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서울여자 대학교회 여전도 회원님들께!

그 동안 평안하셨는지요? 자주 소식도 전하고 또 기도도 부탁해야지 했는데, 이렇게 해가 바뀌고 또 달이 바뀌어서 인사를 드리니 참으로 죄송합니다. 그렇지만, 항상 잊지 않고 기억해주시고 기도해주시는 여러분에 대한 감사한 마음은 잊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정기적으로 매달 후원하여 주시는 것도 정말 감사를 드립니다. 얼마나 위로와 힘이 되는 지 모릅니다.

아직 한국은 꽤 추운 날씨이지요? 저는 이제 한국의 추운 날씨가 어느 정도였는지 느낌이 좀 둔해진 것 같습니다. 제가 있는 바기오는 해발 천오백 미터의 산악 도시라 한국의 초 가을 정도의 날씨입니다. 추위를 잘 타는 저는 겨울 잠바를 입을 때도 종종 있습니다. 그래도 사계절이 있는 한국이 참 좋은 것 같습니다.

요즘 저는 많이 건강하여져서 몸무게도 많이 늘었습니다. 좀 더 늘면 가지고 있는 옷을 못 입게 될 것 같아 좀 긴장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필리핀 사람들은 대체로 체형이 마르고 어깨가 좁아서 아무리 사이즈를 맞춰도 제게 편한 옷 찾기가 좀 힘이 듭니다. 제가 어렸을 때 우리나라 어른들도 필리핀 사람들과 비슷한 체형이었던 것 같은데, 언제인지부터 우리도 키가 크고 어깨도 각진 서양 체형으로 바뀐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나라가 잘 살게 되고 먹는 것도 잘 먹게 되어서 그러지 않나 싶습니다. 그래도 아직 힘든 사람들이 우리 나라에 꽤 많이 있지요? 여전도회였는지 대학교회 다른 기관이었는지 독거 노인들에게 음식을 전해주는 사역 사진을 본 기억이 납니다.

세계 경제가 다 힘들다고 하는데 그래도 걱정하는 수준의 차이는 있는 것 같습니다. 요즘 제가 섬기고 있는 교회의 성도님들은 2009년도에 당한 큰 태풍의 피해를 아직도 극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농사를 짓는 사람들인데, 논으로 물이 들어오는 통로가 막혀서 아직도 논들이 잡초들로 무성합니다. 정부에서 지원금이 옛날에 나왔다고 하는데 아직도 해결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논들이 안식년과 희년을 다 함께 보내고 있으니 다시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 더 좋은 수확을 거둘 것이라고 위로해보지만, 아이들 학교 보내는 것도 힘들고 먹는 것도 부실한 그들을 볼 때 참 안됐습니다. 그러던 중 새끼 돼지를 각 가정에 나눠주고 키워보게 하는 게 어떨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들에게는 새끼를 키울 먹이도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자기네 먹을 양식도 부족한 형편에 돼지 키울 양식을 구하는 것도 참 부담스러운 것 같습니다. 외진 시골이라 식당들이 있는 것도 아니고 시장도 멀어서 얻어 먹이는 것도 그리 쉽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혼자 고민하다가 하나님께 사인을 구했습니다. 새끼 돼지를 나눠주는 것이 저의 생각인지 아니면 하나님께로부터 온 것인지 사인을 달라고 했습니다.

얼마 전부터 주일 예배 시간이 끝난 후에 기도 모임을 곧바로 시작했습니다. 처음부터 오랜 시간 기도하는 것이 어려울 것 같아서 종이와 볼펜을 나눠주고 기도 제목을 쓰게 하였습니다. 자신의 표현 방법으로 하나님을 찬양하기, 감사한 내용들 쓰기, 어렵고 힘든 일들을 생각하며 그것들도 감사하기, 회개할 것들 쓰기, 다른 사람들을 위한 기도제목 쓰기, 그리고 자신을 위해 간구하기… 청소년들부터 노인들까지 모두 함께 빙 둘러 앉아 하나하나 쓰도록 시켰습니다. 그리고 그 쓴 것들을 보면서 기도하게 하였습니다.

