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 동영상

강보와 세마포

  우리는 여러 옷을 입으며 살아갑니다. 어떤 의미에서 산다는 것은 옷을 입으며 산다는 것, 제 손으로 여러 옷을 갖춰 입으며 산다는 것이 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성서가 보여주는 바, 인간이란 자신의 최초의 옷과 최후의 옷은 제 손으로 입지 못하는 존재입니다. 이런 저런 옷을 제 손으로 갖춰 입으며 살아가지만, 인간은 누구랄 것 없이 모두 벌거벗은 채 이 세상에 태어났고, 태어났을 때 그의 그 벌거벗은 몸을 가려줄 옷을 그는 스스로 입지 못합니다. 또한 인간은 누구랄 것 없이 모두 죽어 벌거벗겨지며, 자신의 벌거벗은 몸을 가려줄 옷을 스스로는 입지 못합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도 그러하셨듯이 그는 “싸입니다.” 강보에 싸이고(눅 2:7) 세마포에 싸입니다(요 19:40).
  사람이 근사한 옷을 걸치고 살고 싶어 하는 이유는 모든 사람은 아담으로서 근원 적으로 “벌거벗은”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인간은 근사한 옷, 화려한 옷들도 자신을 “가리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사람의 근원적 벌거벗음은 사람이 제 손으로 걸쳐 입는 그 어떤 옷으로도 가려지지 않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골고다 언덕 위 나무 위에서 벌거벗은 몸으로 십자가에 달리셨습니다. 사람이 제 손으로 차려입는 모든 옷들을 다 물리치고서, 그 옷들의 값싼 위 로, 그 옷들의 거짓 영광을 다 거절하고서 그렇게 죽음을 맞으셨습니다. 그리고 부활 하신 그리스도께서는 제자들에게 당신께서 부활하셔서 입으신 새 옷, 사람이 제 손으로 갖춰 입는 옷이 아닌, 하나님이 지어 입혀주시는 참 영광의 옷, “죽음을 삼키는” 그 부활생명의 몸을 보여주셨습니다(고후 5:1-4).
  신앙의 눈은 십자가에 달리신 그리스도의 얼굴에서 빛나는 하나님의 영광을 봅니다. 이 눈으로 보면, 골고다 그 죽음의 언덕 위 나무 십자가 위에 벌거벗은 몸으로 달려계신 예수 그리스도는 실은 알몸이 아니었습니다. 그 몸을 온통 감싸주고 있던 것이 있었습니다. 예수님의 삶과 죽음을 처음부터 끝까지, 고스란히, 남김없이 옷처럼 감싸 주고 있던 것이 있었으니, 바로 하나님의 사랑, 그리고 그 사랑의 영광이었습니다. 그 영광의 빛이 죽음의 언덕 위 그 나무 십자가 위에서 물과 피를 다 쏟으며 달려 계신 예수 그리스도의 그 벌거벗은 몸을 온통 감싸고 있었던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 강보에 싸이고 세마포에 싸였던, 일견 죽음에 둘러싸인 것으로만 보였던 그 참사람의 인생은, 실은 십자가와 부활이라는, 하나님의 그 거대한 생명신비, 사랑의 신비에 처음부터 끝까지 온통 감싸인 삶과 죽음이었던 것입니다.