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다른 약속이 있어서 계속 망설이다가 결정을 했다.
가브리엘을 만나자고.
천사는 후암동 시장 통 좁은 골목 안에 숨어 있었다.

낯설은 환경과  아이들을 보고 나는 속으로 흠칫했다.
그러나 한 두번 다녀 온 집사님들은 능숙하게 일을 시작한다.
나도 걸레를 들고 청소를 시작했다.
아이들도 우리를 안 보는 척 하고, 나도 매우 낯설어 어쩔 줄 몰라한다.
양명화 집사는 마음이 좋기도 하다.
눈이 잘 안 보이는 큰 아이하고 손 잡고 걷지를 않나,
잘 생겼다고 칭찬도 하니 아이는 기분이 좋아져서 노래까지 부른다.

청소가 끝난 후 점심 시간.
이명희 집사가 스끼야끼를 많이 해 갖고 왔다.
아이들에게 밥을 떠 먹여 주어야 한단다.
다큐멘타리 필름에서 많이 보던 장면이지만 나는 한번도 해 본 적이 없어 은근히 걱정된다.
비위 상 해 못한다고 나갈 수도 없고 이왕 온 건데 어쩌겠는가?
눈 질끔 감고 스끼야끼와 김치를 비빈 밥그릇을 들고 얌전히 앉아 있는 여자 애에게 다가 갔다.
이 아이는 이미 내 속을 다 들여다 보고 있었나보다.
입을 다물고 아무리 권해도 안 먹는다.
할 수 없어 근무하시는 선생님께 구원을 요청했다.
제일 잘 먹는 아이를 내게 추천한다.
무엇이든 뜯어 먹어 버려 셔츠건,바지건, 비닐 매트건 남아나는 게 없는 남자 아이다.
과연 아이는 잘 받아 먹어 주었다.
케잌과 딸기 후식 까지 잘 먹은 아이에게 옛날 내 아이에게 하듯
"아이 참, 잘 먹었네!" 하고 칭찬하며 마르고 찬 손을 잡아 주었다.
찬 손이 점점 따뜻해 진다.
아이의 머리도 쓰다듬어 준다.
아이가 안 보는 척 하며 나를 본다.
아이가 내가 잡은 손을 조금씩 다른 손으로 만져 본다.
나는 모르는 척 가만히 있었다.
아이는 드디어 머리를 내 무릎에 누였다.
나는 왈칵 눈물이 쏟아진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우리는 나름대로 천사를 만났다고 이야기 했다.
좋은 소식을 전하는 가브리엘 천사는 분명 그곳에 계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