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필리핀 석혜경선교사의 편지_2012.12.24
2012-12-26, 조회 : 1157
노진숙
서울여자 대학교회 성도님들께
그 동안 평안 하셨습니까? 자주 소식을 전해야지 하면서도 이렇게 다시 해가 다 저물어서야 소식을 전합니다. 그래도 항상 교회와 여러분에 대한 감사의 마음은 잊지 않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의 기도와 도움이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이곳에서 선교사라는 본분을 지키며 살 수 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지난 3월에 안티폴로라는 도시로 이사를 와서 한 필리핀 학교에서 사역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때까지 섬기던 시골 교회도 멀어서 자주 가 볼 수는 없지만, 그래도 여전히 부족한대로 섬기고 있습니다. 항상 시골교회가 자립하기를 기도하면서 스스로 자라가기를 기도해보지만 아직은 돌봄의 손길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제가 떠나 온 후에 아이들 간식도 주기가 힘들고, 함께 가던 사역자들의 차비도 절절 매는 형편입니다. 피글렛 프로젝트도 어찌 어찌 되가나 싶더니, 많은 사람들이 그 새끼 돼지가 어미 돼지가 될 때까지 버티기가 힘이 드는가 봅니다. 어떻게 하는 것이 진정 그들을 돕는 것인지 갈등하면서 그 때 그 때 주님이 주시는 마음에 따라 섬기고 있습니다.
1월에는 창립 기념일이 있어서 방문하려고 합니다. 한국의 선교회에서 물품을 좀 보내주셨는데, 그냥 이것을 주기보다는 교회 주관으로 바자회를 하려고 합니다. 비록 돈을 받고 판다 해도 많이 받을 수도 없고, 또 다 팔린다 해도 정말 얼마 안 되는 금액이지만, 그래도 스스로 뭔가를 해보도록 하는 게 필요한 것 같습니다. 남는 수익금은 주일학교 어린이들을 위한 간식 대금으로 사용하자고 하였습니다.
이 곳 안티폴로로 이사온 후에는 필리핀 학교에서 사역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명칭은 “Bible and Music College” (음악 신학교라고나 할까요?) 인데, 정식 대학 인가를 받은 학교는 아니고, 신학 과목과 클래식 악기를 가르치는 학교입니다. 저는 이곳에서 “플루트”와 “예배와 음악” 이라는 과목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또한 care group이라고 해서 학생들의 학교 생활이나 각 지역 교회에서 사역하는 것들에 대한 지도를 하고 있습니다. 이 학교는 기숙학교로 학생들의 절반 이상이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는데, 수업료나 기숙사비는 받지 않고 있으며, 식비를 겨우 받기는 하지만 재료비도 안 됩니다. 필리핀 사역진은 학교에서 월급을 받고, 몇 몇 섬기는 한국 선교사님들은 모두 자원 봉사입니다.
학생들을 보면 참으로 귀하게 공부하고 사역하는 아이들인데, 알고 보면 이전 – 이 학교에 들어오기 전 고등학교 시절에는 참으로 힘들었던 아이들입니다. 물론 집안 형편뿐만 아니라 학교 생활도 엉망이고요, 이 학교에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대학이라고는 근처에 가기도 힘들었을 겁니다. 그래도 이 곳에 들어와서 훈련 받고, 음악 사역자로 또는 전도사로서 키워지는 것을 볼 때 참으로 귀한 사역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저 역시 가르치는 것뿐만 아니라, 선교센터에서 선교사 훈련을 하던 경험을 살려 아이들에게 선교에 대한 비전을 심어주려고 노력합니다.
아들 원석이는 이 곳 한국인 선교사 자녀 학교에 등록하여 중학교 2학년을 마치고 겨울 방학에 들어 갔습니다. 매년 연말과 연초는 아들과 함께 성경 통독을 하는 시간으로 보내는데, 이번엔 아들이 영어 성경 통독으로 2주 만에 마치기 어려우니 방학 동안 내내 다 마치기를 부탁하였습니다. 제가 생각할 때 열심히 읽으면 될 것 같은데 (아이는 한글 성경외우는 것보다도 영어 성경 외우기를 훨씬 더 쉽게 합니다), 그냥 그러라고 하였습니다. 그저 안 하겠다고 버티지 않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면서요.
