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꼭 2년 전에 청년부장을 내려놓았을 때, 그 느낌은 한마디로 ‘시원섭섭하다’였습니다. 3년 동안 주일 하루를 온전히 교회에서 보내다가 주일 오후에 집에 와서 막상 여유를 부리자니 그 여유가 어색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내 자리가 아닌 것같은 그 느낌 때문에 약간은 허전함도 느꼈던 게 사실입니다. 그러기를 2년. 다시 제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인생의 청년기를 보낸지가 벌써 이십년이 훌쩍 지났습니다. 마음은 언제나 청년인 것같은데, 머리에는 검은 머리보다 흰 머리가 더 많아졌습니다. 외모만 그런게 아닙니다. 그동안 50년 가까이 무리하게 부려먹어서인지 몸도 서서히 이상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솔직히 주일마다 쉬지도 못하고 교회에서 보낸다는 게 체력적으로 여간 부담이 아닙니다.

그래도 청년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그들이 측은하기 때문입니다. 제 청년기를 돌아보면, 너무 쉽게 살아왔다는 생각입니다. 고등학교 때는 그다지 열심히 공부하지 않았는데도 서울에 쉽게 올라올 수 있었고, 대학생이 되어서는 공부보다 사회참여에 더 열심이어서 전공지식의 깊이는 부끄러운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도 80년대, 90년대 초반이 고도성장기였기에 너무 쉽게 취직이 되었습니다. 조건이 좋은 직장을 골라서 가는 행복한 고민에 빠져있었던 시기였습니다.

그런데, 1997년 IMF 경제위기라는 재앙을 겪고 난 후 우리 사회는 너무나도 달라졌습니다. 한국사회는 저성장 사회로 돌아섰고, 어느 직업도 평생직장을 보장해주지 않고 있습니다. 국내 투자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어서 취업의 기회는 바늘구멍만큼 작아져 버렸습니다. 또 대학 들어가기는 왜 그렇게 어려워졌는지. 대학에 들어가서도 취업 걱정에 고등학교 때보다 더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 녹녹치 않은 현실이 기다리고 있고. 인생의 황금기인 청년의 시기에 마음껏 누려야 할 낭만이라는 단어가 이미 어색해진지는 오래되었습니다. 치열한 경쟁만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를 우리는 ‘구조적인 문제’라고들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습니다. 이렇게 사회가 바뀐게 누구의 책임인가 하는 겁니다. 저는 감히 저를 포함한 기성세대에게 그 책임이 있다고 본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기 때문에 청년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없습니다. 내 정년이 몇 년 연장된다는 것은 젊은이들의 신규 취업 기회 몇 개가 날아간다는 것의 다른 표현입니다. 내가 낸 연금기여액보다 더 많이 받고 있다면 그것은 내 자녀들이 더 많이 부담해야 한다는 사실에 다름 아닙니다. 암울할 이 시기에 청년들에게 비젼을 제시해 줄 수 있는 기성세대이어야 한다는 상투적인 말씀은 드리지 않겠습니다. 그들에게 부당한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된다는 말씀도 드리지 않겠습니다.

사회의 미래만큼이나 교회의 미래도 청년에게 달려 있습니다. 요즘 청년들, 예의 없고 아무 생각없이 사는 것 같아도 얼마나 치열하게 고민하면서 노력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그들을 위해서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기성세대가 되었으면 하는 작은 바램이 있습니다. 치열하게 일주일을 살다가 교회에 와서만큼은 희망이라는 단어, 위로와 안식이라는 단어를 가슴 깊이 느끼면서 삶의 자리로 돌아갈 수 있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는 작은 소망을 품어봅니다.

대학교회라는 이름이 가지는 그 무거운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면서, 청년부에 더 많은 관심과 기도를 부탁 드립니다.

새해에도 성도님들 가정에 주님의 은혜가 변함없이 함께 하기를 기도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