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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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즐겨 읽지 않는 시대지만 정지용시를 너무 좋아하시는 선배님이 있습니다. 조용필을 닮은...
등단하시고 문학으로 박사과정을 하시고도 결코 학문을 입신과 출세의 도구로 삼지 않으시고
묵묵히 교단을 지키시는 무명의 교사,
물이 고이다가 조금 넘치면 가끔 메일에 담아 몇몇 가까운 지인에게 덜어주시는데
최근 저에게 한 편의 시와 글을 보내주셨어요.
우수를 지나 경칩을 앞두고 봄 바람이 살랑 살랑 느껴지는 글이 있어 봄나들이 가고픈
같이 느끼십사 몇 글자 이 게시판에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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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받은 메일 내용 ]----------
제목 : 제목없음
날짜 : 2009년 2월 20일 금요일, 오후 15시 38분 36초 +0900
보낸이 : "***" <ridssyo**@hanmail.net>
받는이 : "***" <mlzolz**@hanmail.net>
  
제목: 어딘지 가고 싶은 날




어디 좀 다녀옵시다.

빡빡한 일정에

꼼꼼히 계획하고 챙기던 깐깐이

그녀답지 않다.

그냥 떠나자면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며

여행은 잘 짜인 삶이라고 불끈 쥐던 손

그 열정 어디로 사라지고  

언제부터인지  

하루 두 번은 꼭 맞는 벽시계처럼 헐렁해진 푼수

쉰 투정인지

맹하게 조른다. 오늘은

떠나볼까 하니

두말없이 따라 나서는데

어찌 된 영문일까

곰살갑다  




그래

어딘지 가고 싶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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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든다는 것은 그런 것일까?




차 문을 잠그지 않은 것 같아서 키를 다시 꽂아 보기도 하고

가스 불을 끄지 않은 것 같아서 4층을 종종걸음으로 달려가기도 하고

잘 둔 것을 찾지 못해 안달을 하기도 하고

설명만 들으면 좀 이상해진 것 같다.

여행도 일정 없이 저기다 싶으면 쉬어 가는 것이 좋고

일도 출근해서 차 한 잔 마시고 하고 싶다.




옛날에는 헐거운 것이 모자람으로 보였는데

이제는 살갑게 느껴진다.

인생관이나 세계관이 변한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고 달관이나 배려라는 말은 생뚱맞고 거리가 멀다.

어찌된 영문인지 헐거움에서 동질감을 느낀다.

친구한테 물으니 나이 탓이란다.

부끄럽다.  




무슨 동안거처럼 푹 쉬었습니다.

봄기지개 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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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답장


불가능이 없다는 정신으로

빨리 빨리 어서 어서

역사와 삶을 재촉하던

근대화시기를 지낸터라

느림의 미학과 여유의 삶이

때로는 게으름과 죄악으로 생각되기도 합니다.



'어딘지 가고 싶은 날'

충분히 쉬셨다는 반증이겠지요

어여 선배님들 만나서 가/볍/게/

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만남의 깊이로

작은 여행과 축제를 준비하고픈 마음입니다.



저도 선배님처럼

'동안거처럼 푹 쉬었습니다.'

봄기지개 켜고 싶습니다.

이제 백발이 성성하신 육십대 중반의 선배님들로 부터

곧 환갑을 앞 둔 마음 허전한 선배님들 마음에

양기가 오르는 대자연의 심을 같이 받고 자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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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어렵다지만 봄은 찾아오고 꽃은 핍니다.

희망의 단꿈같은 설레임이 조금 느껴지시는지요...

어제 정말 좋은 분을 천국 영생의 세상으로 보내드리며

가슴 뭉쿨한 떨림과 눈물의 시간을 가졌더랬습니다.

김수환추기경님 같은 큰 어른이 우리 교회에서도

나오셨음하는 바램도 함께 하며 몇 글자 옮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