제가 이 때까지 해 본 역할 중에 제일 어려운 것은 역시 엄마 노릇인 것 같습니다. 그 동안 아이에게 실수도 많이 하고 또 맘도 많이 아팠는데, 그래도 이 아이를 통해서 우리 아버지 하나님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깨닫게 되는 것을 느낍니다. 그리고 사역하는 아이들에게도 더 안타깝고 애틋한 마음을 가지게 됩니다. 믿지 않는 부모, 돌보지 않는 부모 (우리 한국은 너무 지나쳐서 문제인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만), 상처만 주는 부모…. 정말 제가 그 자리를 다 메워줄 수는 없지만, 열심히 우리 아버지의 사랑, 예수님의 사랑을 심어주고 보여줄 수만 있다면, 그들 역시 하나님의 귀한 자녀로 일군으로 거듭나리라 믿습니다.
성도님들도 나름대로 많이 힘드신 일이 있을 줄 압니다. 그러나 우리가 항상 하나님의 보호하심과 그리스도의 사랑 안에 머물러 있다는 것, 성령님이 항상 우리를 도우신 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기억하면서 힘내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이기적인 발상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여러분은 절대 빈곤에 처하여 있지 않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감사하시기를 바랍니다. 이 곳 필리핀도 절대 빈곤이라고 말할 처지는 아닐지라도, 참으로 어려운 사람들이 많습니다 (물론 도시의 백화점에 가면 상상하기 어렵기는 하지만요). 저 역시 이들하고 똑같이 몇 끼만 먹으면, 어지러워서 견디기가 힘이 듭니다. 작년에 심하게 몇 주일을 아프면서, 탈수에 영양실조의 증상을 겪으면서, 참으로 부끄러웠습니다. 많은 필리핀 사람들은 저보다 훨씬 못 먹으니까요.
우리 새해에는 정말 감사하면서 사십시다. 그리고 천국에 소망을 바라보며, 그 천국에 우리의 보화를 쌓는 삶이 되는 저와 성도님들이 되시기를 간절히 소망하며 기도합니다.
2012년 12월 24일
필리핀에서 석혜경 드림
그 동안 평안 하셨습니까? 자주 소식을 전해야지 하면서도 이렇게 다시 해가 다 저물어서야 소식을 전합니다. 그래도 항상 교회와 여러분에 대한 감사의 마음은 잊지 않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의 기도와 도움이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이곳에서 선교사라는 본분을 지키며 살 수 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지난 3월에 안티폴로라는 도시로 이사를 와서 한 필리핀 학교에서 사역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때까지 섬기던 시골 교회도 멀어서 자주 가 볼 수는 없지만, 그래도 여전히 부족한대로 섬기고 있습니다. 항상 시골교회가 자립하기를 기도하면서 스스로 자라가기를 기도해보지만 아직은 돌봄의 손길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제가 떠나 온 후에 아이들 간식도 주기가 힘들고, 함께 가던 사역자들의 차비도 절절 매는 형편입니다. 피글렛 프로젝트도 어찌 어찌 되가나 싶더니, 많은 사람들이 그 새끼 돼지가 어미 돼지가 될 때까지 버티기가 힘이 드는가 봅니다. 어떻게 하는 것이 진정 그들을 돕는 것인지 갈등하면서 그 때 그 때 주님이 주시는 마음에 따라 섬기고 있습니다.
1월에는 창립 기념일이 있어서 방문하려고 합니다. 한국의 선교회에서 물품을 좀 보내주셨는데, 그냥 이것을 주기보다는 교회 주관으로 바자회를 하려고 합니다. 비록 돈을 받고 판다 해도 많이 받을 수도 없고, 또 다 팔린다 해도 정말 얼마 안 되는 금액이지만, 그래도 스스로 뭔가를 해보도록 하는 게 필요한 것 같습니다. 남는 수익금은 주일학교 어린이들을 위한 간식 대금으로 사용하자고 하였습니다.
