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보고 싶은 서울여대 대학교회 성도님들께!


그 동안 평안 하셨습니까?
다 각자 힘들고 어려운 일들 또 기쁜 일들이 있었겠지요.
얼마나 힘드셨습니까? 또 얼마나 기쁘셨습니까?
제가 한 분 한 분 다 여쭙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성도님 모두 다 우리 주님 안에서 위로와 기쁨이 넘쳐나시길 기도 드립니다.

여러분도 뉴스에서 보셨겠지만, 필리핀 남부 지역에서는 태풍의 피해로 참으로 어려운 시간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필리핀 대통령은 국가 재난 사태를 선포하고, 큰 기업들과 시민들도 나름 도움의 손길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워낙 심각한 상태라 쉽게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제가 있는 지역은 그런대로 태풍의 피해를 피해갔지만, 그 많은 죽은 사람들 중에 다시 천국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 지 생각해보면, 필리핀에 있는 선교사로서 마음은 참으로 무겁습니다.

필리핀은 우리나라 면적의 3배가 넘고, 인구는 1억이 넘는 카톨릭 국가입니다. 카톨릭 국가라고는 하지만 거의 미신과 결합된 종교로서 생활상은 정말 다시 믿음으로 거듭나야만 할 대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전혀 다른 우상만 섬기는 사람들 보다 전도하기가 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살아보니 참으로 재난도 많은 나라인 것 같습니다. 따라서 이 재난으로 죽는 사람도 참 많고요. 그 때마다 이런 생각이 들곤 합니다. 그들 모두 각자에게 아주 소중한 이야기들이 있었을텐데… 그들 모두 다 천하보다도 귀한 생명이라고 하셨는데… 그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구원의 길을 받아들이지도 못하고 인생을 마무리했을 사람들이 있었을텐데…

마흔 한 살에 필리핀에 와서 몇 달 안 있으면 쉰이라는 나이로 접어드는데, 난 그들을 위해서 무엇을 했을까? 어떻게 내가 그 많은 사람들을 다 만날 수 있겠는가 또 이게 나 혼자만의 책임은 아니지 않는가 스스로 위로해보지만, 그래도 씁쓸한 마음은 어쩔 수 없습니다. 죽음이란 참으로 무겁고 힘든 것 같지만, 우리 믿는 자들에게는 또 다른 기쁨과 소망을 주는 말인데, 또 다른 어떤 사람들에게는 다시 구원의 기회를 얻을 수 없는 종착역이 되어버리니 말입니다.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성도님들이 계시다면, 부디 눈에 보이는 어려움이 다가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생각하시고 힘내시기 바랍니다. 우리의 종착역은 이 세상이나 죽음이 아니라 천국이라는 사실을요. 저 역시 사십 대를 어떤 때는 불쌍한 과부로 또 어떤 때는 우리 예수님의 행복한 신부로, 우리 하나님 아버지의 씩씩한 일군으로 살았던 것 같습니다.

나를 불쌍한 과부로 만드는 것은 절대로 환경이 아니었습니다. 그건 내 약한 믿음이었고 부족한 기도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항상 좋으신 우리 아버지께서는 곧 다시 저를 행복한 신부로 씩씩한 일군으로 회복시켜주셨습니다. 성도님들 역시 마음이 무너져 내릴 때는 환경이나 세상 탓이 아닙니다. 힘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더 우리 하나님 아버지와 시간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2013년 11월 12일
필리핀에서 석혜경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