처음엔 5분 그 다음 주에는 10분 이렇게 하여 지금은 30분까지 기도 시간을 늘였습니다. 기도가 일찍 끝나 멋 적은 듯 앉아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참으로 감사하게도 모두들 자리를 떠나지 않고 따라와 주었습니다. 제가 하나님께 구한 사인은 한 사람도 빠지지 않고 각자 나눠준 볼펜을 매주 연속 두 번을 가지고 오는 것 이었습니다. 만약 볼펜을 안 가지고 온 사람이 한 두 사람 있을 때 다른 사람이 여분의 볼펜을 빌려줘서 모두 기도 노트에 기도 리스트를 쓰면 이것도 하나님께서 주신 사인이라고 생각하겠다고 했습니다.

제가 청소년들을 성경 공부 인도하면서 연필이나 볼펜을 꼭 가지고 다니라고 매 번 신신당부를 해도 거의가 안 가지고 오는데, 어른들은 오죽하랴 했습니다. 그리고 일부러(?) 그 부분에 대해서 더 열심히 기도하지 않았습니다. 어! 그런데 연속 두 번 다 제가 구했던 사인이 이루어졌습니다.

일명 새끼돼지 프로젝트 (piglet project)가 시작되었습니다. 모두 모여 원칙을 정하였습니다. 참여를 원하는 가정에게 새끼 돼지 한 마리씩을 나눠주고 그 새끼돼지가 어미 돼지가 되어 다시 새끼를 나면 한 마리를 교회에 주는 게 원칙입니다. 만약 어미 돼지가 되기 전에 부득불 팔게 될 경우는 새끼 돼지 값을 교회에 반환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새끼 돼지는 다시 새로운 교인들이 생기면 그 들에게 기회를 주기로 하였습니다. 지역 주민 전도에도 도움이 되리라 기대하면서요.

아무리 시작한 의도는 좋았다 할지라도 서로 시험 들지 않도록 신신 당부를 하였습니다. 저의 인간적인 생각에 모든 사람들이 이 원칙에 신실할 지 의문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 번 해보자는 마음이 강하였습니다. 비록 처음부터 삶에 큰 도움은 안될지라도 작은 겨자 씨앗을 나눠주고 큰 나무로 키우기를 기대하면서요. 그 와중에 사람들에게 십일조라는 것도 좀 가르쳐보고요.

다음 주에는 신청을 받기로 하였습니다. 그리고 바로 새끼 돼지를 나눠주려고 합니다. 그런데 저는 이들이 어떻게 돼지를 키우는지 옆에서 보지 못할 것 같습니다. 마닐라로 이사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바기오가 지역이 높아서 그런지 아니면 제 몸이 약해져서 그런지 갑자기 쓰러져 몇 시간 동안 안 일어나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한 적도 몇 번 있고, 작년에 너무 많이 아파서 힘이 많이 들었습니다.

올해가 선교사로 온 지 7년째가 되는데 따로 한국에 안식년을 갈 형편도 아니고 해서 낮은 지역으로 내려가기로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모가 돌봐주던 아들 원석이도 다시 함께 살게 되었는데, 이 아들이 한국에서 1년 반 정도만 학교를 다녀서 한국말이 많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이번에 한국인 선교사 자녀들을 위한 학교가 마닐라에 있어서 그곳에 아이를 보내기로 하였습니다. 그래서 아들 핑계, 건강 핑계로 잠시 마닐라에서 살려고 합니다.

인간적인 엄마 마음에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만이라도 함께 할 수 있기를 기도해보지만, 또 하나님께서 어떻게 인도하실 지 만약 다시 움직이시면 또 그렇게 따르려고 합니다. 지금은 또 마닐라에서 어떻게 사역이 연결 될 지 기대하고 있습니다.

지금 섬기고 있는 뚜마뽁 교회의 “피글렛 프로젝트”와 마닐라에서 새로운 사역에 대하여 기도하여 주시길 부탁 드립니다. 저 역시 미약하나마 교회와 여전도회를 위하여 열심히 기도하고 있습니다.

                                                   2012년 2월 23일
                                                   필리핀에서 석혜경 드림


*사진과 함께 볼 수 있는 원본파일을 첨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