이 곳 안티폴로로 이사온 후에는 필리핀 학교에서 사역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명칭은 “Bible and Music College” (음악 신학교라고나 할까요?) 인데, 정식 대학 인가를 받은 학교는 아니고, 신학 과목과 클래식 악기를 가르치는 학교입니다. 저는 이곳에서 “플루트”와 “예배와 음악” 이라는 과목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또한 care group이라고 해서 학생들의 학교 생활이나 각 지역 교회에서 사역하는 것들에 대한 지도를 하고 있습니다. 이 학교는 기숙학교로 학생들의 절반 이상이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는데, 수업료나 기숙사비는 받지 않고 있으며, 식비를 겨우 받기는 하지만 재료비도 안 됩니다. 필리핀 사역진은 학교에서 월급을 받고, 몇 몇 섬기는 한국 선교사님들은 모두 자원 봉사입니다.
학생들을 보면 참으로 귀하게 공부하고 사역하는 아이들인데, 알고 보면 이전 – 이 학교에 들어오기 전 고등학교 시절에는 참으로 힘들었던 아이들입니다. 물론 집안 형편뿐만 아니라 학교 생활도 엉망이고요, 이 학교에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대학이라고는 근처에 가기도 힘들었을 겁니다. 그래도 이 곳에 들어와서 훈련 받고, 음악 사역자로 또는 전도사로서 키워지는 것을 볼 때 참으로 귀한 사역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저 역시 가르치는 것뿐만 아니라, 선교센터에서 선교사 훈련을 하던 경험을 살려 아이들에게 선교에 대한 비전을 심어주려고 노력합니다.
아들 원석이는 이 곳 한국인 선교사 자녀 학교에 등록하여 중학교 2학년을 마치고 겨울 방학에 들어 갔습니다. 매년 연말과 연초는 아들과 함께 성경 통독을 하는 시간으로 보내는데, 이번엔 아들이 영어 성경 통독으로 2주 만에 마치기 어려우니 방학 동안 내내 다 마치기를 부탁하였습니다. 제가 생각할 때 열심히 읽으면 될 것 같은데 (아이는 한글 성경외우는 것보다도 영어 성경 외우기를 훨씬 더 쉽게 합니다), 그냥 그러라고 하였습니다. 그저 안 하겠다고 버티지 않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면서요.
제가 이 때까지 해 본 역할 중에 제일 어려운 것은 역시 엄마 노릇인 것 같습니다. 그 동안 아이에게 실수도 많이 하고 또 맘도 많이 아팠는데, 그래도 이 아이를 통해서 우리 아버지 하나님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깨닫게 되는 것을 느낍니다. 그리고 사역하는 아이들에게도 더 안타깝고 애틋한 마음을 가지게 됩니다. 믿지 않는 부모, 돌보지 않는 부모 (우리 한국은 너무 지나쳐서 문제인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만), 상처만 주는 부모…. 정말 제가 그 자리를 다 메워줄 수는 없지만, 열심히 우리 아버지의 사랑, 예수님의 사랑을 심어주고 보여줄 수만 있다면, 그들 역시 하나님의 귀한 자녀로 일군으로 거듭나리라 믿습니다.
성도님들도 나름대로 많이 힘드신 일이 있을 줄 압니다. 그러나 우리가 항상 하나님의 보호하심과 그리스도의 사랑 안에 머물러 있다는 것, 성령님이 항상 우리를 도우신 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기억하면서 힘내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이기적인 발상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여러분은 절대 빈곤에 처하여 있지 않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감사하시기를 바랍니다. 이 곳 필리핀도 절대 빈곤이라고 말할 처지는 아닐지라도, 참으로 어려운 사람들이 많습니다 (물론 도시의 백화점에 가면 상상하기 어렵기는 하지만요). 저 역시 이들하고 똑같이 몇 끼만 먹으면, 어지러워서 견디기가 힘이 듭니다. 작년에 심하게 몇 주일을 아프면서, 탈수에 영양실조의 증상을 겪으면서, 참으로 부끄러웠습니다. 많은 필리핀 사람들은 저보다 훨씬 못 먹으니까요.
우리 새해에는 정말 감사하면서 사십시다. 그리고 천국에 소망을 바라보며, 그 천국에 우리의 보화를 쌓는 삶이 되는 저와 성도님들이 되시기를 간절히 소망하며 기도합니다.
2012년 12월 24일
필리핀에서 석혜경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