후반부에는 그를 아는 분들이 그를 추억하는 송사가 담겨있다. 그의 영화화된 작품에 거의 고정적으로 출현했던 안성기씨의 송사에서 그의 신앙과 인생의 연륜을 읽을 수 있었다. 그는 안성기씨에게 성서의 원수사랑에서 원수의 의미를 들려주었단다. 바로 적이나 나쁜 사람이 아니라, 바로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한다. 안보면 그만인 사람이 아니라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이라 했단다. 그의 사색과 사랑의 깊이를 읽을 수 있었다.
그는 그가 그렇게 간절히 원했던 죽음의 모습으로 사람들의 기억 속에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 믿는다.
“주님! 그래도 난 정말 환자로 죽고 싶지 않고 작가로 죽고 싶습니다.”
“주님! 나를 나의 십자가인 원고지 위에 못박고 스러지게 해주소서!”
굳이 신앙의 시각으로 나는 이 책을 읽지 않았다. 다만, 죽음 앞에 무기력한 인간이라는 존재가 느낄 수 밖에 없는 한계상황 하에서 정직해지고 진솔해진 한 인간의 자기 독백에 공감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