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 동영상

김요한 목사

주님께서는 베드로를 밀 까부르듯하려는 사탄의 요구에 대비되는 모습으로 중보하셨습니다. 그러나 이미 기도하셨음에도 베드로는 이후 주님을 세 번 부인하는 실패를 하고 맙니다. ‘누가 크냐’의 논쟁을 벌이고 있던 제자들에게 섬김에 대해서 말씀하시면서, 베드로에게는 실패하고 돌아왔을 때 ‘형제를 굳게 하라’고 하십니다. 베드로는 자신의 실패를 예고하시고, 새롭게 권면하시던 주님께 ‘함께 옥에도 갈 수 있고, 죽는 데에도 갈 수 있다’고 하면서 자신의 헌신과 의(義)를 주장합니다. 형제도 이웃도 필요 없고, 신과의 독대(獨對)만을 요청하는 어리석은 인생의 모습입니다.

주님께서는 베드로가 닭 울기 전에 예수님을 세 번 부인할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씀하십니다. 주님만을 바라보고, 주를 위해 죽을 수도 있다고 믿었던 종교적 헌신이 주님과는 상관이 없는 일이 된다는 뜻입니다.

이제 전대와 배낭과 검을 사라고 말씀하십니다. 곧 일어날 메시아의 고난과 죽음을 지켜보게 될 제자들에게 강인하게 믿음을 지켜야 함을 당부하시는 말씀입니다. 37절 말씀은 이사야 53장 12절에서 비롯된 예언의 성취로, 예수님께서 범죄자를 위하여 기도하셨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자신을 십자가에 못 박는 이들을 향해서 용서해달라고 기도하신 주님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동시에 주님을 모른다고 부인할 수밖에 없었던 베드로를 향한 사랑의 기도임을 알 수 있습니다.

여기서 쓰인 ‘기도하다’라는 단어는 ‘묶다’, ‘붙들어매다’의 뜻을 내포하고 있는 ‘데오마이’입니다. 예수님께 우리를 묶는 기도가 아니라 그분께서 우리에게 당신을 묶으신 기도입니다. 이 기도가 우리와 함께하신다고 약속하신 임마누엘의 성취이고, 우리와 상관있는 기도가 됩니다. ‘예수와 나는 더 이상 상관이 없다’고 외치고 도망갈 그 제자에게, 상관있음을 선포하십니다. 함께 아파하시고, 함께 고난 받으시고, 심지어 죽을 수밖에 없는 그 자리에까지 함께 가시겠다는 뜻입니다. 이것이 주님께서 우리를 위해서 하신 기도의 진정한 의미입니다.

주님께서 사랑하셨던 제자 베드로는 주님을 부인했던 죄책감에서 벗어나고자 헌신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그에게 자기 자신을 묶어버리신 주님의 사랑을 깨닫고 감격함으로 살았습니다.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받는 고난이 그에게 영광이 되었습니다. 반석이라 칭하신 주님의 일컬음대로 초대 교회의 모든 풍파를 정면으로 맞는 고된 삶이었지만, 주님의 사랑의 묶으심이 그에게 새로운 전대가 되었고, 배낭이 되었고, 검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