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평생 살아오며 이런 기도는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마치 마음이 멈추어 버렸습니다.
그 충격이 내 머리와 가슴을 강하게 때렸습니다.
아무 생각이 없이 그 자리에서 굳어버린 내 자신이 너무 한심해 보였습니다.

며칠 전 저희 어머니 9순이셔서 청주에 갔었습니다.
9순이시라 생신잔치를 해야 했지만, 한달 전 낙상으로 뼈를 다치셔서 겨우 움직일 정도만 회복되신 터라 간단히 집안에서 음식을 차려 먹기로 했습니다. 가족들이 아침식사를 하기 위해 둥그렇게 모여있는 가운데, 어머님께서 기도를 시작하였습니다.

그런데 기도를 시작하신 어머니께서는 계속 같은 내용만을 반복하시고 반복하시는 것입니다. 일부런 그러신 것이 아니라 정신이 흐릿하셔서 그런 것이죠.

“하나님 감사합니다...... 주예수를 믿는 자에게 영생의 복을 주신다고 하셨으니.....우리 자녀들 예수 믿어 천대만대 복을 받게 해주세요.....(중략).
이 내용을 계속하시며 멈추지 않으셔서 결국 참다 못한 형님이 어머님 그만하세요 라고 하시자 멈추셨습니다.

작년까지 만해도 어머니의 유창한 기도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때는 깨닫지 못했습니다. 동화에 나왔던가요, 젊었을 때 잘못하여 어머님이 세게 매를 때릴 때는 별생각없이 거역하고 지내다. 어머님의 매질이 아프지 않게 느껴질 때야 어머니께서 매질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늙어버린 사실을 알고 누우쳤다고 하는 이야기가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의 이야기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약간의 치매로 인해 정신이 오락가락하시는 가운데서도 하루에 2~3시간씩을 기도하시다고 하셨는데, 자식들을 위하여 그런 내용을 반복하고 계셨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숨이 막혀버린 것입니다.

어머니의 기도는 나에게 그리고 모든 가족들에게 그 어느 설교보다 강력한 메시지를 전해주었습니다.  

찬송가 두 곡이 떠오릅니다.

날마다 주와 버성겨 그 크신 사랑버리고 방탕한 길로 가다가 어머니 기도 못잊어
나 집에 돌아 갑니다. 어머니 기도 못 잊어 새사람 되어 살려고 나 집에 돌아갑니다.

어머니의 넓은 사랑 귀하고도 귀하다 그 사랑이 언제든지 나를 감싸줍니다.
내가 울 때 어머니는 주께 기도드리고 내가 기뻐 웃을 때에 찬송 부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