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둔 어느날 오후였다.  
마굿간 축제 선물이 모자라 더 사야 한다는 이야기를
남편으로부터 들은 나는 바로 A마트로 향했다.  
평소 쇼핑의 달인을 자칭하는 나의 발걸음은 무척 가벼웠다.

마트의 문을 기세좋게 열고 들어간 나는 기쁘고 즐거운 마음으로
벽지 교회의 교인들은 어떤 크리스마스 선물을 기다릴까를 상상하며
나름대로 선물 선택에 엄선을 기했다.

그런데... 평소에 장 볼 때는 카트 하나 가득 채우기가 그리도 쉽더니만
카트는 좀처럼 채워지지 않았다.  
시골 교회엔 어르신들이 많다고 하니
어르신용 모자, 장갑, 목도리, 건강식품등을
사고 사고 또 샀으나... 수량은 늘어나지 않았다.

2시간이 지나도 예상 수량의 절반도 못사고 있던 나는
중대한 결단을 내린다.
동일 품목을 무조건 10개씩 사기로...
그렇게 예상 수량을 채우고 나니 카트 3대가 꽉 찼다.

혼자서 물건이 가득찬 카트 3대를 밀고 가는 일은 멧돼지 3마리를 몰고 가는만큼 힘들었다.
이미 몇시간이 흘러 끼니때를 넘긴 내 배속에선 계속 꼬르륵 소리가 났다.

계산할 때 퇴근한 남편이 합류하며 하는 말,
"이 거 오늘중으로 택배로 다 보내야 해"
이제는 밥 먹나 기대했던 나는 실망이 너무 컸지만,
생각해보니 하긴 크리스마스 전에 도착하려면 당장 보내는게 맞았다.
거기다가 지금은 택배대란기간 아닌가.

드디어, 계산이 끝나고 명색이 크리스마스 선물인데 포장은 필수라는 나와
내용이 중요하지 포장은 필요없다는 남편이 팽팽히 맞섰으나,
나의 승리로 끝났다.

90여개의 선물을 개별 포장하고
교회 별로 물건을 안배해 택배 포장하는데 또 시간이 흘렀다.
20키로짜리 택배 상자를 들었다 내렸다 하다보니 현기증이 났다.
아마도 평생 처음 느껴본 리얼 현기증인 것 같다.
어쨋든 무사히 택배코너에 물건을 접수시켰다.

휴~ 이 일을 통해 깨달은 점이 있다.  
그동안 송금하는 방법으로 시골 교회를 지원한 것은 정말 쉬운 일이었다는 것,
하나님 일이 행해지기까지 누군가의 숨은 땀과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
선교비를 늘린다면 인원도 따라 늘려야 할 것이라는 것,
돈 쓰는 일이 이렇게까지 신경을 곤두세우고 체력전인지 몰랐던 것 등이다.

추신: 택배를 끝내고 나니 밤이 깊었고 기아와 중노동으로 탈진 직전의 나는
식당으로 달려갔으나 문닫는다고 해 지친 발걸음을 돌려야만 했다.
그러나 집으로 돌아와 찬밥 한술을 먹은 우리 부부는 바로 소생했다.
하나님 은혜로....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